디이롱, 연남동 - 훌훌 넘어가는 국수와 부담 없는 만두

연남동에서 식사 한 끼를 때우려 한 만두집에 들렀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부담 없는 맛으로 아쉬울 것 없이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일상으로 이런 음식이 더 들어온다면 좋겠는데, 제 일상에서 연남동은 너무 먼 곳 이네요. 연남에 볼일이 있을때마다 간간히 들리고픈 식당 '디이롱'입니다.

 

홍대역 3번출구로 나와 연트럴파크인지 뭔지 하는 그 얇고 길쭉한 공원을 따라 가다 골목길로 들어오면 '디이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 꽤 저렴

가게 바깥에 키오스크가 준비되어 있어 결제 후 번호표를 주방에 직접 전달하면 되는 방식입니다. 좁은 내부를 고려하면 좋은 선택인듯 합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추워요 ㅠㅠ

 

자연광이 드는 식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한 열정은 아니고 그냥 남은 자리가 여기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샤오롱바오 맛있게 먹는 법도 만화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어디서 줏어들었던 내용과 일치하네요. 뿌듯합니다.

 

단단미엔(탄탄면)의 역사도 그림으로 설명되어있네요. 역시나 어디서 줏어들었던 내용과 일치합니다. 뿌듯 2스택 적립.

 

셀프로 떠 마실 수 있도록 한 켠의 포트기에선 차가 끓고 있습니다. 일단 물 대신 차 주면 무조건 식당에 대한 호감 폭풍 상승.

 

차 뜨러 가면서 주방도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가게 내부에도 메뉴가 다시 한 번 걸려있는데요, 다시봐도 저렴한 가격입니다. 2020년 서울인걸 감안하면 특히요. 그런 의미에서 메뉴는 고루고루 시켰습니다.

 

샤오롱빠오 (돼지, 4,000원)

가장 먼저 샤오롱빠오가 나왔습니다. 일단 상호가 디이롱, 즉 첫 번째 찜이라는 뜻인만큼 샤오롱빠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최근에는 송화산시도삭면에서도 샤오롱바오를 먹었던 적이 있었죠. 그때도 꽤 훌륭했는데 디이롱의 것은 어떨지요.

 

캬 자연광 오져부러

맛을 확인하기 전에 이 날 사진들이 자연광을 받아선지 굉장히 이쁘게 나왔거든요. 한 번 봐주세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은 자연광으로만 찍었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자연광에 특히 초점을 맞춰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제가 원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라

 

아무튼 아까 만화에서 본 것처럼 일단 숟가락에 샤오롱바오를 얹었습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서 육즙을 조금 빼내고

 

호록 마신 후 만두도 반쯤 베어 물었습니다. 만두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다행히 육즙은 예상보다 뜨겁지 않아서 가볍게 마실 수 있었고 고기에서부터 뿜어나온 달큰하고도 시큰한 맛이 입맛을 돋굽니다. 만두 피도 야들야들하고 고기 소도 부드러웠습니다. 만두피와 고기 사이에 공간이 꽤 있는 편인데 거기에 육즙이 가득차있었어요. 부담없이 넘어가는 만두였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굳이 육즙따로 안 마시고 한 입에 한 알을 다 털어 넣는 것도 꽤 괜찮더라구요. 입안에서 물풍선 터뜨리듯 터뜨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단단미엔 (6,000원)

두번째 메뉴는 단단미엔입니다. 탄탄면을 중국식으로 적어낸 것입니다. 탄탄멘이라면 금산제면소잇포라멘에서 최근에 먹었던 적이 있었죠. 또 정육면체에서도 즈마장을 이용한 비슷한 면요리를 먹은 적 있었네요. 제가 정말 좋아해 마지 않는 스타일의 면 요리인지라 자주 찾아 먹었네요.

 

디이롱의 탄탄멘도 역시나 중국스타일로 국물이 없는 비빔면 스타일. 아주 좋습니다. 플레이팅도 아주 정갈해요. 고기와 땅콩과 면과 청경채 그리고 제일 아래 깔린 빨간 소스까지 비주얼적으로 뭔가 안정감을 주는 느낌입니다. 역시 자연광효과인가요

 

먹기 위해 슥슥 비벼냈습니다. 사실 면에 찰기가 좀 있는 편이라 그리 쉽게 비벼지지는 않습니다. 하나로 뭉쳐 엉켜버리곤 합니다. 뭐 사실은 대부분의 비빔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는 합니다. 면의 찰기를 줄이는 건 어렵겠지만 그렇다면 조금만 더 소스가 자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때가 있습니다.

 

성실하게 비빈 후 시식을 실시했습니다. 금산제면소, 잇포라멘, 정육면체와는 결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땅콩 소스의 존재감입니다. 금산제면서나 잇포라멘의 탄탄멘은 땅콩의 고소함과 단맛을 중심으로 삼고 다른 재료들을 통해 그 맛을 완성해가는 방식의 요리였다면, 디이롱의 단단미엔은 되려 땅콩이 재료로서 새큼매콤한 마라 양념의 맛을 보조합니다. 땅콩의 고소하고 단맛은 살짝 뒤로 빠져있다고 할까요. 대신 마라 소스의 강렬함이 다른 마라탕집만치 맵거나 얼얼하지는 않아서 밸런스도 잡혀있고 그래서 부담없이 먹을만 합니다. 특히 찰기 있는 굵은 면에 양념들이 흡착되다시피 달라 붙는데 꽤나 소스에 잘 어울립니다. 제가 생각한 맛과는 달랐지만 맛있었어요.

 

뉴로우미엔 (7,000원)

이번에 나온 것은 뉴로우미엔입니다. 우육면을 중국어 발음으로 써낸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몇몇 전문점이 있지요. 저도 가본 곳이 몇 군데 있으나 블로그에 올리지를 않아서 링크를 걸 수가 없네요.

 

우육면도 좋습니다. 간장 베이스인듯한 국물에서는 소고기 특유의 육수가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깔끔합니다. 일견 쌀국수 국물 맛을 연상시키지만 두꺼운 스타일의 면이 차이를 강하게 짓습니다. 면 자체의 두께감이 있어 먹는데 질감이 좋고 국물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부담없이 훌훌 먹을 수 있는 국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굵은 면의 특성상 면치기 시도 시 사방으로 국물이 다 튈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훈둔(10개, 4,000원)

마지막 메뉴는 훈둔입니다. 사천원에 만두 열 알을 먹을 수 있어요. 가격이 정말 메리트 있습니다. 

 

게다가 맛까지 있다는 것 역시 메리트입니다. 훈둔은 일종의 물만두인데, 뜨끈한 국물에 담겨나와 이렇게 하나씩 떠먹으면 됩니다. 국물 자체가 상당히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미역이 들어가 미역국 느낌을 내는 국물이었습니다. 해장이 필요했던 시점이라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것저것 부담없이 훌훌 먹을 수 있었던 아주 만족스런 점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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