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쏨차이, 서초/교대역 - 뿌팟퐁 커리와 태국 국밥

태국음식에 한 번 맛이 들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팟타이도 그렇고 뿌팟봉 커리도 그렇고, 태국 음식 특유의 달착하면서도 새콤매콤한 매력이 입맛을 계속 당깁니다. 선 굵은 맛이지만 그럼에도 밸런스를 교묘하게 유지해 결국 물리지 않고 계속 먹게 만드는 것이 바로 태국음식의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 날은 서초역 주변에 괜찮은 태국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들러보았습니다. 미슐랭 더 플레이트에도 선정된 '쿤쏨차이'입니다.

 

교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은 편

 

솔직히 미슐랭이던 블루리본이던 맛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긴 한데, 어쨌든 스티커가 붙어 있으니 일단 찍어보았습니다. 사실은 미슐랭이 붙어있으면, 맛은 논외로 치더라도, 분위기나 위생 측면에서는 대부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주방은 넓직한 오픈 키친입니다. 아마 카운터 석에 앉을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저녁 시간에는 종종 웨이팅이 걸리는 모양인데 테이블링이나 뭐 그런거 이용해서 예약을 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 날은 동행자가 예약을 해둬서 저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갔습니다. 개이득

 

메뉴는 꽤 다양한 편인데요, 저는 태국국밥과 뿌팟봉커리를 주문했습니다. 먹고 싶은게 너무 많았는데 두 명이서 온지라 많이 시킬 수는 없고 유명한 메뉴들 위주로 우선 시켰습니다. 맛있으면 다음에 또 오면 되겠죠!

 

습관적으로 식탁도 찍어봤습니다.

 

뿌팟봉 커리 (26,000원)

이만육천원 짜리 뿌팟봉 커리가 나왔습니다. 저는 나오자 마자 놀랐는데요, 그 이유는 가격대비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

 

소스 위로 올라간 게 튀김

하지만 몇 숟갈 떠먹다 보니까 더이상 가격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상당히 수준급의 뿌팟봉커리였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라면 평균적인 뿌팟봉커리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먹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원래 뿌팟봉커리는 어디가서 먹어도 비싸긴하지만요. 

 

달큰한 맛이 선두를 서고 그 뒤로 살짝 매콤한 맛의 고추기름과 커리 향이 밸런스를 잡으며 따라옵니다. 거기에 부드러운 계란까지. 바로 밥 한 그릇 말아서 뚝딱하고픈 맛입니다.

 

코코넛 밥 (2,000원)

특이하게도 이 집 밥은 코코넛 향을 첨가한 코코넛 밥입니다. 사실 이름만 보고는 조금 걱정했는데, 코코넛 향이 은은해서 거부감없이 먹을만 합니다. 그와 별개도 밥도 꽤 맛있게 되었어요. 

 

밥 한 숟갈 떠서 접시에 옮기고 커리도 또 한 스푼 떠서 그 위에 뿌리니 이제 지상 낙원으로 갈 준비 완료

 

소프트 쉘 크랩

사실 커리 소스도 소스지만 게 튀김 상태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사실은 제가 먹어본 그 어떤 게튀김보다도 훌륭했어요. 껍질을 벗기고 튀긴 것 같지도 않은데 어찌 이렇게 부드럽게 튀겨졌는지, 통째로 씹어도 입안에서 갑각류 껍질 으스러지며 키토산 남는 기분도 안나고 그냥 깔끔하게 넘어갑니다. 세상의 모든 게튀김, 새우튀김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하 (게 하이 라는 뜻 ㅎ)

분명히 이런거보면 껍질이 눈에 보이는데 정작 먹어보면 껍질이 느껴지지지 않으니 이것 참 매직. 근데 그건그렇고 집게발 좀 귀엽지 않나요. '하이루' 이러면서 인사하는거 같고 커여웡

 

(특) 소갈비 남성 태국국밥 (14,000원)

뿌팟봉 커리와 함께 먹었던 것은 바로 태국 국밥. 이름이 남성 국밥이라서 처음엔 '뭐지? 안티 페미니스트 국밥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 이름이 '김남성'이었던 것.

한그릇에 아주 고기가 아쉽지 않을만큼 잔뜩 담겨 나옵니다. 뿌팟봉 커리가 양이 좀 적었다면 그 적은 양을 채워주는 국밥 양입니다. 

 

국물 옆으로는 새콤한 가지 양념장을 얹은 코코넛 밥이 나옵니다. 

 

고기를 장비처럼 손으로 들고 뜯어 먹을 것이 아니라면 세심한 가위질은 필수

 

그러나 상당히 귀찮으므로 끈기와 성실성 역시 필수입니다.

 

뼈에서 고기를 발라내면 이런 모양이 되는데, 이만한 고기 덩어리가 꽤 많이 나옵니다. 고기 양 하나 만큼은 정말 아쉽지 않은 느낌.

 

밥에다가 조금씩 이렇게 덜어먹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고기 위쪽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 치차론이라고 하는 돼지 껍질 튀김 같은데 국물에 몇개 담겨있습니다. 세심하게 신경쓰며 먹지 않아서 무슨 맛이었는지는 기억 안남.

 

일단 진한 고기국물인데요, 국물 맛 자체는 전혀 흔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쉽게 접하지 못해본 그런 국물로 음, 간장 베이스에 잘 만든 쌀국수 육수처럼 소고기 향은 진하고 살짝 새큼한 맛도 가미되어 있으며 채수의 달큰한 맛도 살살 올라오는 그런 맛입니다. 굉장히 깔끔하고 담백하게 넘어가요.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가게 나오는 길에는 아까 국밥에 들어있던 치차론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서울에서 먹은 태국 음식 중에는 가장 제 입에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굉장한 퀄리티의 뿌팟퐁커리와 독특한 태국국밥까지. 재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꽤 드는 식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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