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포라멘, 보라매 - 우리 동네 라멘을 소개합니다

동네에 라멘집이 생겼습니다. 라멘을 사랑하는 저에게는 크나큰 축복. 일주일에 한 번을 가리라, 라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이모저모로 시간이 맞지 않아 이제야 3번쯤 방문을 하고 블로그에도 기록을 남깁니다. 왜 3번 방문했을때 기록을 남기냐 묻는다면, 잇포라멘의 메뉴가 세개이기 때문이다, 라고 답하겠습니다.

 

첫 방문이었습니다. 아마도 작년이었던듯 합니다. 라멘 인스타에 이 집 잘한다는 소문이 슬슬 퍼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습니다.

 

뜨끈하게 라멘 한 그릇 먹고 집에 갈 생각에 설레던 기억이 납니다.

 

메뉴는 중화소바, 시오라멘, 탄탄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방문이니까 가장 앞에 있는 중화소바를 먹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중화소바란 원조 라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원래는 중국음식이었던 납면(라미엔)이 일본에 들어와 현지화되며 중화소바라는 이름으로 팔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라멘의 원류라는 것이 라멘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래서 일부 일본인들은 라멘을 중국음식으로 생각한다고도 합니다. 저도 일본에서 살아본적은 없어서 진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잇포라멘에서는 중화소바를 팔고 있고 저는 오늘 그걸 먹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에어팟 깜짝 자랑

좌석은 주방에 붙어있는 카운터 석 몇개와 문쪽으로 붙어있는 좌석 몇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라멘집스러운 구조입니다.

 

중화소바 (8,000원)

중화소바, 괄호치고 쇼유라멘이 나왔습니다. 닭 베이스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한 라멘입니다. 육개장 사발면에서 볼 수 있는 나루토마끼가 인상적입니다. 꽤 정석적인 라멘의 모습입니다. 타마고가 반 잘려서나온다는 점이 그나마 특이사항이겠습니다.

그리고 메뉴 설명에 토리친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즉 토리 청탕이라는 말이고 다시말해 닭 청탕이라는 말이며 아예 한글로 풀어 말하면 닭 맑은 국물이라는 뜻입니다. (반댓말로는 토리파이탄이 있겠습니다. 신짱과 후쿠마루 참조하시길)

 

이유는 모르겠으나 목이버섯에 포커스를 맞춰 사진도 한 장 찍은 모양입니다.

 

카메라를 조금 돌려서도 한 장 더 찍은 듯.

우선 국물부터 떠서 맛봤는데요, 진국이라는 단어가 바로 머리속을 스쳤습니다. 닭 육수의 진한 맛이 혀로 돌진해옵니다. 아주 직선적이면서도 깔끔한 맛. 복잡한 맛 보다는 닭 육수의 맛 자체에 집중을 한 듯합니다.

 

면은 푹 익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서 조금 덜 익혀 달라고 부탁을 드렸었는데, 참고로 최근에 갔을때는 원래 부터 적당히 익혀져서 나오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면 상태도 꽤 괜찮습니다. 맑은 닭 국물에 딱 어울리는 그런 맛입니다. 

 

강력하게 아부리된(토치로 불 질을 한) 차슈도 맛있습니다. 이때는 명주실로 묶어 삶으셨는지 말려있는 모양이네요.

아무튼 맛있는 한끼의 라멘이었습니다. 집 주변에 이 정도의 수준급 라멘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두번째 방문입니다. 사실 첫 번째 방문 후 며칠 안돼 다시 찾았는데, 하필 찾을 때 마다 가게가 휴무 중인지라 빠꾸를 몇 번이나 맞았습니다. 한 세 번쯤 맞으니, 아무리 집앞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다가 며칠 지나니까 어차피 집 앞이니 한 번 들러 볼까 싶은 마음에 들른 것입니다. 

 

오늘은 탄탄멘을 먹을 것입니다.

 

며칠전 금산제면소의 경험으로 기대치가 다소 높아진 상황.

 

탄탄멘 (7,000원)

잇포라멘의 탄탄멘도 국물이 없는 중화 탄탄멘 버전입니다. 비빔라멘 매니아로서 오늘은 밥도 말아 먹을 예정입니다.

 

여기에도 달걀은 반 잘라져서 나옵니다. 사실 잘라져 있는게 먹기는 더 편합니다.

 

슥딱슥딱 비빈 모습입니다. 예상보다는 국물이 많습니다. 짜파게티 비비듯 소스가 꾸덕하게 육수를 빨아들일 줄 알았는데 뭐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탄탄멘 답게 땅콩의 고소함과 단맛이 전면에 살아 있습니다. 땅콩을 좋아해서 탄탄멘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국물이 많으니 면도 쉽게 비벼져서 편하기는 합니다. 다만 비빔라멘인 만큼 좀더 꾸덕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땅콩의 고소함과 단맛이 잘 살아있어서 맛에 부피감이 느껴지기는 하나 다소 그 내부가 허하다는 인상도 있었습니다. 그 사이를 매꿀 수 있는 어떤 킥 같은게 존재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 사실은 화자오 향이 좀 강하게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아니면 신맛이라던가 그런 류의 것들이요. 맛이 있으니 아쉬운 마음도 생기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칠천원짜리 탄탄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맛입니다. 만족스러우니까 밥도 말아먹었습니다.

 

전날 먹은 술이 해장되는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시오라멘을 먹으러 방문했습니다. 

 

시오라멘 (8,000원)

시오 라멘은 바로 며칠전에 고미태에서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잠깐 설명했지만 시오 라멘이란 즉 소금 라멘. 맑은 국물에 소금으로 간을 한 라멘입니다. 토리 친탄을 표방하는 잇포라멘의 맑은 닭 국물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라멘이 되겠습니다.

 

항공샷도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저번에 먹었을때 살짝 뜨거웠던 것 같아서 식히기도 할겸 천천히 사진을 찍는 중.

 

오 국물에 잠겨있는 달걀과 차슈의 모습이 멋지지 않나요?

 

이 날은 면을 덜 익혀달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제가 딱 좋아하는 익기로 나왔습니다. 육수는 시오라멘도 역시 진국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화소바보다 밸런스가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아주 진한 닭 국물 먹는 느낌. 곰탕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염도도 그렇게 강하지 않아 먹을만 합니다.

 

강하게 아부리된 차슈도 강렬한 불향을 자랑합니다. 이맛에 먹는거죠.

 

멘마도 오독오독 좋습니다. 이맛에 먹는거죠

 

마지막에 밥이나 좀 말아 먹을까 했는데 마침 밥이 다 떨어졌대서 그냥 후추나 좀 치고 좀 더 떠먹다 나왔습니다.

 

잇포라멘의 라멘, 특히 토리 청탕 베이스의 중화소바와 시오라멘의 경우 상당히 맑고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닭의 맛 하나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한 닭 육수의 진함입니다. 하지만 닭 하나에 기대어 가는 만큼 다소 단조로울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뉴웨이브 계열 라멘, 그러니까 이런저런 혼합육수를 시도하거나 라멘에 정석적이지 않은 고명을 올리는 최근의 라멘 트렌드와는 다르게 육수 하나만으로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흡사 왕십리의 성화생라멘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집 앞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라멘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기쁨이네요. 앞으로도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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