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요리단, 옥수역 - 갑오징어 흑돼지 불고기 그리고 제대로 지은 밥

퇴근 후 동기들을 만나러 옥수역으로 향합니다. 오며가며 종종 지나치기는 했어도 옥수역에 내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 같네요. 옥수역에서 만난 오늘의 식당은 온갖 퀄리티 있는 요리를 내는 '부부요리단'입니다.

 

'부부요리단'은 옥수역 1번 출구 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길 옆에 있으니 적절한 센스로 적절하게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스마트폰이 도와줄 것입니다.

가게 이름이 부부요리단인 만큼, 부부가 요리하는 가게입니다. 그런데 부부는 민간인 부부가 아니고 호텔 주방장 출신 부부라고 하시네요. 뭔가 상당히 있어보입니다.

 

문어삼겹찜 (60,000원)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갔으나 이미 모임은 시작된 뒤였습니다. 꼭 이런 날에는 적용되지 않는 코리안타임. 이미 음식이 나와 다들 한 두점씩 먹은 상태입니다. 뒤늦게 도착해 우선 사진부터 촬영했습니다. 블로거라면 이런 열정 정도는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호호

일행들이 주문해놓은 음식은 문어삼겹찜. 사실 별거 없고 문어찜과 삼겹찜이 동시에 나오는 메뉴입니다. 가격은 꽤 있는 편이나 밑반찬도 수준급이고 음식 퀄리티 자체가 괜찮습니다.

 

우선은 문어입니다. 일행들이 이미 서너점 먹은 상태인듯 합니다. 이미 엔빵 결제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으므로 저도 쫌생이 마인드로 손해보지 않게 부지런히 먹어제꼈습니다. 소시민의 삶이란 바로 이런 것 입니다.

아무튼 문어는 상당히 야들야들하게 잘 쪄냈습니다. 문어의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식감과 적절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사실 어메이징하게 맛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으나 평균은 충분히 상회하고 남는 수준입니다. 술 안주로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어요.

 

이것은 흑돼지 삼겹찜. 이 집의 풀 네임은 아마 '부부요리단 1탄 제주흑돼지갑오징어' 뭐 대충 이런 거였는데요, 그 이름에 걸맞게 꽤 맛있는 삼겹찜이 나왔습니다. 다만 식으면 식을수록 급격하게 퍽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빨리 먹었습니다. 

 

아직 식기전의 삼겹찜입니다. 촉촉한 윤기 좋죠? 채소 무쳐 놓은 것과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보쌈 김치가 생각 안날 정도였어요.

 

이 집 밑반찬들도 퀄리티가 좋습니다. 사실은 과도할 정도로 밑반찬이 많이 나오는데, 밥 반찬 용도라기보다는 그냥 술 안주 느낌으로 하나씩 집어먹기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집은 밥집보다는 술집 쪽에 더 정체성이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가게 내부에서도 특히 내부쪽인 좌석

뭐 가게 내부가 이렇게 생겼다라는 것을 찍어서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4~5인, 55,000원)

이게 메인메뉴가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느낌상 메인메뉴인 것 같은 오삼불고기가 나왔습니다. 가게 주 재료인 갑오징어와 흑돼지를 썼으니 아마 메인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죠?

 

각도를 낮춰서 찍으면 썸네일

가격을 생각하면 양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솥 위로 뭐가 푸짐하게 나오기는 합니다. 색깔도 시뻘겋고 고기와 오징어도 두툼하니 밥 먹고 싶은 생각이 오토매틱하게 떠오릅니다.

 

놀랍게도 이 날의 에이스는 바로 밥이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밥을 술집에서 만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전에 와 본 일행의 말로는 이 집에서 쓰는 쌀이 굉장히 좋은 쌀이라는데 사실 사장님께 직접 여쭤보지는 못해서 그게 진실인 줄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상당히 우수한 쌀밥. 일단 굉장히 꼬들하게 지어졌습니다.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집에서 엄마가 절대 안 해주는 수준의 꼬들함"입니다. 이 점에서부터 거의 제 취향저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꼬들한 밥이라면 사실 저도 집에서 충분히 해먹을 수 있습니다. 이 밥이 다른 밥과 더욱 차별되는 지점은 바로 밥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향입니다. 아름다울 정도로 고소한 쌀밥 향에 넋을 놓아버릴뻔했습니다. 쌀알들도 알알이 너무 잘 살아있구요. 제가 항상 부르짖는 이야기이지만 한식집이라면 다른 무엇보다도 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것, 이 집은 그걸 충실히 이행해냈습니다.  

 

밥이 이 정도로 맛있으니 반찬은 좀 덜 맛있어도 되지 않나 싶은데, 다행히도 이 집은 반찬도 맛있네요. 씨알굵은 갑오징어가 아삭아삭하게 씹히고 돼지고기도 살짝 뻣뻣한듯 하지만 감칠맛을 뽐냅니다. 그리고 그 둘을 묶어주는 적절한 양념까지. 적당히 달달하면서도 또 적당히 매콤해서 한국의 입맛을 제대로 공략했습니다. 소주와 딱 어울리는 안주입니다.

 

뻘건 양념 일색으로 조금 물릴 것 같을 때는 깻잎과 콩나물로 변주도 가능합니다.

 

솔직히 제 기준에서는 이렇게 먹어야 밸런스가 맞는 것 같아요. 고기만 먹으면 너무 금새 물린다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밥이랑 같이 먹으면 양념맛이 밥의 고소한 향을 다 죽여서 또 아쉽구요.

 

볶음밥은 두개인가를 볶았습니다. 

 

이렇게 양념에 뭍혀 볶아놓으니 아까 좋았던 밥 향이 싹다 묻혀서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서 볶음밥은 다소 평범했습니다.

 

나가사키풍 해물오뎅탕 (30,000원)

자리를 옮기지 않고 이곳에서 끝장을 보기로 한 만큼 안주를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배는 충분히 부르니 탕을 하나 주문합니다. 오뎅탕주제에 가격이 꽤 있어서 갸웃했는데 등장한 비주얼을 보니 이해가 자동으로 갑니다.

 

배불러서 탕을 시켰는데 더 배불러질 듯

 

옆에서 후레쉬를 동원한 촬영을 하길래 저도 조명에 빌붙어 한컷해보았습니다.

 

국물이 상당히 진국인데 반해 오뎅은 그냥 오뎅이었습니다.

 

이 날 전까지만 해도 옥수역 하면 옥수역 귀신밖에 몰랐는데요, 이제는 옥수역하면 '부부요리단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식사였습니다.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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