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산시도삭면, 건대입구 - 겉바속촉 가지튀김과 도삭면, 소롱포

한때는 중국집하면 짜장면과 짬뽕만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짜장면, 짬뽕 없는 중국 음식점들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양꼬치를 주 메뉴로, 사이드로 중국 요리를 파는 집들이 속속들이 생겨났구요. 그 다음엔 마라 열풍으로 마라탕 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죠. 마라 열풍에 힘입어 또 함께 한국 외식 문화에 등장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도삭면입니다. 짜장면과 짬뽕 말고도 우리의 중식 선택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식사메뉴 뿐만 아니라 유려한 중국 요리 메뉴까지도요. 오늘 제가 방문한 식당은 가지튀김과 도삭면으로 유명한 '송화산시도삭면'입니다.

 

한글 간판 글씨체는 귀욤
한자 글씨체는 간지나

건대입구역 CGV쪽 골목에서 더 안쪽으로 쑥 들어오다보면 송화산시도삭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2호점도 존재하는데 저는 기왕 먹는 거 본점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가게 앞에는 만두를 찌느라 김이 뭉게뭉게 올라오는데, 은근히 골목길과 어우러져 세기말 분위기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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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식점 대개 그렇듯, 송화산시도삭면의 메뉴판도 두껍습니다. 상당히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꽤 저렴한 편이니 이것저것 시켜먹기 좋겠습니다. 오늘의 제 선택은 가지튀김과 도삭면 그리고 소룡포입니다.

 

근데 오던 길에 본 2호점에는 사람 많던데..

웨이팅이 꽤 있다는 풍문을 듣고 저녁시간보다는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조금 일찍'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금 일찍'보다는 조금 더 일찍이었는지 가게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때가 아마 6시가 조금 안됐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람 없어서 사진 찍기에는 참 좋았습니다. 개이득. 

 

테이블은 이렇게 생겼구요
젓가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젓가락은 나무로 만든 것인데 그 질감이 독특해서 찍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사진상으로는 그리 독특해보이지 않는듯. 아무튼 독특했음.

 

밑반찬으로 짜사이와 땅콩볶음이 나옵니다.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하나 둘 집어 먹으며 얌전하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소룽포오 (6,000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여기 만두도 맛있다길래 주문한 소룡포입니다. 사실은 소룡포가 아니라 소롱포가 맞다고 합니다. '송화산시도삭면'의 메뉴판에는 소룽포오라고 쓰여있습니다. 우리가 샤오룽바오라고 부르는 만두도 바로 이 만두입니다. 같은 만두를 두고 제각각 부르고 싶은 대로 다양하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소룡포가 아무래도 제일 간지나지만 오늘은 그냥 소롱포라고 부를 것입니다. 

 

생강 채썬 것이 함께 나옵니다.

 

소롱포는 은박지에 담아져서 나옵니다. 만두 속 즙이 가득해서 그냥 먹기가 어렵기 때문인 듯합니다. 소롱포를 제대로 먹으려면 우선 만두피를 찢고 그 안의 가득한 즙을 마신 후 나머지를 먹어야 합니다. 제가 만두 전문가라서 아는 것은 아니고 저도 어디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 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도 만두피를 우선 찢고 안에 가득 들은 즙을 은박지에 입을 대고 마셔보았습니다. 감칠맛이 도는 즙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은박지에서 쇠 맛이 쎄하게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사실 은박지에 들은 즙 먹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다음 소롱포는 충분히 식힌 뒤 입에서 터뜨려 먹어보았는데, 이 방식이 제게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입 안에서 물풍선 터지듯 즙이 휘몰아치는 것이 좋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재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만두가 정말 상당히 뜨겁기 때문에 충분히 식혀야 합니다.

 

가지튀김 (10,000원)

그 다음 받아든 메뉴는 가지 튀김입니다. 이 날의 베스트 메뉴였습니다. 진부하지만 겉바속촉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튀김입니다. 겉은 바싹 잘 튀겨져서 씹는 식감이 좋고, 반대로 속은 가지의 촉촉한 수분이 잘 살아있습니다.

 

밑에는 만두 식히는 중

겉과 속이 달라도 호감이 가는 케이스입니다. 겉과 속이 모두 맛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겉과 속 중 뭐가 더 좋냐를 고르자면 저는 겉을 고르겠습니다. 이 빠삭한 식감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겉에 묻어있는 양념 역시 가지 튀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짭짤한 맛으로 다소 밍밍할 수 있는 가지의 내부 맛을 보완해줍니다.

 

중국 음식점에서 먹는 가지요리는 항상 맛있지만 이 날은 특히나 더 좋았던 것입니다.

 

도삭면 (7,000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삭면이 나왔습니다.  빨간 국물 위에 고수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고 다시 그 밑으로 두툼한 면들이 잠겨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시점에서 도삭면에 대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 제가 도삭면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이쯤에서 설명하는 것이 타이밍 상 좋겠다는 것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썰어 만드는 일반적인 국수와 달리, 도삭면은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통으로 들고 칼로 즉석에서 썰어 넣어 끓이는 면입니다. 끓는 물에다 숭텅숭텅 썰어 넣으니 일종의 수제비 같기도 합니다. 글로 잘 이해가 안된다면 다음 움짤을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이 움짤을 보여주고 싶어서 굳이 설명을 한 것입니다.

 

사진 제공: 동행자

이렇게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슥슥 썰어 바로 끓는 물 속으로 넣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면은 다음과 같은 모습입니다.

 

상당히 굵은 면이 나오게 됩니다. 면처럼 길쭉하긴 하지만 밀가루 반죽을 뚝뚝 떼어서 끓인다는 점에서 국수와 수제비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먹다보면 쫄깃한 밀가루 반죽에 약간 수제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고기도 있음

굵직한 면은 육수를 들어 올리기에 좋습니다. 육수는 기름기가 있는 편이라서 이렇게 두꺼운 면과 조합이 좋습니다. 국물에서는 중국 요리 특유의 향신료 향이 어느 정도 나는데, 그리 매니악하지는 않습니다. 부담 없이 먹기 좋습니다. 시뻘건 국물에 비해서 그다지 맵지도 않은 편이고 국물에 어느 정도의 산미가 더해져 있어 기름지지만 쉽게 물리지는 않습니다. 고수가 꽤 들어 있어 향이 강해 저는 좋았으나, 고수를 싫어하는 분들은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도삭면에 대해 대체로 호감인 가운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면이 굵어 후루룩 먹으면 국물이 사방팔방으로 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라면 먹듯 먹었다가는 온 사방에 빨간 방울로 잔치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안한 방법은 이렇게 한가닥씩 숟가락에 올려 얌전하게 먹는 것입니다. 면이 두꺼워서 한 가닥 씩 먹어도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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