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라멘, 언주역 - 아부라소바를 아시나요

아부라 소바는 간장 소스 베이스의 도쿄식 비빔면입니다. 기름이라는 뜻의 '아부라'와 국수(원래는 메밀로 만든)라는 뜻의 '소바'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면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 간장 소스와 함께 비벼내는 음식입니다. 동명의 가게가 도쿄에 존재하고 상당히 유명한데, 한국에도 이 아부라소바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논현동에 위치한 '마이니치라멘'에서 아부라소바를 먹었습니다.

 

마이니치 라멘은 사실 아부라소바보다는 다른 라멘들로 꽤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왠지 아부라소바가 더 먹고 싶어서 첫방문부터 아부라소바를 먹을 것입니다. 가게는 은근히 언덕배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토리 파이탄이나 시오라멘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던데, 저는 그래도 아부라소바.

 

L자 형 테이블이 주방을 감싸고 있습니다. 좌석은 그리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점심 시간에 방문했는데 손님이 듬성듬성 있었습니다. 

 

아부라소바 (8,000원)

아부라소바가 나왔습니다. 추가토핑 없이 순정으로 먹었습니다. 왠지 추가 토핑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돈 들어오는 날까지 며칠 더 버텨야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썸네일용 사진을 찍으며 구성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먹기 좋게 썰린 차슈 덩어리들 뒤로 양파와 파가 있고 시소 잎으로 추정되는 파릇파릇한 채소도 있습니다. 계란은 반으로 갈라져 나왔고 그 아래로는 간장 소스에 이미 어느정도 적셔진 두툼한 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구성이 보기 좋게 올라가 있어도 어차피 비비면 면밖에 안보입니다.

 

면의 익기가 상당히 제 취향입니다. 다시 말해 덜 익었다는 것입니다. 심이 어느 정도 씹힐 정도인데 이렇게 먹어야 저작감도 있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질감도 좋습니다. 물론 취향 바이 취향이겠지만요. 

간장소스는 생각보다 염도가 꽤 있는 편입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니 간장 소스니까 염도가 높은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높은 염도에 흠칫했지만 곧 혀가 알아서 적응합니다. 짜서 못 먹겠다 싶은 느낌보다는 강렬한 짠맛이 혀를 한번 치고 간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지방맛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정도의 짠맛을 중화해주는 기름기 덕분에 일견 짜파게티를 먹는 느낌도 납니다.

 

그러면서 이 아부라소바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킥은 바로 매운 맛입니다. 혀에 면이 처음 닿았을 때는 염도 때문에 눈치챌 수 없었지만, 어느정도 짠맛이 가시고 나면 매운 맛이 혀에 감돕니다. 이 매운 뒷맛이 바로 다음 젓가락을 갈구하게 합니다. 마치 사천 짜파게티. 아 물론 짜파게티 맛과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차슈는 토치로 한참을 지져서 나오는데 여기에서 오는 불향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돈이 없어도 빚을 내서라도 차슈 추가를 할 껄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니치라멘의 아부라소바가 그 얼얼한 뒷맛 덕분에 그리 물리는 맛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깍두기가 사이드로 나옵니다. 저는 손도 안 댔지만 블로그를 위해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사실 하나는 집어 먹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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