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닭강정/수제어묵고로케, 강릉중앙시장 - 시장에서 끼니 때우기

강릉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 구경도 하고 배도 채울 겸 강릉 중앙시장에 들렀습니다. 원래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려 했으나 하필 휴무일이었던 이유로 그냥 중앙시장에서 대충 먹고 가기로 한 것입니다. 월요일 저녁인데 시장 먹거리 골목은 사람으로 한 가득이었습니다.

 

재래시장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깔끔함을 갖췄습니다. 물론 요새 재래시장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요.

 

야외에는 이런 조명도 있습니다.

 

시장 내부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오늘 쉬는 날인가 싶었는데, 다들 먹거리 골목에 몰려 있었습니다. 너무 북적북적해서 사진 초점도 흔들려버린 것입니다.

 

먹거리 골목을 지나다니며 뭘 먹을지 고민하려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원활하게 고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멈추고 그냥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을 먹기로 했습니다. 일단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배니닭강정 낙점. 저도 그 긴 줄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순한맛 매운맛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순한맛 반마리를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결정은 했어도 긴 줄을 다 서고 난 후에나 먹을 수 있겠지만요.

 

닭강정 줄이 너무 기니까, 줄에는 동행자를 세워놓고 저는 다른 메뉴를 하나 고르러 다녀왔습니다. 시장에서 두번째로 줄이 긴 곳을 찾아보다 고로케 낙찰. 

 

하나에 2천원이니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겠습니다. 고로케 집의 줄은 길지만 은근히 금새금새 빠졌습니다. 튀겨나온 것을 그냥 포장해주는 것이니 오래 걸릴 이유가 없긴 하겠습니다. 저는 땡초와 고구마 맛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김치도 주문하려했으나 하필 제 앞에서 품절. 치즈 고로케도 재료 소진으로 새롭게 튀겨낼 수 없고 이미 튀겨나와 식은 것만 판매하는데 포장 주문만 받는 다고 합니다. 식은 치즈 고로케는 맛이 없기 때문에 집에 가서 다시 데워먹을 것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사장님의 공지가 있었습니다. 고로케 사장님의 고로케 철학에 저는 감동했으나, 제 앞에서 치즈 고로케를 주문하려던 손님들까지는 감동시키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땡초 고로케 (2,000원, 좌측) / 고구마 고로케 (2,000원, 우측)
도형추리력이 모자라 어느쪽으로 돌린 건지 모르겠다

고로케를 받아 동행자와 우선 합류했습니다. 닭강정은 아직도 대기중. 줄을 기다리면서 고로케를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땡초 고로케입니다. 고로케 소는 그다지 특별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저 그런 고로케의 맛. 땡초향이 고로케 전체에 은은하게 도는데 저에게는 그리 맵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먹은 부분에는 땡초가 안들어있었기 때문. 반대편 조각을 먹은 동행자는 땡초를 씹어서 매웠다는 이야기..

 

고구마 고로케의 소도 그닥 특별할 것 없습니다. 대신 이 고로케들은 튀김옷이 특별합니다. 튀김옷에 붙어있는 얇은 튀김가루들이 파삭하게 잘 튀겨져있습니다. 씹을 때 폭신하면서도 바삭하게 씹힙니다. 역시 잘 되는 집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배니닭강정 (반마리, 10,000원)

드디어 닭강정을 받아들었습니다. 따로 앉을 만한 자리는 없길래 그냥 적당한 곳에서 서서 먹었습니다. 아몬드와 땅콩같은 것이 잔뜩 뿌려져 있다는 것이 특징.

 

닭강정은 기본적으로 달달한 맛입니다. 두터운 튀김 옷에 양념이 잘 배어들어서 눅진하게 바삭한 식감을 줍니다. 두터워서 단단할 수 도 있는 튀김옷을 양념이 적절하게 잘 녹여냈습니다. 양념은 달달하지만 그 맛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적당한 단 맛의 좌표를 찾는 일이 이런 닭강정 류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배니 닭강정은 그 포인트를 잘 찾아낸 듯 합니다. 달달하면서도 또 약간의 매콤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한 맛이라 그리 맵지는 않지만요. 위에 뿌려진 아몬드와 땅콩은 닭강정 전체에 고소한 맛을 더하면서 식감에도 재미를 줍니다. 다소 직선적일 수 있는 양념맛을 조금 뭉그러뜨려주는 역할도 적절하게 잘 수행합니다.

 

먹다보니 목이 말라서 아무데나 가서 식혜를 사왔습니다.

 

대관령 식혜 (1,000원)

대관령이랑은 무슨 관련이 있는 지는 전혀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던 식혜. 그래도 단맛이 강하지 않아 시원하게 들이키기 좋았습니다.

 

시장에서 가볍게 끼니를 때웠습니다. 사람 많은데 주문한다고 고생도 하고 결국 밥도 서서 먹었지만, 뭐 이런게 여행이지 않을까 싶네요.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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