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막창, 신촌 - 술 부르는 막창과 구수한 계란밥

방어회로 1차를 달리고 2차로 향한 곳은 신촌에 위치한 '내고향막창'. 아까는 생선을 먹었으니 이제는 고기를 먹어서 밸런스를 맞춰야겠습니다. 홍대에서 부터 신촌까지 걸어오며 술도 깨고 소화도 시켰으니 다시 달려봅니다.  

 

그리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신촌과는 조금 동떨어져있기는 해요. 

가게 외부에 온갖 연예인들의 싸인과 사진들이 붙어있습니다. 멀찍이 사진으로만 봐도 취기가 느껴지는 듯 한데요. 모르긴 몰라도 술이 잘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들어갔는데 주시는 물수건이 뜨끈하게 데워져 있어서 일단 한 장 찍고 시작했습니다.

 

가게 내부는 그냥 옛스러운 느낌의 고깃집 스타일. 

 

메뉴판은 저 멀리 있길래 그냥 줌 땡겨서 찍었습니다. 일어나서 찍으러 가기에는 조금 민망했던지라..

 

막창으로 3인분을 주문 하고 나니 일단 밑반찬들이 나왔습니다. 

 

막창에 찍어먹을 소스도 나옵니다. 아마 이것도 막장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그리고 어디서 주워들은 건데 여기가 대구식 막창이라고들 하더라구요. 막창도 대구식이 따로 있는 지는 저도 막창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더 있어보이는 수식어입니다.

 

막창 (3인분, 39,000원)

1인분에 만삼천원인 막창이 3인분 나왔습니다. 가게 한켠에서 따로 초벌 구이를 해서 내어주셨습니다. 먹는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한참 구워제끼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좋지요. 파는 입장에서도 각 테이블 마다 돌아다니며 구워주는 것보다는 한번에 초벌을 해서 내는 것이 이득일테구요. 고로 윈윈 전략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거의다 구워져 나온 것 같기는 한데, 조금만 더 익혀서 먹기로했습니다. 왜냐면 사진 찍을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찍을때는 몰랐는데 다음 날보니 초점이 흔들린 케이스. 썸네일로 쓰려고 찍은 건데 아쉽게 됐습니다. 흑

 

이미 술 좀 먹어서.. 초점은.. 흑

자 이제 슬슬 시작해봅니다. 막창은 쫄깃합니다. 원래 막창은 쫄깃한 식감이 매력인데 내고향막창의 막창들은 그 매력을 도드라지게 살려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에 퍼지구요. 곧 소주도 한 잔 캬 때리게 됩니다. 

 

도넛모양 막창도 있다면 이런 곱창모양 막창도 있습니다. 둘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잘 살아있어요. 

그런데 사실 내고향막창의 막창은 돼지 잡내가 없다고 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잡내'를 풍미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그 돼지 특유의 야성적인 꿉내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있거든요. 아주 깔끔한 막창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불호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호감이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거칠은 맛이 살아있어요.

 

물론 그런 풍미라도 계속 먹다보면 질릴 수 밖에 없겠지요.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책들이 구비되어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저기 보이는 하얀 무채입니다. 사장님께 맛있게 먹는 법을 여쭤보니 무채를 강추하시더라구요. 

 

이렇게 깻잎 위에 막장을 살짝 찍은 막창과 무채 그리고 고추를 올리고 한 입에 먹으면, 쫄깃한 막창의 식감과 구수한 지방맛을 중심으로 무채와 고추가 밸런스를 더합니다. 무채는 쨍하게 새콤달콤한 편인데요, 일견 유치한 맛 같기도 하지만 강렬한 맛의 막창과 만났을때 지지 않고 맞서며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아삭한 식감으로 쫄깃함 식감과 대비를 이루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막창의 지방맛을 잘라 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 뒤에 은근하게 매운 고추가 이어 따라오니, 사실 이렇게 먹으면 그 잡내도 그닥 느낄 수 없어요. 

 

완전히 강렬한 맛 두 개, 막창과 무채가 서로 맞서면서 내는 밸런스가 깻잎 향 위에서 펼쳐집니다. 이렇게 먹으면 쉽게 물리지가 않죠.

 

사실 이렇게 음식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맛있게 먹었다는 것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사진을 세세하게 찍어서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자꾸 생기더라구요.

 

계란밥 (3,000원)

제가 이 집에서 막창보다 맛있게 먹은 메뉴가 있었는데요, 바로 계란밥입니다. 막창 먹다보니 맛도 괜찮고, 사장님도 아까 계란밥을 추천하시던 것이 생각나 그냥 소주 주문하는 겸에 괜히 같이 하나 시켜본 것입니다. 안 시키고 넘어갔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습니다. 

 

일단은 이렇게 싹싹 비벼 놓구요. 이따 막창이랑 함께 먹어봐야겠지요?

 

그야말로 완전한 한 숟가락입니다. 앞서 무채 맛이 쨍하다고 말씀드렸었죠. 사실 그래서 깻잎에 먹을때는 막창의 지방맛과 무채의 새콤달콤함의 밸런스가 딱 5대5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밸런스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허나 저에게는 다소 지방맛이 모자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막창은 고기고 고기면 지방맛이 좀 나야 고기답잖아요. 아무튼 그 모자른 지방맛을 바로 계란밥이 채워줍니다. 특히 그 꼽꼽하고 고소한 계란밥의 지방맛이 막창의 쫄깃함과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폭발시킵니다. 거기에 무채의 상쾌함까지 가세하니.. 크 이만한 안주가 또 어딨을까요. 

 

틀린그림찾기

물론 계란밥은 원래 맛있는 것이 정상이지만, 내고향막창의 계란밥은 유독 특별했던 느낌입니다. 이미 술이 취해서 기분 좋아 그렇게 느꼈던걸까요..?

 

김치도 맛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잘 기억 안 나는데 옆에서 맛있다고 해서 그냥 찍었습니다. 김치 먹을 시간에 계란밥 한 숟갈 더 먹는 것을 저는 선택했습니다.

 

막창 (1인분, 13,000원)

뭔가 술도 애매하게 남았고 그래서 아쉬우니 막창을 1인분 더 주문했습니다. 

 

계란밥 (3,000원)

계란밥도 다시 한 번 더 청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 소주도 꽤 마셨구요. 이 날 계란밥의 그 꼽꼽한 향은 한동안 또 생각날 것 같네요. 다 먹고 나가는데 사장님이 호다닥 달려오셔서 페브리즈까지 뿌려주시더라구요. 은근히 별거 아닌데 이런거 챙겨주시니 또 한번 더 식당에 호감이 갑니다.

 

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났더니 굉장히 칭찬 일색이네요. 사실 이미 저는 꽤 취한 채로 갔기에 정상적인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점 다들 참작해주시길 바라면서.. 저도 다음에 맨정신으로 다시 들려보고 싶습니다. 맨정신에서 다시 막창을 곰곰히 먹어보며 처음부터 취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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