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츄, 신촌 - 굵직하고 묵직한 돈코츠 라멘

한동안 라멘을 멀리했습니다. 그러려고 그랬던 것은 아닌데 요즘 들어 통 라멘 먹으러 다니질 않았더라구요. 마침 신촌에도 볼 일이 있겠다 돈코츠라멘으로 유명한 '부탄츄'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간만에 찐하고 꾸덕한 돈코츠로 배에 기름칠 좀 해봤던 이야기입니다.

 

현대백화점 뒤편 부근, 미분당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부탄츄 신촌점. 

 

금요일 7시 30분쯤 방문했더니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웨이팅까지 해가며 먹고 싶지는 않아 다른 식당을 찾아보려던 찰나 마침 자리가 나서 입장했습니다. 

 

가게 내부는 북적북적했습니다. 손님이 많아 따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부탄츄의 실내는 여느 라멘집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일반 음식점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내도 넓고 테이블 위주의 좌석에,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도 여럿 두고 있습니다. 카운터 좌석 위주로 점원 한 두명이 운영해서 조용하게 빠르게 먹고 떠나기 좋은 보통 라멘집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부탄츄의 실내는 조금 정신 사나웠습니다. 틀어 놓은 음악도 그렇고 요란한 인사 소리도 그렇고 아마 가게 컨셉 자체가 그런 것 같기는 했습니다. 

 

부탄츄의 라멘은 베이스부터 토핑까지 이것저것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습니다. 저야 입맛대로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또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이런 걸 곤란스러워 할 수도 있겠습니다.

라멘 육수 베이스는 네 가지인데 모두 돈코츠이지만 진함/연함과 간장(타레)/소금(시오)의 차이가 있습니다. 메뉴판에 꽤 잘 설명되어 있으니 알아서 취사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면은 세 가지로 호소멘, 치지레멘, 드래곤 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통 돈코츠에는 얇은 호소멘이 자주 쓰이는 데 '부탄츄'의 오리지널 면은 아주 굵은 드래곤멘입니다. 치지레면은 꼬불면으로 중간정도 굵기로 보통은 미소라멘에 주로 쓰입니다. 토핑같은 경우는 소스, 마늘, 숙주, 파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싹다 보통이 가장 간편하고 무난하겠지요.

이 날 제 선택은 가장 진한 토코 돈코츠 베이스에 오리지널 면인 드래곤멘을 넣고, 소스와 마늘은 보통, 숙주와 파는 조금 넣었습니다. 이게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취향대로 넣은 것입니다. 아 그리고 실속 세트로 일본식 볶음밥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넓은 주방에서 점장님이 계속 라멘을 끓여내십니다. 진한 돼지 육수의 꼬릿한 향이 가게 전체로 퍼집니다. 

 

일본식 볶음밥 (2,500원, 라멘에 추가 시)

사이드로 선택했던 일본식 볶음밥이 먼저 나왔습니다. 일본 음식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항이라고 부르는 그 볶음밥입니다. 저 역시 아는 척 좋아하기에 차항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아무튼 차항은,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일본의 중국식 볶음밥으로, 한국에서 부를때는 일본식 중국식 볶음밥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한국식 중국식 볶음밥과 뭐가 다른지는 아직 추적 중에 있습니다. 

 

밥만 들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중간중간에는 고기도 들어있습니다. 아마 타레(간장) 소스에 절여져서 나온 듯. 

 

기름지게 잘 볶아졌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다만 쌀에 찰기가 너무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그건 어딜가나 다 그러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라멘이 나온 후에 스프와도 함께 먹어봤는데, 그렇게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고기 자체에 간이 좀 되어 있어서 스프에 넣고 말아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살짝 스프 적셔서 먹으면 천국.

 

토코 돈코츠 라멘 (7,500원)

부탄츄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진한 돈코츠 라멘이 나왔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걸쭉함이 느껴지네요.

 

세아부라(돼지 비계 갈은 것)도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상당히 기름질 예정.

 

이렇게 기름져보이는데 과연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름기에 입이 물리기 전까지는 겁나 맛있게 먹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걸쭉한 국물을 우선 한 스푼 떠서 먹어봅니다. 생각보다 염도는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하지도 않아요, 아직까지는. 직관적으로 맛있는 찐한 돼지 국물입니다. 

 

거의 칼국수 만치 굵은 드래곤면입니다. 대부분의 돈코츠 라멘이 아주 얇은 호소멘을 택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부탄츄의 드래곤멘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라멘을 떠나서, 보통 기름지고 묵직한 육수에는 굵은 면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 선택이 일반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되려 돈코츠 라멘이 일반적인 국수요리의 시각에서는 독특한 것인 것 같기도 하구요. 

 

뭐가 일반적이고 뭐가 독특한 지는 솔직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뭐가 됐든 맛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것이 저의 면 철학입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부탄츄 라멘에서라면 굵은 면보다는 얇은 면이 좀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면 표면이 상당히 거칠고 다소 반죽스러운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면이었습니다. 면 식감과 육수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부탄츄의 육수는 확실히 흔치 않습니다. 묵직하다는 표현이 굉장히 어울립니다. 그릇 밑바닥부터 육수를 몇 번 저어보면 고깃가루 같은 것이 잔뜩 끌려나오는데 이게 또 맛의 한축을 담당합니다. 감칠맛을 우직하게 끌어올리면서 라멘 맛 자체를 단조롭지 않게 만드네요. 

 

차슈는 차슈입니다. 크게 특별할 것은 없으나 면과 함께 먹으면 언제나 그렇듯 맛있는 차슈.

 

계란은 제가 실수로 면 밑에 묻어놓고 잊어 버렸다가 한참 뒤에나 꺼내서 먹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노른자가 국물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라멘 계란 반개만 주는 집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정도로 맛있으면 반개만 줘도 인정입니다. 

 

부탄츄는 무료로 면추가가 가능합니다. 면추가 가능한 집은 많지만 그래도 부탄츄의 면추가가 더욱 반가운 이유는 아까 먹었던 것과 다른 면을 고를 수 있다는 점. 저는 얇은 호소멘을 골랐습니다. 역시 금방 삶아져 나오네요.

 

추가 면을 넣어주었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됩니다.

 

하지만 면들이 너무 엉켜있었다는 것.. 다소 아쉬웠습니다. 

 

볶음밥에 돈코츠 라멘에 면 추가까지해서 먹었더니 사실상 한 자리에서 세 그릇의 요리를 먹은 느낌입니다. 이러고도 가격은 겨우 만원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정말 개이득이야

아무튼 배불러서 스프는 조금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든든한 한 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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