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미분류 음식 편 - 1

미국은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자연스레 음식도 다양합니다. 단일 민족 국가인 한국과는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여길봐도 한식 저길 봐도 한식입니다. 물론 문화 영향력이 큰 나라들 음식이야 한식이 아니어도 종종 접할 수 있지만 그리스 음식, 페루 음식, 엘살바도르 음식 같은 것은 서울에서도 찾기가 힘듭니다. 

처음 미국에서 갔을 때는 그래서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있다니. 새로운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는 거의 천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게 찍어 놓은 음식 사진들을 하나 둘 기록하려 하는데, 이 음식들은 보통 제가 생각하던 분류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에 넣기도 애매하고 저기에 넣기도 애매한, 미국에서 먹었던 미분류 음식들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맛없게 생겼는데 맛있었던 피자빵, 기내식
별로 맛있게 못먹었던 기억밖에 없음, 메뉴가 뭐였는지도 모르겠음

미국가는 비행기에서 먹었던 기내식입니다. 에어 차이나를 탔는데, 음식맛은 차치하고 비행기가 워낙 시끄러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원래 시끄러운 곳에서 먹는 음식은 맛있을 수 없는 법. 그래서 맛있게 못먹은 기내식입니다.

아 위에 있는 피자빵은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경유하던 비행기에서 먹은 것인데, 그 비행기는 나름 양호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피자빵은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날 먹었을 때는 분명 별로 였는데..

미국에 처음 도착해 먹은 첫 식사입니다. 미리 엘에이에 도착해 있던 룸메가 동네를 산책하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을 보고 제가 도착하면 데려가려고 점 찍어 둔 곳입니다. 아마 상호는 잔코우 치킨(Zankou Chicken)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르메니아/지중해식 음식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먹었던 것은 아마 치킨 피타 랩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치킨을 피타라고 하는 그리스식 토르티야에 싼 것입니다. 이 날은 오랜 비행으로 피곤하기도 했고, 같이 나왔던 콩이 뭔가 입에 안 맞기도 해서 별로 맛있게 먹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미국을 떠날 때 쯤 회사 행사에서 점심으로 이 잔코우 치킨의 치킨랩이 다시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입니다. 잔코우 치킨이라는 것을 모르고 너무 맛있게 먹은 뒤, 이거 어디서 샀냐고 동료에게 물어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입맛이 변한건지, 아니면 처음 잔코우 치킨을 들렸던 날 요리사의 컨디션이 별로였던 것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습니다.

 

빵과 소세지는 독일음식, 다른건 내가 시킨거 아니라 기억안남
그냥 소스 묻은 쏘세지와 빵 맛

LA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그랜드센트럴마켓에서 먹은 독일 음식입니다. 그랜드센트럴마켓은 아마 LA를 여행하게 되면 꼭 들리게 되는 곳일 겁니다. 그래서 저도 도착한지 이튿날에 들렀던 것입니다. 사실 여기 제일 유명하고 맛있는 것은 에그슬럿이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몰라서 그냥 줄 안 서는데 가서 아무거나 사온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맛이 없었습니다. 맛있는게 많은 미국이지만 막상 맨처음 갔을 때의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맥주도 먹으려고 샀는데, 야외에 있는 파라솔에서 먹으니까 경찰이 와서 들어가서 먹으라고 혼냈던 기억도 납니다.

 

부르스타도 아닌 것이 아무튼 계속 끓음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깊어져서 좋다

미국에는 국물 음식이 잘 없습니다. 저는 사실 국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상관없었는데, 일행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들렀던 나베와 전골과 찌개의 사이쯤 되는 퓨전 국물 음식을 파는 식당입니다. 고수도 들어가고 토마토도 들어가고 양고기도 들어가는 음식이었습니다. 혼종같지만 또 막상 끓여서 먹어보면 맛있는 그런 음식입니다. 한식점이 없는 패서디나에서 한식이 먹고 싶을 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던 곳입니다. 가격은 좀 나갔음.

 

포케, 사진 90도 돌아갔다

LA 아트 디스트릭트 주변에 있는 한인마트에서 먹은 포케입니다. 영어로 열심히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점원이 한국인이어서 뻘줌했던 기억이 납니다. 포케는 원래 하와이 음식입니다. 그래서 미국음식편에 넣을까 했는데, 뭔가 다른 미국음식들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아서 미분류 음식으로 빼게 되었습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입니다.

아무튼 포케는 미국와서 처음 먹어봤는데,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음식입니다. 큐브모양으로 잘라낸 생선회를 푸짐하게 넣고 미역줄기, 생강절임, 양상추, 아보카도 같은 것들을 잔뜩 넣고 스까먹는 음식입니다. 설명만 들었을때는 그게 무슨 고급개밥이야 싶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은 먹도 질리지 않을 고오급 음식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날 먹으면서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럽느낌내고 싶어서 삼
동행자는 커피사러 보내고 나는 사진 찍었음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에서 먹은 이것저것입니다. 위의 햄과 샌드위치는 그냥 지나가다가 괜히 먹어보고 싶어서 산 것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유럽느낌이 났기 때문입니다. 주먹밥과 새우튀김은 페리 빌딩 한켠에 있는 일식집에서 산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들 사가길래 저도 한번 사본 것인데, 단언코 저 새우튀김은 우주제일입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그런 새우튀김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냥 새우 살만 꺼내서 튀겨 놓은 것입니다. 우선 새우 튀김의 꼬리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꼬리를 제 했다는 것 만으로도 플러스 요소가 많고, 새우도 튼실하고 아무튼 먹어보면 개쩌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햄도 맛있었습니다. 먹다가 목맥혀서 커피 사와서 같이먹었는데 엄청 잘 어울림.

 

이렇게 작은데 9불이라구요? 텍스도 따로 내라구요?
새우튀김은 여전히 맛있긴 했음

맛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냐면, 샌프란 여행의 마지막날 다시 그 일식집에 들러 포케와 새우튀김과 야채튀김을 다시 먹기로 했습니다. 포케는 포케니까 맛있을 거 같아서 골랐고, 새우튀김은 저번에 먹었을 때 정말 개쩔었기 때문에, 그리고 야채튀김은 제가 야채튀김에 대한 이상한 호감 같은 것이 있어서 시켰습니다. 그 호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제가 군대 시절에 생긴 것으로, 모두가 싫어하는 야채튀김을 저 혼자 좋아해서 취사병에게 부탁해 잔뜩 얻어다 밥도 비벼먹고 했었던 그런 추억에 의한 것입니다.

아무튼 이 날의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아쉬웠습니다. 포케는 가격은 비싼 주제에 건방지게 양도 적으면서 생선도 연어 밖에 안들었고, 튀김들은 튀긴지 좀 오래됐는지 전체적으로 눅눅했던 것입니다. 그 중 특히 야채튀김의 상태는 군대에서 먹던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좋은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둘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할랄가이즈, 고기를 제껴보면 밥이 있다. 근데 밥알 색깔이 주황색

LA에서 먹은 할랄 가이즈입니다. 회사에 친구가 없던 시절, 점심 시간에 혼밥하러 나와서 먹은 것입니다. 나중에 뉴욕가서 본점 할랄가이즈를 먹고 나서 느낀 것인데, 뉴욕 이외의 곳에서 할랄가이즈를 사먹는 것은 조금 아까운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는 겨우 8불하는 것이 뉴욕 바깥의 프랜차이즈에서는 13불쯤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싹싹 밥알 한 톨 안남기고 다먹었습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밥알도 얇은 주제에 숟가락을 안주고 포크만 줬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어떻게 먹지 싶었지만 결국 먹고자하는 마음이 있느니 다 먹게 된 것입니다.

 

피타가 은근히 뭐 싸먹기 좋아서 한국에도 많이 팔았음 좋겠다는 생각

산호세에서 먹은 피타랩입니다. 여기도 무슨 마켓같은 곳이었는데, 워낙에 음식 선택지가 많아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사먹은 것입니다. 그닥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또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은 아니니 경험했다는 셈 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인상깊지않았으나 요새들어서는 종종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이태원 가면 비슷한 것을 팔기는 하는데 보통 토르티야에 싸주기에 조금 아쉽습니다.

 

양은 많아도 혜자는 아니다. 왜? 가격이 개비쌈

산호세에서 먹은 포케입니다. 굉장히 피곤하던 찰나에 먹은 것입니다. 양이 꽤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남기면 집에 들고가야하는데 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 어지간하면 다 먹고가자는 마인드였습니다. 그래서 다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남겼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안남

 

소스는 요거트인데 은근히 고기랑 밥이랑 야채에 잘 어울림
사진을 계속 쳐다보니까 가격이 기억남, 16불

LA에서 제가 살았던 곳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내려가면 USC라는 대학이 있었습니다. 여기 대학교를 참 잘해놨는데, 아마존도 있고 타겟도 있고 트레이더 조스도 있고 그래서 종종 들리곤 했습니다. 이 날은 아마존에 반품할게 있어서 들린 김에 먹은 점심입니다. 지중해식 음식이었습니다. 보울에 밥넣고 고기넣고 이것저것 뿌린 것입니다. 일종의 비빔밥으로 치폴레, 포케와 비슷한 종류입니다. 미국 친구들은 참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 이 날 따라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오렌지 주스도 시킨 모양입니다. 미국에서 음료까지 시키면 가격이 너무 올라가서 웬만하면 자제하는 편이었는데 이날은 왠만한 날이 아니었나 봅니다. 

 

미국놈들 다른건 다 큰 데 굴은 쪼그만해
태어나서 먹은 스프 중 체고다 체고
생선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샌프란에서 먹었던 굴과 스프와 생선요리입니다. 이때 무슨 셰프위크인가 뭔가 하는 주여서 원래 가격보다 싸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굴은 따로 시킨 것이고 스프와 생선요리만 해서 인당 25불을 주었습니다. 물론 팁과 세금하면 30불 넘어버림. 

그럼에도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열라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프는 감자스프였던 것 같은데 왜 녹색이 나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스프맛 뒤에 따라오는 신맛이었습니다. 그 앞에 있던 맛을 새콤한 맛이 잘라주기에 끝없이 스프가 들어갑니다. 신맛이 없었다면 조금 느끼했을 수도 있을 맛이었는데 덕분에 질리지 않고 끝까지 비울 수 있었습니다. 할 수만 있었으면 한 그릇 더 리필했을 듯. 뒤따라 나오는 생선요리는 마히마히를 구운 것과 콜리플라워 구운것 그리고 호박소스였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와 나 기억력 되게 좋은듯. 암튼 생선 굽기가 기가 막혔습니다. 한국에서 잘 볼수 없는 느낌의 생선 요리입니다. 생선 스테이크 느낌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생선이 이렇게 두툼하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 이런 류의 생선요리를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가 맨날 싼 음식점만 다녀서 못 먹어본 거일 수도 있음. 조금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소스가 좀 달았다는 것입니다. 호박소스와 더불어 아마 귤이었나 뭔가도 들어간 소스도 있었는데, 그게 과도하게 달아서 막판에는 입이 조금 피로해졌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처음에 먹었던 굴, 저는 한국에서 먹던 굴처럼 엄청 큰 거 인 줄 알고 4개만 시켰는데, 알고보니 양키 굴은 열라 작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석화를 생각했던 제 잘못이었습니다. 다른 테이블보니까 한 20개씩 시켜먹음.

 

그 이게 뭐하는 음식이었더라
처음 보는 종류지만 맛은 있었으니까
그럼 된거지 뭐

패서디나에서 LA로 이사를 한 후, 갑자기 패서디나에 볼 일이 생겨 들렀다가 먹은 점심입니다. 음식점을 추천해준 친구가 "거기는 태국음식과 뭐랑 뭐랑 퓨전인 음식은 내는 곳이야"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음식 정체성에 대해서는 파악 중에 있습니다. 암튼 먹을 만은 했습니다.

 

아사히 보울, 밑에는 아이스크림이 숨어있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으로 먹었던 아사히 보울입니다. 브라질 음식이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너 아시히 보울 먹어봤냐길래, 안 먹어봤다고, 그럼 먹으러가자고, 그래서 갔던 곳입니다. 일단 가서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점은 여기는 점심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디저트치고는 양이 좀 많고 밥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아이스크림이고 그런 느낌의 곳입니다. 과일은 또 이빠이 많습니다. 건강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식당입니다. 약간 당황하다 먹기 시작하려니까 동료 중 한명이 그래놀라를 뿌려주어 더욱 든든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든든하지는 못했는지 저희는 아사히 보울을 다 먹자 마자 근처 칼스주니어로 직행하여 햄버거를 하나씩 사먹었습니다.

 

푸푸사, 아는 척하기 좋은 음식

엘살바도르 전통 음식인 푸푸사스입니다. 제가 살던 피코유니언 주민 중 엘살바도르 사람이 대다수인 이유로, 저희 집 주변에는 푸푸사스 맛집이 많았습니다. 푸푸사스는 일종의 전병입니다. 안에는 콩이나 치즈, 고기가 들어가고, 절인 양배추인 쿠르디토를 뿌려서 먹습니다. 왼편에 있는 것 중 빨간 소스 밑에 깔려있는 것이 쿠르디토도 오른쪽의 호떡같은 것이 푸푸사스입니다. 푸푸사스 위로 쿠르디토 쭉 올려서 대강 찢어 먹으면 됩니다. 독특한 음식이라서 엘에이 떠나기전에 꼭 먹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먹은 것입니다. 간편하게 한 끼 때우기 나쁘지 않습니다.

 

살타도, 기름에 절여진 감자튀김이 인상적
페루음식 이럴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랴
알파호르, 와 이거 맛있음 수입하고 싶음

제가 회사 동료들에게 마지막 식사로 먹자고 졸라서 먹은 페루 음식입니다. 사실 제가 조르려고 조른 것은 아닌데 상황이 어쩌다보니 제가 조른 것 같이 된 모양새가 되어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그냥 먹으러가자 조르게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먹어보지 못할 음식인것 같아서 꼭 먹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먹은 것은 살타도 입니다. 잘은 모르겠고 그냥 고기 왕창해서 야채랑 감자랑 볶아낸 것입니다. 원래는 세비체가 먹고 싶었는데, 1인분으로 시키기가 애매해서 시킬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동료들 말로는 LA의 페루비안 푸드는 완전 정통 페루 음식이라기 보다는 일본 음식이랑 조금 퓨젼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디가 퓨젼됐는지 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설명을 한 세 번은 들은 것 같아서 기억이 나서 적어봅니다. 잠깐 구글링해본 결과 아마 세비체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디저트로는 알파호르를 먹었습니다. 슈퍼바이저가 사서 하나 먹어보라고 준 것입니다. 적당히 달달하고 과자 전체가 부드러워서 맛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무역업을 할 기회가 생기면 이 음식부터 수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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