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 리, 장승배기 - 칼칼한 쌀국수, 달달한 반미

물론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일전에 장승배기역 주변의 쌀국수집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주 여성들이 운영하는 '아시안 보울'이라는 식당이었죠. 그곳도 괜찮은 쌀국수를 내지만, 사실 장승배기에서 제일 유명한 쌀국수집은 바로 '사이공 리'입니다. 초유우명 블로거 비밀이야 아조시의 입소문을 타기도 하고 수요미식회에 나오기도 하면서 꽤 유명세를 탔었던 가게인데, 정작 그 주변 사는 저는 한 번도 들러본 적 없는 식당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가보고 싶단 생각에 두 번 쯤 방문하고 올리는 포스팅이 되겠습니다. 

 

'사이공 리'는 장승배기에서 노량직 내려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이 골목에 이런저런 가성비 맛집들이 꽤 숨어있습니다. 예전에 포스팅했었던 해물포차꼴통도 여기 위치하고 있습니다. 술 먹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지라 또 언제 이쪽 지역 식당들을 포스팅하게 될지는 몰라도 아무튼 언젠가는 하게되겠죠? 나름 저만의 숙원 사업입니다.

 

메뉴판은 따로 제공하지 않고 주방 윗편에 큼지막하게 그림과 함께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다른 쌀국수집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가격은 꽤 저렴한 편. 몇년전만 했어도 가격은 훨씬 더 저렴했던 모양이더라구요.

 

내부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테이블 6~7개 수준으로 종종 웨이팅이 걸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동네 주민들이 포장으로도 많이 방문합니다. 

 

쌀국수 (6,900원)

쌀국수는 굉장히 금새 나왔습니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비주얼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사이공 리'의 쌀국수의 맛을 설명하는 가장 큰 두 축은 달큰함과 매콤함입니다. 쌀국수 특유의 소고기 육수 향은 그 존재감이 비교적 뒷편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다른 쌀국수 집들과는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소 육수가 깐 멍석 위로 달큰함과 매콤함이 두드러집니다. 그 중에서도 고추에서 올라오는 얼큰한 매콤함이 더욱 우위를 점하는데, 달큰한 맛과 꽤 밸런스를 맞아 떨어지는 편입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저도 이 쌀국수의 매콤함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매콤함보다는 칼칼함이 좀 더 어울리는 형용사겠습니다. 사실 한 친구가 이 곳의 쌀국수를 전반적으로 너무 달다고 평했어서 저도 다소 걱정했었는데, 제 취향에서 이곳의 단맛은 그리 유치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칼칼한 매운맛이 균형을 강하게 바로 잡아줬기 때문이겠죠. 

 

면 같은 경우는 딱히 인상에 남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냥 저냥 튀지 않는 무난한 면. 

 

고기 역시 식감과 감칠맛으로 쌀국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지만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쌀국수에 들어가는 무난한 소고기의 맛. 

 

어느 정도 먹다가 뭔가 잊었다는 느낌에 다시 접시를 살펴보니 고수가 없습니다. 사실 '사이공 리'의 쌀국수 육수는 다른 쌀국수에 비해서 고수의 도움이 덜 필요한 편입니다. 고추가 칼칼한 맛으로 쉽게 물릴 수 있는 달큰함과 육수 맛을 잡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약간의 공백이 느껴져 고수를 부탁드렸습니다. 넣고 나니 훨씬 더 완성된 맛. 한국 쌀국수 집에서 고수가 디폴트 고명으로 나올 수 있게 될 날이 올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남은 쌀국수도 마저 후르륵 찹찹 했습니다.


앞서 보신 것은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했을때는 반미를 먹었습니다. 반미 하나로는 포스팅하기에 사진 양이 모자라서 재차 찾아갔던 것. 

 

이 때는 창문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는 혼밥석에서 식사했습니다. 혼자 갔기 때문입니다. 

 

반 미 (5,900원)

이 날 주문했던 것은 반 미 입니다. 베트남 샌드위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쌀국수도 그렇지만 베트남 음식의 대다수는 식민 통치를 했던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바게트를 이용하는 반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양빵인 바게트에 베트남 재료들을 넣은 샌드위치입니다.

 

이름이 반미라서 참 여러 드립들이 떠오르는데 뭘 해도 진부할 것 같아서 그냥 참고 넘어가겠습니다. 흑흑

 

'사이공 리'의 반미는 계란과 돼지고기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돼지를 골랐습니다. 생각보다 고기가 꽉 차있는 편입니다.

 

쌀국수와 마찬가지로 반미 맛도 달달함과 매콤함이 주가 됩니다. 물론 국물요리인 쌀국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달달함이 전면에 선다고 표현해야겠습니다. 그 단 맛을 잡기 위해서 다른 새콤매콤한 재료들이 동원되는 모양새입니다.

 

쌀국수 국물도 서비스로 나오네요. 서비스 육수에 칼칼한 맛은 들어가지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게트라서 입천장 다 까져욧 ㅠㅠ

점심으로 먹기에 참 좋은 샌드위치겠습니다. 달달하고 간편하고 고기도 들어갔고 맛도 좋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저는 이걸 저녁으로 먹었다는 것.. 먹고나서도 계속 배고팠다는 것. 뭐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요, 동네 주민들에게 이만한 베트남 음식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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