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때웠던 끼니들: 下편

6박 7일의 여행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먹고픈 것도 많고 보고픈 것도 많은데, 오직 시간만은 많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그때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 뿐. 上편에 이어 파리에서 즐겼던 시간을 마저 기록해볼 것입니다.

 

블루치즈 햄버거
크리미하고 적당히 먹을만 했음

역시나 구글 리뷰만을 믿고 찾아간 식당입니다. 햄버거를 전문으로 하는 곳. 리뷰에 적혀있기로는 나름대로 꽤 인기가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주문했던 것은 블루치즈 버거였습니다. 고약한 냄새로 유명한 블루치즈를 시도해보고자한 것인데 생각보다 그닥 냄새가 구리지 않아서 그냥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냥저냥 적당히 구수한 냄새로 먹을만 했습니다. 하긴 우리는 청국장의 민족이니까요.

 

프랑스에서 먹는 프렌치 프라이도 괜찮더라구요

동행자가 이 식당에서 먹었던 메뉴는 타르타르 였습니다. 타르타르란 대강 프랑스식 육회라고 이해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광장시장에서 먹는 육회 마냥 생고기에 날계란이 올라 나옵니다. 뭐 굳이 차이를 찾자면 타르타르 쪽은 좀더 다져졌으며 이런저런 채소들도 섞여있다는 점 정도가 있겠습니다. 마치 햄버거 패티 굽기 전의 모습 같습니다. 아니면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후쿠오카 함박이 갓 나왔을때의 모습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맛은 사실 엄청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딱히 거부감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조기 육회 교육 덕택인 듯 합니다.

 

갓갓바이스

이 집에서 가장 훌륭했던 메뉴는 바로 맥주. 에델바이스 맥주를 생맥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한국에서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시켜본 것인데, 캔맥주로 먹던 것보다 1.5배정도는 더 맛있습니다. 원래 에델바이스 캔맥주가 엥간한 한국맥주보다 1.5배 맛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델바이스 생맥주는 한국맥주보다 1.5를 제곱한 것 만큼 더 맛있는 셈입니다.  

 

안에 뭐들었지..
기억이 안나.. 연어인가

베르사유 궁전을 가는 길에 아침으로 먹으려고 산 샌드위치들입니다. 라 데팡스 역에 있는 아무 빵집에서나 산 것인데, 기억 속에서 사라진 상태였다가 이 사진을 보고서야 다시 기억이 났습니다. 하지만 안에 뭐가 들었었는지, 맛은 어땠는지는 여전히 불명. 노트라도 해놓을 것을 그랬습니다. 

 

국물 되게 찐해보이기는 하다

프랑스에 왔으면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주는 것이 국룰이라는 소문을 듣고 들린 것입니다. 베트남을 식민 지배 하느라 파리에도 쌀국수 맛집들이 생겼다는 스토리인데, 도쿄에 비빔밥 맛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은 없어서, 납득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머리 속에 큰 인상이 없는 걸로 보아서는 그냥저냥 그랬던 모양입니다. 이미 미국에서 너무 훌륭한 쌀국수를 맛본 뒤여서 그럴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짜조는 맛있었던 듯
막걸리 줄 거 아니면 안 먹을래

그러나 이 친구는 상당히 인상에 남습니다.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여서 그렇습니다. 반 쎄오라는 음식인데, 그냥 기름 잔뜩 머금은 부침개 같습니다. 아무래도 낯선 땅에 왔으니 좀 낯선 음식을 먹어보자는 마인드로 메뉴판에 있는 음식 중 가장 이름이 생소한 것을 주문했던 것인데, 전혀 생소하지 않은 우리 민족의 음식이 나온 것입니다. 뜬금없는 부침개 등판으로 저는 다소 혼란스러웠고, 정작 맛을 보니 기름기가 지나치게 낭낭한 나머지 도무지 끝까지 먹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미국 생활 1년, 파리 생활 6일을 통틀어 음식을 이렇게 많이 남겨보기는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프랑스 찹쌀떡

유사 부침개는 남겼으니 디저트라도 남기지 않고 알뜰살뜰하게 다 먹었습니다.

 

햄버거가 짱인거시에오

결국 그 날 저녁의 실패는 집에 오는 길에 파이브 가이즈에서 햄버거를 사오며 달랬습니다. 사실 배가 고팠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파이브 가이즈이기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사 먹은 것입니다. 먹기 전까지만 해도 배가 너무 부르다 싶었는데 막상 먹으니까 엄청 잘 들어갔음.

 

어니언 스프지만 어니언 맛은 별로 안났던 듯

한국으로 돌아가기전 파리에서 먹은 마지막 끼니입니다. 이때는 그냥 코스 요리 비스무리한 것을 주문했던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나왔던 것은 어니언 스프. 이걸 꼭 먹어봐야 한다는 것이 네이버 블로거들의 중론이었던지라 저도 시도해본 것입니다. 엄청 맛있다!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뜨끈하게 먹기 좋았습니다. 그 때가 한여름이 아니었더라면 더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달팽이라고 해서 뭐 되게 특별한 줄 알았는데요
달팽이 = 프랑스 다슬기

이건 개인적으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요리입니다. 바로 에스카르고 입니다. 달팽이 요리. 왠지 프랑스에 왔으니 이런거 한 번 먹어줘야 사람들에게 자랑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 그리고 사실 이때쯤 한창 스마트폰으로 음식 만드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하필 거기서 에스카르고가 주 메뉴로 나오는 지라 매번 만들기만 하고 먹지는 못하는 것이 억울해 주문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맛은 그냥 골뱅이 맛이었습니다. 프랑스 사람이라고 해서 무슨 말도 안되는 맛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날이기도 합니다.

 

맛은 상당히 안정적이야

이것은 아마 오리 콩피입니다. 낮은 온도의 기름에서 오리를 끓여내는 요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역시 프랑스에 왔으면 꼭 먹어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주문한 것입니다. 오리를 이런 식으로 조리한 것은 처음이라 재밌었습니다. 다만 껍데기 부분이 좀 많이 질기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스테끼
소고기면 뭐 다 맛있지

메인 메뉴로 나온 스테이크입니다. 그냥 아웃백에서 먹는 스테이크나 비슷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진짜 맛있었으면 먹다가 중간에 단면도 찍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달고나 시러욧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크림 브륄레입니다. 밑에는 커스터드 같은 것이 들어 있고 그 위를 설탕 녹인 것이 감싸고 있습니다. 수저로 딱 쳐서 깨뜨려 먹는 디저트입니다. 그냥 달고나 맛 나는 디저트입니다. 저는 어릴 적 달고나 먹고 크게 아픈 적이 있어 달고나 냄새만 맡아도 역해하기 때문에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먹긴 먹었음

 

이거 상징적이네요

이것은 샤베트입니다. 레몬 맛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파리에서의 식사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다음에는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는 이야기.

 

빵 맛있겠다
닭도리탕인가요
오 이거 별로였던 것 같음
먹다가 생각나서 찍음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기내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터키 항공을 탔습니다. 누가 준 상인지 몰라도 아무튼 최고의 기내식 상 같은 것을 여러번 수상했다는 것 같았는데, 나름 먹을 만은 했습니다. 기내식을 한 끼 한 끼 해치울 때 마다 결국 이 꿈결같던 시간이 점점 끝나간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으면서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분량 조절 실패로 파리에서 때웠던 끼니들 하 편은 상 편보다 훨씬 짧습니다. 정확히 반반 나누고 싶었는데 역시 세상일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다음에 여행을 가면 더 다양하게 먹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블로그에 넉넉하게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뭐 좀 있어보이는 말로 끝을 내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졸려서 불가능

 

2020/02/07 - [시리즈물/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 파리에서 때웠던 끼니들: 上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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