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 학동역 - 어향동고, 간짜장 그리고 군만두

간혹 중식이 강렬하게 땡기는 때가 있습니다. 기름지면서도 자극이 있는 요리가 먹고 싶을 때 그러면서도 평범한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을 때가 바로 중식을 먹기에 가장 좋은 때입니다. 쎈 불에 화륵 볶아낸 새콤매콤한 요리로 가득찬 중국집의 메뉴판을 고르는 일 만큼 행복한 고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간만에 중식이 땡겨 최근 눈여겨 봐뒀던 7호선 학동역 부근의 홍명으로 향했습니다.

 

벌써 3월인데 아직도 어딘가 모르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원래는 예약을 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집인데 이 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때문인지 아주 한적했습니다. 요새 식당들 대부분 다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어서 이 피폐한 시기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겠습니다.

 

역시 중국집 메뉴판인 만큼 종류가 다양합니다. 원래 이 곳은 간짜장과 군만두가 상당히 유명하다고 알고 왔는데, 이 날 제 픽은 거기에 어향동고까지 추가해서, 어향동고, 간짜장, 군만두를 주문했습니다. 이제 안 사실인데 군만두는 요리를 주문해야지만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 같네요.

 

기본찬으로 짜사이와 단무지가 나옵니다. 저는 원래 잘 안 먹으니 패쓰 하려했으나 이 집 짜사이는 별로 새콤하지도 않고 짭짤한게 은근 입맛을 땡겨서 좀 많이 집어먹었습니다.

 

어향동고 (38,000원)

가장 먼저 등장한 메뉴는 요리인 어향동고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요, 얼마 전 유튜브에서 인상 깊게 봤던 것이 떠올라 주문해 보았습니다. 어향동고는 표고버섯(동고) 속에 새우를 넣어 튀긴 완자 같은 것을 어향소스에 볶아 먹는 음식입니다. 표고버섯/새우 튀김은 네 덩이가 기본적으로 나오는데, 직원분이 테이블 위에서 직접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여주십니다. 지금 좌측 상단에 보이는 집게와 가위로 직원분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중입니다.

 

팁: 퍼포먼스가 끝나기 전까지는 대기할 것

일단 음식이 나왔으니 찍을 수 있는데까지는 사진을 찍으며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표고/새우 튀김은 네 덩이가 크게 나오는데 그 주변을 채썬 피망과 팽이버섯, 죽순 등이 채우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에는 딱 봐도 개 매워보이는 건고추들도 듬성듬성 보이네요.

 

제 몫을 앞접시에 떠서 맛을 봤습니다. 우선 전분기 가득 굵직하게 볶아낸 소스가 인상적입니다. 약간은 매콤하고, 짭잘한 맛이 주를 이루는데, 이 소스가 표고/새우의 얇은 튀김옷을 살짝 녹여 씹어 먹기에 딱 기분 좋은 정도로 만들어 놓습니다. 

 

아 그리고 앞서 말한 표고/새우 튀김에 대해서도 잠시 더 설명하고 가야겠습니다. 이런 잘린 단면 사진 없이는 표고/새우의 다층적 구조를 글로만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지금으로 미룬 것입니다. 햄버거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빵은 표고버섯이고 패티는 새우입니다. 다진 새우를 버섯이 감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멘보샤의 식빵 부분을 표고로 대체했다고 생각해도 쉬울 것 같습니다.

 

튀김은 이렇게 소스에 듬뿍 적셔서 한입에 넣어 먹을때 가장 맛이 좋았습니다. 살짝 뜨겁지만 전분기 있는 소스인 만큼 뜨끈해야 매력이 가장 잘 살아있습니다. 또 너무 식혀 먹게 되면 그 사이에 튀김옷이 너무 눅눅해셔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딜리셔스 포인트'를 놓치게 될 수가 있습니다. 식혀서 맛없게 먹느니 맛있게 먹고 혀를 데이는게 낫다는 것이 제 철학인 것입니다.

 

굳이 튀김 없이 야채만 먹어도 꽤 좋습니다. 어향 소스의 매력 자체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어향소스란, 원래 생선 요리에 쓰는 중국식 소스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돼지고기나 가지 등 다른 식재료를 볶아먹을 때도 사용하게 된 소스라고 합니다.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조금더 알아보는 것으로 하고 지금은 다음 요리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수제 군만두 (10,000원)

심지어 메뉴판에 적혀있지도 않은 군만두입니다. 워낙 유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역시 안 시켜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원에 6피스가 나왔습니다. 그리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는 없는데 심지어 메뉴판에 적혀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는 계산하기 전까지는 이게 가성비가 좋은지 안좋은지 알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비주얼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만원인거 알았어도 시켰을 비주얼입니다.

 

딱봐도 너무나 잘 튀겨진 군만두의 자태.

 

너무 예뻐서 각도만 조금 달리해서 한 컷 더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입에 넣어보았는데, 단언코 여태 제가 먹어온 군만두들과는 달랐습니다.

 

여지껏 제가 먹어 온 군만두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맛입니다. 군만두(사실은 튀김만두지만)라는 음식의 큰 틀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맛을 냅니다. 저 핑크빛 속살이 보이시나요. 잘 튀겨진 만두피 속으로 가득 들어차 있는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거기에서 흘러나온 육즙 역시 만두피 속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속 실하게 채운 샤오롱바오를 제대로 튀겨서 내놓으면 이런 맛 아닐까 싶습니다. 자칭 군만두 매니아로서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훌륭한 자태

군만두의 잘 튀겨진 껍질은 상당히 빠삭할 것 같지만 또 신기하게도 꽤 부드러운 편입니다. 입천장이 까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일견 후렌치파이의 질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님말구

 

이 시점에서 맥주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사실 기본으로 내주는 물이 뜨거운 차라서 시원한게 먹고 싶었기 때문

 

원래 맛있는 거 먹을때는 사진을 자주 찍는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튀김옷이 살짝만 더 빠삭했어도 새로운 매력이 있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군만두 속살 같은 경우에는 간이 꽤 심심하게 되어있습니다. 양념과 함께해야지만 맛이 완결이 되는 구조입니다. 어차피 군만두 단품으로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문한 간짜장이 군만두를 모조리 다 먹어버리는 시점까지 나오지 않았었기에 그냥 어향동고와 함께 먹었습니다. 

 

어향 소스에 기냥 찍먹해버렸습니다. 바로 지상락원 행

 

간짜장 (소, 6,000원)

사람은 둘인데 식사를 먹긴 해야겠고, 근데 요리도 양이 좀 될 것같은데 군만두 까지 시켜서 짜장 두개는 너무 과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간짜장 곱배기를 부탁드렸더니 오히려 작은 거 두 개로 갈라주시겠다는 사장님의 역제안을 받고 시킨 간짜장 소 짜 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간짜장 소짜는 얼마인지 안알려주셔서 계산할때야 포스기를 통해 가격을 깜짝 서프라이즈 공개.

 

반숙 계란이 들어있습니다. 면은 딱 제가 먹을 수 있을 만큼 들어있었습니다. 맛있는 요리도 먹으면서 유명한 홍명의 간짜장도 맛보고 싶을 때 먹기에 딱 좋은 양입니다.

 

대강 보기에도 잘 볶아진 간짜장 소스들.

 

투하해서 한번 비벼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비비기 전에 사진 한장 더 찍음

 

어라 거기다 한 장 더 찍었었네

 

와 색감 미쳐부러

홍명의 그 명성 높은 간짜장을 접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면이었습니다. 전혀 엉키지 않고 스무스하고 매끄럽게 비벼지는 면발인데 다소 뻑뻑한 간짜장의 소스에 딱 알맞습니다. 부드럽게 풀리는 면발에 금방 비벼낼 수 있었습니다.

 

간짜장은 춘장 특유의 쓴 맛을 잘 캐치해내 매력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기분 좋은 쓴 맛이 입맛을 돋우고 지나칠 수 있는 감칠맛들을 끊어내줍니다. 또한, 소소의 단맛이 과하지 않고 짭짤함과 잘 어우러집니다. 양파도 너무 설 익지도 푹 익지도 않은 적절한 레벨로 잘 볶아나왔습니다. 간짜장 자체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그 높은 명성이 아깝지 않습니다.

 

먹다보니 짬뽕국물도 주시더라구요. 이미 배가 너무 불러서 많이 먹지는 못했으나 꽤 좋은 국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어향동고 한 토막으로 마무리. 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기회가 된 다면 다시 들러 코스요리로 시도해보고픈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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