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플레이스, 보라매 - 동네 햄버거집의 대형성공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3. 4. 08:22
누군가 제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아무래도 햄버거를 택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햄버거를 좋아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햄버거는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음식입니다.
꽤 예전부터 우리 동네 근처에 저렴하고 맛있는 햄버거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왔었는데요, 오늘 문득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녀왔습니다. 보라매역 근방의 알렉스 플레이스입니다.
알렉스 플레이스는 서울 공고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라매역에서도 가깝습니다. 지도 지참시 빠른 발견 가능합니다.
이 곳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알렉스 플레이스 대치동에 까지 점포를 내며 벌써 네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육점까지 갖고 있는데, 그야말로 동네 햄버거집의 대형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성공이 어디있을까요. 딱 테이블 두 개들어가는 아담한 가게에서 시작한 알렉스 플레이스의 이유는 아무래도 맛에서 찾을 수 있겠죠.
메뉴판 뒷쪽에는 이런 설명들이 적혀 있습니다. 재료가 햄버거 기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사실 이 정도 안 적어 놓는 식당이 요새 어딨겠습니까 싶어서 그냥 대강 보고 넘어갔는데, 아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가게 내부는 작고 아늑합니다.
귀욤귀욤한 아이템들이 빼곡히 장식되어 있습니다. 테이블 단 두개의 조그만 식당이라 합석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장 손님이 많은 편이긴 한데 포장을 기다리는 분들과 어색한 합석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센스있는 위생장갑 비치까지. 하지만 저는 야만인 스타일로 먹을 예정이라 그런건 쓰지 않지
첫 방문인 만큼 알렉스플레이스의 시그니처버거인 베이컨 잼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베이컨으로 만든 잼을 아래쪽 햄버거빵에 발라두었다고 합니다. 2,700원을 주고 콤보로 업그레이드 시킨 모습니다.
뜨끈하게 나온 햄버거 접시를 보고 바로 든 생각은 "아 이건 진짜다" 였습니다. 숱한 동네 햄버거집과는 차별화된 차림새입니다.
감자튀김도 클로즈업해주었습니다. 사진 잘 나오는 색으로 튀겨졌습니다. 참고로 감자튀김은 껍질이 다소 질기긴했습니다. 그래도 맛있는 축에 속하는 감자튀김.
속이 실한 버거의 옆구리입니다. 사람은 옆구리살이 튀어나오면 극혐이지만 햄버거라면 극호입니다.
왜 깨를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시점에서는 빵에 감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흔한 햄버거집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은 바로 빵입니다. 패티를 아무리 잘 구워 달달한 소스든 신선한 토마토든 같이 내놓아봤자 빵이 별로면 말짱 꽝인 것이 햄버거입니다. 그러나 알렉스 플레이스의 햄버거는 일단 빵이 제대로 기강을 잡아 놓습니다. 게다가 빵도 잘 구워서 따땃한 채로 나오기 때문에 촉촉하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한 입 베어물고 기분이 좋아 한 컷 찍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아쉬운 점이 없는 버거는 아닙니다. 패티에는 간이 살짝 모자르고 —싸구려 버거에서 가끔 보이는 동그랑땡맛 나는 패티는 아니지만— 먹다보면 필연적으로 패티가 흩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네에서 이 가격에 맛보는 이 정도 수준의 버거라면 오늘 저는 그야말로 산삼을 캔 셈입니다. 개꿀
먹다가 이런 샷 한 번 안 찍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찍어보았던 것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명색이 베이컨잼 버거인데 베이컨 잼 이야기는 거의 못했습니다. 왜냐면 솔직히 말해서 베이컨 잼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명에 따르면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의 베이컨 잼이라는데 버거 속에서는 강렬한 소스 맛에 묻혀 종종 씹히는 베이컨의 식감만 남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베이컨잼의 맛까지 목소리를 냈다면 이 버거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아니면 사실 제 혀가 너무나 막혀인지라 느끼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질 좋은 빵에 큼지막한 패티과 밸런스 좋은 버거, 집 앞에서 만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대치동까지 진출할 정도의 대형성공을 빚어낼만 한 버거였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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