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산장, 장승배기 - 양고기 수육을 맛보려면

장승배기에서 노량진으로 가는 길가에 유명한 양고기 집이 하나 있습니다. '운봉산장'이라는 곳인데요,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양수육 때문입니다. 비교적 양고기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의 식문화에서 양수육이라는 장르는 상당히 유니크합니다. 유니크할 뿐만 아니라 맛도 양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거기에 술 한잔 곁들이기 참 좋으니 종종 찾아갈 수 밖에요.

 

간만에 모인 동기들과 함께 했습니다.

 

원래는 예약을 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집인데 이 날은 코로나 때문인지 가게가 한산하네요. 아 물론 저희가 일찍 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운봉산장은 사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입니다. 수육과 갈비가 주 메뉴인데, 갈비를 드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수육을 먹습니다. 양갈비는 다른데가서도 먹을 수 있는데 양수육은 운봉산장아니면 찾기가 힘드니까요. 1인분에 23,000원으로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시작은 양수육으로 해서 배를 채운 후 양전골로 넘어가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저희는 인원이 좀 돼서 안쪽에 마련된 자리로 따로 안내받았습니다. 아마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실내.

 

기본적으로 이렇게 3가지 양념이 나옵니다. 이따 양수육이 나오면 고루고루 찍어먹게 될 것입니다.

 

뭐 이렇게 밑반찬도 깔립니다. 저는 원래 밑반찬 잘 안 먹으니까 패쓰

 

양수육은 이렇게 냄비에 담겨서 나옵니다. 두근두근 개봉박두

 

양수육 (3인분, 69,000원)

1인분에 23,000원하는 양수육 3인분이 냄비에 담겨져 나왔습니다. 

 

부추밑에 우르르 쌓여있는 양고기들. 보기만 해도 부들부들한 식감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원래는 더 정갈하게 열 맞춰 양고기를 담아주셨던 것 같은데 이 날은 다소 대강 담아주신듯

부추를 걷어내보면 뽀얗고 날것의 양고기들이 살을 드러냅니다. 

 

운봉산장의 양수육의 최대 강점은 바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식감에 있습니다. 처음 먹어볼 때는 "어? 이게 이렇게 부드럽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아주 잘 삶아내어 뼈와 고기가 말끔하게 분리됩니다. 젓가락질로 대강 슥슥 떼내어도 다음과 같이

 

깨끗하게 분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냥 이로 뜯어 먹는 것이 재미는 더 있습니다.

 

부들부들하고 야들야들한 식감 속에 숨어있는 양고기 자체의 맛도 굉장합니다. 사실 양 특유의 냄새가 적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요, 글쎄요 구워먹을 때 다가오는 양 냄새와 삶아 먹을때의 양냄새는 확실히 그 느낌이 다릅니다. 삶았을 때 그 풍미가 더 호감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에요. 

 

양냄새에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분이 아니라면 꼭 한번쯤 도전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일단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감도 아니기도 하고 이 집 양고기는 분명 특별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양수육은 양을 잘 삶아내 야들야들한 고기 맛에 집중했는데, 역시 고기가 고기인만큼 기름집니다. 그 기름짐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앞서 준비되어 있던 이 양념장들. 지금 찍은 건 겨자향이 좀 나는 소스였던 것 같은데 사실 한 번만 찍어먹고 그냥 양파절임이랑 거의 먹어서 기억이 잘 안남

 

입이 좀 많이 기름지다 싶을때는 이렇게 고추도 하나 씹어주구요

 

하지만 무엇보다 베스트는 양파절임에 부추 올려서 한 입에 슥딱 해치우는 것. 이거야 말로 지상락원이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양 자체의 맛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소금만 찍어 먹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단면을 찍어두니 양수육의 부드러움이 사진을 통해 어느정도 전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맛있는건 저도 모르게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됩니다. 다양한 사진으로 오랫동안 추억하려는 제 마음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한 점은 다른 것들보다 유별나게 더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냄비의 에이스 부위였던 듯.

 

수육의 단점이 있다면 너무 금새 동이 난다는 것. 그리고 추가주문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 정도가 되겠습니다. 순식간에 비어버린 냄비. 한국인들인지라 눈치보느라 마지막 한 점은 오랫동안 냄비 위에 남아있었습니다.

 

양전골 (소, 25,000원)

양고기 수육으로 기강을 다졌으니 이번에는 양전골로 잔잔하게 소주를 달릴 시간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운봉산장은 콜키지가 무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와인 가져와서 드시는 분들도 꽤 많으니 참고하시길. 

 

점층법

양전골은 팔팔 끓는 채로 나옵니다.

 

안에는 버섯과 양고기가 잔뜩 들어있습니다. 제 기억보다 혜자스럽다는 생각. 

이 촉촉한 양고기의 비주얼. 크으 보기만 해도 소주가 뚝딱뚝딱 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공기밥 (1,000원)

저는 이 날 공기밥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왠지 배가 별로 안 고픈 날이었기 때문. 다른 사람이 시킨 공기밥을 맛이나 좀 봤는데, 밥은 질지 않게 적당히 잘 지어졌습니다. 나름대로 공기밥에 민감한 밥믈리에로서 한 번 시식해본 것입니다.

 

양전골은 전골인 만큼 아주 팔팔 끓여서 국물을 좀 졸여야지 제 맛이 납니다. 나오자마자 뜨면 맛이 아직 붕 떠있죠.

근데 저는 소주 마려워서 그냥 나오자 마자 떠서 먹음

 

제대로 양전골의 진가를 보려면 이정도로는 팔팔 끓여내야한다는 것.

 

다 끓은 후에 다시 한 국자 퍼왔습니다. 고기도 실하게 들어있는데 제가 찍었지만 이 사진은 정말 군침 흘릴 수 밖에 없네요.

양전골의 경우에는 사실 양 냄새도 거의 나지 않으니 양 초보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겠습니다.

 

운봉산장, 양고기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쯤 들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입니다. 물론 가격이 비싸서 자주는 올 수 없겠지만 뭐 원래 양고기는 비싸니까요. 이 집 역시 반기에 한 번씩은 들려주어야 할 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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