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사이공, 롯데타워몰/잠실 - 낯선 이름, 분보싸오와 꼼징능주

요즘 들어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자주 하지는 않게됩니다. 뭐 밥이야 집에서 먹으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블로그에 업로드할 자료들이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찍어두고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보류해두었던 식당들을 포스팅해볼 것입니다. 시간이 좀 지났기에 맛이 잘 기억 안 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사진을 보면서 최대한 기억해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잠실 롯데타워에 위치한 '리틀 사이공'입니다.

 

아마 이 날은 롯데타워에서 영화를 보고 늦게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고른 음식은 베트남 음식. 은근히 무난한 선택지입니다.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으며 가격도 적당해서, "뭐 먹을까?" 질문에 가불기로 들어오는 "난 아무거나 다 좋아" 공격의 대응책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무슨 차를 줬던 모양인데요, 이제 와서 무슨 차였는지 기억해내려 해봤자 기억할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냥 물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냅킨과 수저가 아주 정갈하게 놓여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세팅이 되어있었던 건지 아니면 제가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고 직접 정돈한 것인지는 역시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벌써 꽤 지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메뉴판입니다. 모든 메뉴를 베트남 현지 발음으로 적어놔서 상당히 낯섭니다. 대강 봐서는 뭘 먹어야 할지 감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뭘 시켜도 물 잠깐 따라먹고 나면 내가 뭘 시켰는지 잊어 먹을 정도로 생소합니다.

 

저는 그럴 줄 알고 영리하게 영수증을 찍어왔던 것입니다 호호

 

일단 이런게 나왔습니다. 새큼한 맛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메뉴에 대한 밑반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새큼했음

 

분보싸오 (M, 11,500원)

먼저 나온 음식은 분보싸오입니다. 보통 베트남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볼 때 도통 이름만보고는 이게 무슨 음식인지 모르겠다면, 간단한 베트남어를 공부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굳이 베트남 음식 먹으려고 공부까지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제가 아는 것만 간단하게 나열해보면:

 

퍼-쌀국수(국물) / 보-소고기 / 가-닭고기 / 분-쌀국수 / 짜-부침(기름) / 싸오-섞음

 

정도가 있겠습니다. 사실 쓰다가 헷갈려서 구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앞선 정보들로 유추해봤을 때 분보싸오란 쌀국수-소고기-섞음이 되겠습니다. 

 

역시나 쌀국수에 소고기들이 들어가 있는 면요리가 나왔습니다. 파인애플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특이사항. 그리고 쌀국수 면은 얇은 버미셀리면이 들어갑니다. 

 

당연히 희멀건 쌀국수를 양념도 없이 비벼 먹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소스를 뿌려서 슥삭 비벼 먹으면 됩니다. 아마 저 소스는 느억맘소스를 물에 희석시킨 느억짬 소스로 추정됩니다. 

 

소스양이 너무 적어서 분짜처럼 찍먹은 불가능하니, 대담하게 부먹으로 갑니다. 

 

소스를 부어놓으니 살짝 빨간 빛이 도는게 한국인 눈에도 슬슬 맛있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렇게 한 젓가락 떠서 앞접시에 놓고 사진도 찍었던 모양입니다. 새콤달콤한 맛 베이스에 고기의 감칠맛이 더해지고 파인애플의 단맛이 더해지는 매커니즘입니다. 낯선 이름 치고는 그렇게 낯선 맛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분짜와 맛의 문법이 거의 같기 때문이겠지요. 차이는 짜조를 비롯한 튀김류의 유무 정도가 되겠습니다.

 

짜조 (4개 추가, 4000원)

이번에 나온 것은 짜조입니다. 라이스페이퍼를 말아 튀긴 일종의 튀김만두입니다. 그래도 오늘 먹는 음식 중에는 그나마 친숙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 날 먹은 것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라이스페이퍼는 기름에 적당히 잘 지져냈을때 그 바삭하면서도 찰진 질감이 참 매력적입니다. 리틀 사이공의 짜조는 적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았습니다. 이렇게 잘 튀겨졌다면 속에 뭐가 들던 만족인 것입니다. 

 

꼼징능주 (13,500원)

꼼징능주를 시킨 이유는 오로지 밥이 먹고 싶었기 때문.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냥 볶음밥 같애 보이길래 콜롬버스 빙의해서 투철한 탐험정신으로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은 그냥 잘 볶아진 볶음밥이었습니다. 딱히 베트남식이라고 할 것을 어느 부분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금 쓰면서도 좀 찾아봤는데, 영어로 검색해도 거의 자료가 나오지 않네요. 베트남 유튜브랑 싸이트만 몇개 나옵니다. 

 

볶음밥에 옥수수 들어간거 은근 괜찮음

물론 맛이 없었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태어나서 볶음밥을 맛없게 먹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 미국의 한 태국 음식점에서 맛없게 먹은 적이 한 번 있긴 했습니다. 아무튼 리틀사이공의 꼼징능주는 그정도는 아니었고 굳이 따지자면 맛있게 먹은 볶음밥에 속합니다. 다만 기름기가 지나쳐서 먹기에 좀 부담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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