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어베이커리, 잠원 - 어느 주말 점심의 빵식

군대에서는 토요일 점심마다 빵식이 나옵니다. 식판에 밥 대신 빵이 나오는 것입니다. 소위 군대리아라고도 부르는 바로 그 햄버거입니다. 군대리아에 환상이 있는 이등병들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빵식을 극혐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빵은 간식이라며 식사로 먹기를 싫어 했고, 어떤 사람은 햄버거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비참한 조리상태에 빵식이 나오는 날이면 피엑스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에는 언제나 빵식이 나오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병장이 되어서도 빵식만 나오면 기분이 좋아졌던 것입니다. 다른 병사들은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제가 왜 그렇게 빵식에 집착했는지 이해하지 못해왔었는데, 최근에 알게된 사실을 통해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알고보니 저는 빵을 좋아하는 빵돌이였던 것입니다.

 

렌즈 안 닦고 찍으면 사진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나온다 이말이야

그래서 오늘은 아예 점심을 빵으로만 때우기로 했습니다. 잠원역에 아우어베이커리가 생겼다길래 한번 들러본 것입니다. 

 

이제 렌즈 닦음

아우어 베이커리는 외식식품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CNP의 베이커리 브랜드입니다. 더블트러블, 런드리피자, 무차초, 브라더후드 키친, 형훈라멘, 엘에이포, 도산분식 등 제가 먹어본 CNP 브랜드들은 하나 같이 괜찮은 편이었는데요, 아우어 베이커리 역시 그 명성이 흠을 내지 않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니 아우어 베이커리가 앞서 늘어놓은 브랜드들 보다 더 히트했었던 것 같긴하네요. 아무튼 그 많은 브랜드가 하나의 회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선 이런저런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전체적인 한국 외식 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것은 부인못할 사실인듯 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기왕 먹는 김에 꽤나 다양하게 먹어볼 예정입니다. 먹고 싶은 건 다 먹어볼 예정

 

여느 빵집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빵들이면서도 다들 각자 아우어베이커리에서만 볼 수 있을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크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를 꾀하는데 성공한 듯 합니다.

 

빵 종류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샌드위치류부터 디저트류까지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이렇게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아 물론 혼자 먹는건 아님

 

빵 먹을 때는 커피를 먹어주는 것이 국룰입니다. 생각해보니 우유를 먹는게 더 국룰인거 같은데 여기는 우유를 안파니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우어베이커리 잠원점은 사실 테이크아웃 전문점입니다. 그렇다고 가게에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다행히 앉아서 간단히 먹고 갈 수 있는 자리가 딱 4석 정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어디 갈데도 없겠다 그냥 저희도 먹고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사람도 없고 자연광도 잘 들어서 사진 겁나 잘나올듯

 

로고 냅킨은 일단 찍어주는 것이에오

 

바질 햄치즈 샌드위치 (5,500원)

우선 첫 빠따로 맛볼 것은 바질 햄치즈 샌드위치. 바게트에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햄치즈를 넣었습니다. 이름에서 알려주지는 않지만 토마토 소스도 들어갑니다.

 

솔직히 맛이 없을 수 없는 너무나 검증된 조합. 가볍게 점심 때우기에 딱 적당한 샌드위치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맛은 보장되어 있지만, 솔직히 바게트가 너무나 딱딱해서 먹기는 불편합니다. 먹고 나면 입안이 작살나는 강도의 바게트. 질기기만 한게 아니라 딱딱한 빵껍질들이 부서지다가 칼날처럼 서있는 경우가 있어 찔리면 쬐끔 아픔

 

에그 & 베이컨 (3,000원)

그 다음으로 먹었던 것은 에그 & 베이컨. 딱 아침으로 먹기 좋게 생겼습니다.

 

맛도 사실 아침으로 먹기 딱 좋은 맛입니다. 계란과 베이컨과 빵을 함께 먹는 맛. 그리고 약간의 얼얼한 매운맛도 들어있습니다. 아마 할라피뇨라는 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계란맛과 짭짤한 베이컨 함께 먹으면 맛있는 거 다들 아시죠? 그 맛입니다.

 

소시지 페스츄리 (4,500원)

이날 먹었던 빵중에는 가장 개성이 없었던 빵입니다. 그냥 소시지빵

 

하지만 세상 빵집에 소시지빵이 흔한 이유는 그만큼 맛있기 때문

 

소시지 자체도 상당히 괜찮고 페스츄리도 잘 구워져서 먹기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종의 식사 빵이라고 할 수 있을 소시지 빵에 단맛이 적극적으로 가미된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굳이 여기서 까지 단짠을 찾아야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페스츄리에서 달달함을 조금만 제거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

 

버터 프레첼 (3,900원)

그리고 다음으로 먹은 것은 버터 프레첼입니다. 원래 집을 때는 버터가 안 들어 있는데 계산하면 빵 속에 끼워줍니다. 사실은 버터가 본체였던 것.

 

저렇게 큰 버터를 끼워서 먹으면 살 안 찌냐고요? 아마 찔 것 같습니다. 근데 맛있으니 안 먹을 수는 없는 것. 

버터 프래첼은 꽤나 차갑게 나와서 버터가 계속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베어 물면 밀가루와 버터 맛 그리고 빵에 묻은 소량의 소금맛 말고는 아무것도 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빈 캔버스 같은 맛인데 몇 번 우물우물하다보면 어느 순간 묵직하게 들어오는 버터의 풍미. 사실 버터를 먹고 싶은데 버터만 수저로 퍼먹기에는 조금 멋도 안 살고 부담스러울 것 같으니까 빵에 껴서 먹는 그런 느낌입니다. 느끼한 유지방 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그리 반기지 않을 빵이기도 하겠습니다. 저는 너무나 맛있었음. 이날의 베스트 

 

빨미까레 (3,900원)

빼빼로 한 갑을 일렬로 붙여놓은 것처럼 생긴 빨미까레를 다음으로 먹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쪼코 붙은 것을 먹으며 슬슬 디저트 타임

 

엄마손 파이 마냥 여러겹으로 구워낸 페이스트리에 초코를 듬뿍 발라냈습니다. 일단 베이스가 되는 엄마손파이가 너무 부드럽고 켜켜이 바스라지는 식감이 좋습니다.

 

버터 듬뿍 들어갔을 페이스트리에 달달한 초콜릿까지.. 엄마손파이와 빼빼로가 콜라보를 한다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요.

 

쿠키 (2,000원)

이건 무슨 쿠키였는지는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무튼 한 입 먹었습니다. 계피향이 났던 던듯. 맛있는 편인데 배불러서 별 인상이 남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먹는 사진도 안찍음

 

사실 저번에 신사에 있는 데를 갔을 땐 빵도 별로 없고 사람도 많아서 제대로 먹어볼 수가 없었는데, 이날은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도 별로 없고 빵도 많이 남아서 여유롭게 빵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게 우리 집 앞에 있었더라면 매일 먹어서 살도 찌고 돈도 많이 썼을텐데 없어서 다행입니다.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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