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메키친, 신림 - 모듬 사시미와 대창 가라아게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3. 11. 08:40
이 날은 신림에서 술을 먹는 날이었습니다. 어디갈지를 고민하다 결국 고른 곳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구루메키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이 날 괜히 기분 한 번 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구루메키친'은 재패니즈 다이닝 펍 입니다. 다시 말해 이자카야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이자카야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 아무튼 '구루메키친'에서 사시미와 대창 가라아게를 먹었던 이야기입니다.
'구루메키친' 신림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다할 간판 같은 것이 없어서 길찾기 난이도는 꽤 있는 편입니다. 골목에 있는 어느 빌딩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지도앱을 참조하세영
구루메키친이 위치하고 있는 빌딩 앞에 이런게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찾기 어려움
말이 2층이지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3층 같은 2층 느낌
분위기가 좋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테이블 간격도 넓고 가게 내부도 깔끔하고 세련되게 인테리어 되어 있습니다. 데이트하러 오기 좋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조명이 사진 잘나오는 조명임
메뉴는 꽤 많은 편입니다. 저 뒷장으로는 사케를 비롯해서 각종 술 라인업이 쭉 있는데 저는 어차피 소주 먹을거라서 쳐다보지도 않았읍니다.
오늘 저는 사시미가 먹고 싶었기에 모둠 사시미와 비해산물 안주 하나를 시킬 예정.
로고 냅킨도 이렇게 한방 찍어주었습니다.
웰컴푸드로 나온 토마토/치즈 콤보입니다. 그냥 나온거라서 별 생각없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랬습니다. 다른 것보다 방울토마토 그 자체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분위기가 왠지 소주 안 팔 것 같은 분위기라서 약간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참이슬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달리는 날
사시미가 나왔습니다. 두툼하게 썰려 나온 생선들을 위해 우선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32피스로 구성되어있다는데 세보지는 않아서 실제로 32피스가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히 보기보다 양이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플레이팅을 오밀조밀 콤팩트하게 해서 약간 양이 적어보이는 모양입니다.
모듬 사시미는 꽤 알찬 구성으로 삼치, 광어, 참돔, 벤자리, 고등어, 전갱이, 청어, 성대, 연어, 피조개, 단새우에 우니까지 들어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썰린 생선 살덩이만 보고 이게 무슨 생선인지 맞추는 일은 항상 긴가민가합니다.
이자까야 사시미인만큼 대부분 숙성해서 두껍게 잘려나옵니다. 활어회에 비해 쫀득한 식감은 적을지 언정, 감칠맛이 살아있습니다. 아주 혀에 챡챡 붙습니다. 소주 부르는 맛.
사장님을 옆에 앉혀두고 "이건 무슨 생선이에요?" 계속 물어볼 순 없으니 제가 뭘 먹고 있는지도 알쏭달쏭합니다.
기름기 많은 생선과 없는 생선들이 적절히 배합되어있어서 다양하게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 부드럽게 잘 숙성된 연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일단 두께가 좋았음
우니 한 덩이도 나왔습니다. 저는 생 새우에 알러지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사시미랑 함께 먹었습니다. 단새우 우니 조합이 그렇게 오진다는데 알레르게 때문에 먹어볼수 없어 너무 슬픔. 우니는 솔직히 쥐꼬리만큼 먹은지라 딱히 인상이 남아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눅진한 우니 맛이었습니다.
시메된 고등어도 맛이 꽤 좋습니다. 비린내도 그리 강하지 않은 편이고 기름기도 적절하고, 소주 먹기 딱 좋아부러
앞으로 시메사바 먹고 싶으면 여기 와서 단품으로 주문해도 괜찮을듯합니다.
이건 무슨 생선인지 좀 헷갈리지만 어쨌든 제가 딱 좋아하는 맛입니다. 혀에 챡 감칠맛이 붙어서 나도 모르게 소주잔에 손이 가게 되는 맛. 식감도 연어마냥 부드럽고 적당히 녹진하게 들어오는 지방과 감칠맛. 그냥 이거만 계속 먹으면 금방 질릴 맛이지만 소주와 함께라면 바로 세 병 뚝딱 각.
요건 아마 참돔. 피스 자체 크기가 꽤 컸습니다. 입안에서 우적우적 담백하게 씹어먹기 좋았습니다.
피조개인것 같은데 오독오독 씹는 맛으로 역시나 소주와 궁합이 괜찮습니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소주에 안 어울리는게 없음
요건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32피스이니 1점 1잔 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소주를 먹었다는 이야기
사실 사시미로만은 양이 조금 모자를 것 같아서, 비해산물 부문에서 한우 대창 가라아게를 주문했습니다. 이미 기름진 대창을 기름에 넣고 튀겼다니 은근 무슨 맛일지 기대가 됩니다.
아마 아주 풍부할 지방들의 느끼한 맛을 어떻게 활용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통마늘과 꽈리고추를 튀김과 함께 냈고 찍어먹을 수 있는 간장 소스가 따로 나옵니다. 튀김 뒷편으로는 양배추 채썬 것이 있어요. 아 그리고 간은 시치미 같은 것을 튀김위로 솔솔 뿌려서 잡아냈습니다. 그래서 살짝 매콤한 맛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시식했는데, 일단 제 기준에서는 몹시 흡족합니다. 이 기 막힌 식감! 튀김옷은 과자처럼 바삭한데 그 안으로 들어있는 대창의 쫄깃함과 부드럽게 이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지방의 고소함까지.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이거야 말로 소주 안주입니다. 이 가라아게는 지방의 느끼함을 어떻게 잡아냈을지 약간 궁금했었는데, 이 경우에는 그냥 그 느끼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느낌입니다. 물론 느끼한 걸 싫어하는 분이라면 다소 힘들겠지만, 저처럼 느끼한 걸 좋아하는 경우에는 더할나위 없을 수 밖에요. 어차피 좀 느끼해도 소주랑 먹으니까 계속 먹을 수 있음.
튀김옷이 너무 단단하지 않게 튀겨진 것도 좋았습니다. 가끔 가라아게들 보면 미친듯이 딱딱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 구루메키친의 대창 가라아게는 딱 기분 좋게 부서질 정도의 경도를 갖고 있습니다. 음.. 꼬북칩 정도의 단단함이라고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그 튀김옷을 삭 베어 물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지방이 쭈욱 입안으로 침투합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혀가 기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크으.. 어떻게 대창을 튀길 생각을 했을까요.
마늘도 하나 먹었나 봅니다. 다 식고 나서 먹은거라 조금 서걱서걱했씁니다. 아무튼 대창 가라아게는 은근히 그 다음날에도 생각나더라구요.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사실 이 정도 사시미라면 더 비싼 곳들도 많지요. 감히 가성비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시미가 땡기는 날에는 빠르게 떠올려볼만한 술집이 되겠습니다. 아마 신림에서 약속 생기면 종종 이곳으로 오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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