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주, 신림 - 달려라 2차로

유독 호감이 가는 술집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2차로 찾게되는 그런 가게들이죠. 뜨끈하고 맛이 괜찮은 안주들로 부담없이 소주 한 잔을 더 기울이게 합니다. 이 날도 이미 1차부터 슬슬 달리기 시작했었고 본격적으로 마라톤 태세를 갖추기 위해 2차로 방문한 신림의 '고래가주'입니다.

 

'고래가주'는 보라매 공원에서 패션문화의 거리를 통과해 신림방면으로 통하는 큰 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로 방문하기에는 쬐끔 애매한 위치. 

 

봉춤 추는 고래 간판

그럼에도 신림 부근에서 술먹다가 2차로 이동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거리입니다. 한 10분쯤 걸으면 술도 살짝 깨고 소화도 되니까요.

 

인 줄 알았는데 봉이 아니라 소주병인듯

'고래가주'는 늦게 까지 영업합니다. 물론 신림에서 장사하려면 이 정도는 당연하죠

 

이 곳도 역시나 혼술러들을 위해 카운터석이 구비되어있네요. 실제로 혼자 마시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저는 일행이 있어서 이 날도 테이블에 착석했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서 가끔씩은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전화해보고 가는 것이 안전빵이겠네요.

 

메뉴는 꽤 종류가 있습니다. 저도 다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뭘 시켜도 평균 이상은 하는 느낌.

 

일단 밑반찬이 나옵니다. 벌써부터 사진 초점이 흔들리는 걸 보니 이미 취했죠? 

 

야끼소바 (9,900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야끼소바. 잘 볶아낸 면 위에 아낌없이 마요네즈와 가쓰오부시를 뿌려냈습니다. 

 

야밤에 이렇게 마요네즈 많이 먹으면 살 찌는데

수북한 가쓰오부시가 야끼소바 열 때문에 실시간으로 우그러듭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빨리 사진 찍고 시식

 

급하니까 대강 슥석슥석 비볐습니다.

 

사실 그 와중에도 아까 사진 초점이 흔들렸던것 같아서 중간에 다시 한 장 찍어주었습니다. 블로거로서의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소주를 주욱 달리다보면 분명 안주를 많이 먹은 것 같은데도 속이 허한 경우가 있습니다. 1차에서 2차로 이동하는 시기가 특히 그렇습니다. 걸으면서 소화가 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럴때 딱 필요한 것은 바로 뜨끈한 안주. 소주로 허해진 속에 따뜻한 야끼소바를 후루룩 밀어 넣으니 식도로 넘어가는 뜨거운 기운이 오장육부로 훅 전해집니다. 언젠가 위장에도 감각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럴 때 보면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나 봅니다.

 

정신 없이 먹다보니 발견한 고깃 덩어리. 이미 가쓰오부시로 바다의 감칠맛을 듬뿍 안고 있지만 육지고기의 감칠맛도 함께하면 더더욱 좋겠지요. 짭쪼름한 야끼소바 간에 육지-바다 합작의 감칠맛이 더해지고 그 둘을 마요네즈의 지방이 폭 넓게 끌어잡으며 푸근한 안주의 인상이 완성됩니다. 마침표를 찍는 것은 그리고 나서 다시 들이키는 소주겠지요.

 

새우 완탕 (14,900원)

사실 '고래가주'의 최고 인기 메뉴는 존슨탕입니다. 그러나 이 날은 재료 소진으로 새우 완탕을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존슨탕은 지난 방문에 먹을 때 찍어 놓은 사진이 있는데 마저 읽다보면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새우완탕은 요런 완자들이 들어있는 탕입니다. 저는 술 먹을 때 탕없으면 괴로워하는 편이라서 주문했습니다.

 

국물 자체는 아주 인상 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주로서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완자에는 새우 한 마리씩이 통으로 들어있는데 역시나 뜨끈해서 허한 속을 달래기 좋습니다.

 

먹다보니 나온 과일안주 서비스. 연유같은걸 뿌린 얼린 망고를 주셨습니다. 맥주 먹을 때면 몰라도 소주 먹을 때 과일 서비스 안주를 받으면 넘모 기뻐버리는 것입니다. 근데 이때는 이미 좀 취했어서 어땠는지 잘 기억 안남. 뭐 달고 시고 했겠져

 

닭껍질 교자 (9,900원)

먹다보니까 또 배가 고파져 주문한 닭껍질 교자입니다. 

 

닭껍질을 만두피 삼아 구워냈습니다. 이거 참 괜찮습니다. 

 

기름기 촉촉한 닭껍질에 원래 들어있었을 닭속살 대신 새로 빚어낸 만두소를 밀어 넣었습니다. 이미 고깃덩어리로 분해되어 알맹이를 잃어버린 닭껍질이 새로운 살덩이를 선물받아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기름지고 짭짤해서 맛있음

 


 

아까 존슨탕 재료소진으로 못 시켰어서 다른 날 가서 먹었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존슨탕 (14,900원)

아마 이때가 고래가주 첫 방문이었을 겁니다. 별 기대없이 대강 먹으러가서 대강 시킨 존슨탕인데 먹자마자 바로 어라 싶었던 날.

기본은 부대찌개지만 상당히 크리미한 맛을 강조했습니다. 크림 파스타와 부대찌개 그 중간 어디에 있는 존슨탕입니다.

 

속 안에 들은 소시지와 야채들 그리고 라면 사리까지 별건 아닌데 이 고소하고 그러면서도 부대찌개 맛이 나는 국물에 적절히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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