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치킨, 고속터미널/잠원 - 한 곳에서 맛보는 치킨과 수제비

치킨과 수제비를 함께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애매한 메뉴 조합에 왠지 둘 다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그러나 그 예감을 멀찍이 벗어나는 가게가 잠원동에 있습니다. 잠원동 주민들의 로컬 맛집인 '한신치킨'입니다.

 

한신치킨은 고속터미널 역에서 멀지 않은 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치킨과 수제비를 동시에 파는데다가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술집입니다. 제가 여태껏 경험적으로 쌓아온 데이터에 기반하면 이 집은 맛이 없어야 정상인데요, '한신치킨'은 그런 제 데이터의 무결성을 박살내는 반례가 되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서는 되게 좁은 가게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쪽에 좌석이 꽤 많이 있습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때 시간이 아마 7시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잠원동 로컬 맛집이 맞기는 한 모양입니다.

 

메뉴에는 두서가 없습니다. 치킨부터 시작해서 회, 돈까스, 각종 찌개를 거쳐 수제비에 이르기 까지 원체 다양한 변화구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이러면 한 가지 메뉴 조차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던데요. 한신치킨의 경우에는 달랐습니다.

 

기본 안주로 나오는 팝콘입니다. 요 팝콘은 흰 색 푹신한 부분에 기름기를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기름에 절여진 느낌인데 그게 또 은근 매력이 있어서계속 집어 먹게 됩니다. 아마 의도한 바는 아닌 것 같긴한데 아무튼 나쁘지 않았다는 것.

 

생맥주 (500cc, 4,000원)

치킨은 맥주와 어울리고 수제비는 소주와 어울리니 오늘 주종을 뭐로하지 고민하다가 결국 맥주로 정했습니다. 왜냐면 치킨 가격이 더 비싸서 오늘의 주 메뉴는 치킨인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테라 잔에 나오긴 했지 안에 들은 것이 테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동행자 맥주는 오비잔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냥 원효대사 해골물 마냥 시원하면 그만인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김치 2종 세트가 나왔습니다. 각각 한 점 씩 맛봤는데 굉장히 청량합니다. 술집에 딱 어울리는 김치입니다. 안주로도 좋겠다는 이야기

 

후라이드 치킨 (18,000원)

먼저 후라이드 치킨입니다. 사실 동네 호프집 치킨 치고 그닥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인데, 일단 치킨을 받아보면 꽤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기 때문입니다. 배고파서 허겁지겁 달려들지 않는 한 3명도 커버 가능할 느낌.

 

튀김옷 비주얼에서 이미 느껴지시겠지만 한신치킨의 치킨은 바삭한 타입입니다. 치킨이 자글자글한 튀김옷을 뒤집어썼습니다. 상당히 크런치 할 예정.

 

일단 닭다리부터 들고 왔습니다. 치킨 한 마리에 사람이 둘이라 싸움 날 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상당히 잘 튀겨진 치킨입니다. 과자 같은 튀김옷으로 감히 비비큐 황금올리브에 비빌만 합니다. 다만 튀김옷에 간이 강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함께나오는 후추소금을 뿌리거나 치킨 양념이 필수

 

몇 호인지는 모르겠어도 꽤 큰 크기의 닭을 많이 조각내 튀긴 듯합니다. 요기 어디 부위인지 모르겠지만 뻑뻑살인줄 알고 먹었는데 기름기 흐르는 살이어서 마치 즉석복권이라도 당첨된 기분. 

 

소금이랑 양념 사진찍는 것 깜빡해서 나중에 찍어서 더러움

아까 말씀 드린 것 처럼 후추 소금을 좀 찍어서도 먹어보았습니다. 사실 치킨 째로 소금 찍어봤자 잘 안 찍히기에 그냥 손으로 살살 뿌려먹는 것이 좋습니다. 

 

치킨 양념은 거의 떡꼬치 양념마냥 불량한 맛을 자랑합니다. 강렬한 단맛이 간이 덜 되어 있는 바삭한 튀김옷을 감쌉니다. 

 

얼큰대합수제비 (8,000원)

치킨집에서 파는 수제비가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요. 싶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신치킨의 수제비가 나왔습니다. 

 

항아리에 담겨서 나왔습니다. 해물 중심으로 베이스를 내고 얼큰하게 간을 했습니다. 

 

국자로 떠보니 딸려 나오는 수제비와 야채들. 항아리에 들어서 그런지 보기보다 양이 꽤 많습니다. 

 

사실 저는 수제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죽맛과 국물 맛이 따로 노는 수제비에 당한 기억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한신치킨의 수제비는 반죽이 국물을 잘 머금고 있습니다. 조개 육수에서 올라오는 감칠맛과 애호박을 비롯한 야채들에서 나오는 채수들이 고춧가루를 만나 만들어 놓은 한국식의 달달 얼큰한 국물을 잔뜩 빨아들인 수제비입니다. 엄청 맵지도 않고 둥글둥글한 육수인데 밀가루 맛과 찰떡입니다.  

 

간간히 들어있는 오징어와 함께 먹을때 이루어지는 식감 대비도 재밌습니다.

 

꽤 먹은 것 같은데도 한참 남은 치킨들. 사진에는 없지만 이 치킨에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퍽퍽 살의 조리였습니다. 제가 운 좋게 잘 조리 된 것을 먹은 걸지도 모르지만 뻑뻑하지 않고 촉촉하게 조리된 닭가슴살들이었습니다. 왜 사진 안찍었지.

 

조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술 안주로 먹기에 좋습니다. 

 

수제비는 나중에 가니 몇 덩이가 하나로 뭉쳐버렸는데, 제 기준에서는 이것이 또 별미입니다. 국물을 충분히 머금어서 밀가루 맛이 강하지 않기에 두꺼운 반죽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특히 식감좋은 대왕수제비가 될 뿐입니다.

 

치킨과 수제비, 다소 어색한 조합이었지만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동네에 이런 술집이 있더라면 참 좋을 텐데..부럽습니다. 잠원동 주민들은 이런 걸 먹고 살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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