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버거] 맘스터치 - 바삭함의 문법으로 빚어낸 치킨버거

집 앞에 맘스터치가 생겼다. 그렇다면 가보는 것이 인지상정. 

 

국산 브랜드 맘스터치 (한국명: 엄마의 손길)

우리 집 주변으로 큰 회사가 몇 군데 있고, 조금 걸으면 중학교 하나와 고등학교 몇 개가 나온다. 아주 크진 않아도 꽤 괜찮은 상권이다. 그럼에도 아직 패스트푸드 점과 코인 노래방이 없다는 사실에 훗날 나의 사업 예정지로 점 찍어두었는데, 오늘로서 첫 번째 옵션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나에게는 코인 노래방이 남아있으니까.

 

간판 이미지는 '맘스터치'와 어울리지만, 어쩐지 '엄마의 손길'과는 안 어울린다

맘스터치의 장점은, 물론 그 양질의 버거도 있지만, 가격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렴한 가격에 두툼한 치킨 패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햄버거 집에서 판매하는 치킨 버거의 얇은 패티를 생각해보라. 치킨 한조각을 통째로 때려박는 싸이버거가 겨우 5천원대에 팔리고 있다니, 역시 치킨버거 계에서는 맘스터치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근데 오랜만에 오니까 가격이 좀 오른 것 같다. 기분탓일까.

 

빠르게 보다는 ALL 바르게, 펀치라인까지 구사하는 신세대 엄마 느낌

그렇다면 맛은 어떤가. 저렴한 가격에 맞춰 맛도 저렴한가. 그렇지 않다. 맛도 훌륭하다. 다들 맘스터치의 싸이버거하면 두꺼운 닭 허벅지 패티와 달달한 맘스터치 소스를 생각한다. 나 또한 처음 먹을 때는 그랬다. 하지만 맘스터치가 진정으로 맛있는 이유는 바로 바삭함의 문법에 있다. 

 

먹는 이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엄마의 포장 센스

싸이버거 세트는 바삭함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우선 버거부터 파헤쳐보자. 버거를 베어 물었을때 바로 느낄 수 있는 파트는 바로 치킨 패티. 속은 두툼한 허벅지살로 촉촉하고 탱글하지만 겉은 아주 바삭하다. 때에 따라서는 튀김옷이 입천장을 찢어놓을 정도로 바삭하다. 우리가 싸이버거를 먹을 때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바삭함이다.

 

갓 만들어 뜨거운 엄마의 마음

두 번째 바삭함은 바로 양상추에 있다. 다른 버거집과 다르게 몇 겹으로 겹쳐놓은 담음새의 양상추다. 맘스터치의 식품 연구원들이 이를 통해 노리고자 했던 효과는 무엇일까? 나는 맘스터치 직원이 아니라서 알 수 없다. 하지만 추측은 해 볼 수 있다. 바로 바삭함을 위해서 양상추를 여러 겹 배치한 것이다. 정확히는 아삭함이다. 하지만 아삭함이나 바삭함이나 자음 하나 차이다. 같은 식감이더라도 튀김이면 바삭이고 채소면 아삭이다. 더 정확한 구분법은 수분의 유무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한 겹만 물어도 아삭한 양상추를 여러 겹으로 겹쳐 놓았으니 그 아삭함은 제곱이 된다. 거기에 치킨 튀김옷의 바삭함 까지 합류해 시너지를 낸다. 기본적으로 햄버거란 빵-패티-채소의 구조를 하고 있다. 이 중 이미 두 가지가 바삭함을 담당하고 있으니, 이 버거의 정체성은 바삭함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먹기 힘들어도 엄마의 정성을 생각하며 깨끗이 먹는 것이 좋다

거기에 피클이 가세한다. 피클 역시 아삭함에 일조한다. 새큼한 맛으로 치킨의 과할 수도 있는 지방맛을 잘라주는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본 버거의 컨셉인 바삭함을 더욱 강조한다. 패티-양상추-피클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골든 바삭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면서 싸이버거의 정체성은 완성된다.

 

엄마가 직접 재배한 감자

하지만 싸이버거의 바삭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감자튀김을 통해 다시한번 바삭함의 변주를 시도한다. 본래 프렌치 프라이는 튀김이기에 어느정도의 바삭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타 브랜드의 일반 감자튀김(슈 스트링)은 그 바삭함의 강도가 많이 약하다. 싸이버거의 "골든 바삭 트라이앵글"로 이미 빠삭해진 입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맘스터치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케이준 감자튀김이다. 감자튀김 겉에 양념을 뭍힘으로 바삭함을 배가 했다. 케이준 감자튀김이 맛있는 이유는 단순히 더 짭조름해서가 아니다. 바로 맘스터치의 바삭 문법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엄마가 직접 추출한 사탕수수로 만든 콜라

그렇다면 콜라에도 바삭함의 문법이 적용되어 있을까? 콜라는 그냥 콜라 맛이다. 딱히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상쾌하고 청량한 음료를 말할 때 crisp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crisp은 바삭함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니 청량 음료 콜라를 두고 바삭하다고 이야기한다면 무리일까? 5초간 생각해본 결과 무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무튼 맘스터치, 그중에서도 특히 싸이버거 세트는 바삭함의 문법이 철저하게 적용된 잘 구성된 한 끼 식사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물론 그닥 유의미한 의미를 지닌 이야기는 아니었다. 왜 맛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그냥 이런 생각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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