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 맥도날드 - 햄버거 이야기
-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 2019. 9. 21. 21:39
햄버거란 음식은 내게 유독 특별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몇 천원짜리 햄버거가 특히 그렇다. 누구는 싸구려 음식이라고 한다. 나도 아주 부정하지는 않는다. 4900원짜리 빅맥에는 고급스러운 맛도, 멋들어진 품위도 없다. 대신 내가 먹는 빅맥에는 추억이 녹아있다. 버거를 베어 물때 나는 그 추억도 함께 먹는다. 빵과 고기 사이에 소스처럼 스며들어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먹으면 느낄 수 있다.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있다. 기쁠 때 먹었던 빅맥과 우울할 때 먹었던 빅맥에서는 같은 맛이 났다. 빅맥은 변하지 않는다. 빅맥은 변하지 않고 곁에 있다. 햄버거는 특별하다.
햄버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다. 음식 이야기부터 그냥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내 삶과 패스트푸드는 밀접하기에 햄버거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이제 글로 옮겨보려 한다. 꾸준한 포스팅이 되길 바란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는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빠른 걸음으로 15분이니,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면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꽤 먼거리지만 나는 종종 이곳을 들른다. 목적은 물론 빅맥이다.

4900원짜리 맥올데이 메뉴에서 빅맥이 사라졌다. 다행히 맥도날드 어플을 깔면 쿠폰을 주기는 한다. 어플 다운로드 장려를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대신 4900원 상하이버거세트에 너겟을 주는 이벤트를 한다. 너겟이 당기기는 했지만 빅맥이 더 먹고 싶어 그냥 빅맥 세트를 시켰다. 전에도 종종 이야기했지만, 나는 맥도날드에서 치킨버거 먹는 것을 싫어한다. 치킨버거는 맘스터치가서 먹는게 맛있고, 맥도날드에서는 소고기 패티를 먹어야 한다. 거의 10년째 밀고 있는 내 철칙이다.
사실 이제는 이런 쓸데 없는 철칙들을 내려 놓으려 하는 중이다. 처음엔 취향이었는데 이게 어느새 버릇이 되어서 가끔 치킨버거가 먹고 싶어도 마음이 찝찝해 빅맥을 시킨다.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중이다.


앞에서는 빅맥이 변함없다 적었지만, 누구는 한국 맥도날드가 변했다고 한다. 특히 내가 미국에 가있는 그 짧은 1년 새에 많이 변했다고 했다. 처음엔 그냥 비웃었는데, 먹다보니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싶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빅맥 소스 양이 줄었다는 건데 먹어보니 정말 그렇다. 어쩌면 기분탓일 수도 있겠지만 요 근래 먹은 빅맥들은 영 뻑뻑하다. 소스 양이 적은데 심지어 한쪽에 몰려있는 느낌. 성의 없이 뿌린 그런 느낌이 든다. 얼마전에 빅맥 라지 세트를 먹으면 플라스틱 병에 들은 빅맥 소스를 줬던 걸 보면 소스가 아까워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유야 내부자들이나 알겠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냥 주는 대로 먹을 수 밖에.

빅맥 소스 양이 불만이지만 그렇다고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 날도 잘 먹었다.

이 날의 프렌치 프라이는 발군. 역시 갓 튀겨진 것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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