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레, 서래마을 - 제 몫을 다 해내는 파스타와 피자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3. 6. 08:28
제대로 된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려면 꼭 이탈리아에 가야할까요? 저도 이탈리아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잘 만든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비쌀 뿐 입니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이탈리안 음식점 '볼라레' 입니다.
사실 저는 여태 서래마을이 어딘지 잘 모르고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몇 년 전에 모임 장소로 매주 다니던 곳이 바로 서래마을 한복판이었더라구요. 서래마을에 있다는 볼라레를 찾아가며 처음 알게 된 사실.. 동네 어디에도 서래마을이라고 적혀있지 않아서 몰랐었던 것입니다.
베라 피자 인증 딱지가 큼지막하게 가게 입구에 붙어있습니다. 나폴리피자협회(AVPN: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에서 내어주는 베라 인증은 정통 나폴리 스타일의 피자를 파는 식당에게만 주어집니다. 피자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여러 스타일로 변형되자 피자의 원형을 지키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인증은 아무 식당에게나 주어주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도우 자체의 두께 및 모양, 반죽의 밀가루, 물, 소금, 효모 비율, 화덕의 온도 그리고 토핑 등을 따지고 있는데, 공식홈페이지인 여기나 여기를 통해서 자세한 조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폴리 인증을 받았다고 무조건 맛있는 피자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먹을만한 피자일 것 같은 기대감이 듭니다.
가게 내부는 상당히 깔끔합니다. 근래에 리모델링을 한 번 했다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깔끔하고 서버들의 접객도 물 흐르듯 매끄럽습니다. 이런 식당이라면 특별한 날에 특별한 사람을 데리고 오기에도 좋을 듯 합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식당에 사람이 없어 다인석을 두 명이서 넓직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개이득!
위치가 서래마을인데다 분위기도 좋고 나폴리 피자 인증까지 있다? 그런데 가격이 싸길 바라면 놀부심보겠지요... 맛있어도 자주 올수는 없겠습니다. 흑흑
이 날 저희는 마르게리따 꼰 부팔레와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를 주문했습니다. 이름 겁나 어려움
식기도 가지런히 있길래 그냥 한 번 찍어봤습니다.
로고 냅킨은 원래 찍는 편
식전빵이 우선 나왔습니다. 뜨뜻해서 좋습니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가볍게 뜯어 먹기 안성맞춤
토마트 소스를 함께 내줍니다. 이 역시 엄청 특별한 것은 아닌데, 그냥 토마토를 생으로 갈아서 내어주는 것 같습니다. 신맛이 도드라져서 에피타이져로 적절히 역할을 합니다.
물티슈로 손을 닦았기 때문에 손으로 집어 먹었습니다. 토마토 소스도 발라먹어보았습니다. 뭐 엄청 잘 어울리고 그런건 아닌데 입맛 돋구기에 좋습니다.
처음 가는 화덕 피자집을 가면 마르게리따부터 시켜 먹어보는 편입니다. 토마토, 모짜렐라, 바질 그리고 도우의 간단하고 정석적인 조합으로 승부를 보는 피자인만큼 실력을 알아보기에는 이만한 메뉴가 없겠죠. 게다가 여기는 나폴리 피자 인증도 받았으니, 나폴리 태생 마르게리따를 먹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기왕 먹는거 부팔라도 올려서 먹자 싶어서 더 비싼 마르게리따 꼰 부팔라를 시킨것. 부팔라 치즈는 모짜렐라 치즈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냥 치즈 토핑 6,000원 내고 더 올린 셈입니다.
솔직히 치즈 양이 좀 과도해보이기는 합니다. 너무 희멀건게 두껍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 사진 이쁘게 찍으려면 그냥 마르게리따를 시켰어야 할듯.
각도를 달리해가면서 몇 컷 더 찍어보았습니다.
사진촬영 후엔 본격적인 시식 차례가 있겠습니다.
이 피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우입니다. 생각보다 두툼한 도우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불향이 입안을 가득 메웁니다. 화덕피자 치고 두께감이 있는 도우는 쫄깃하지만 베어무는데 저항감이 적습니다. 갓 나온 빵을 먹는 듯한 느낌. 그 위로 가득올라간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가 피자의 인상을 틀어쥡니다. 특히 한 가득 올라간 모짜렐라는 보통의 치즈와 달리 그리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치즈향으로 부피감을 형성하며 피자 맛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바질의 향까지 훌륭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치즈가 너무 많아서 다른 맛들을 다 뭉개버리라고 생각했는데 밸런스가 꽤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뭐가 어찌됐든 도우가 쫄깃하게 살아있으니 토핑이야 어떻든 일단 기본적인 맛은 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다만 오일과 치즈에서 나오는 물에 도우가 금새 흠뻑 젖어버리는 점은 다소 아쉽기는 한데,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냥 물 나오기전에 빨리 먹는 것이 방법
맛있는 도우를 만났을때의 기쁨은 꼬다리를 먹을 때 가장 큽니다. 제가 보통 먹어왔던 화덕피자보다 도우가 훨씬 두꺼웠고, 저는 두꺼운 도우를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파스타로 주문한 것은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입니다. 아마트리체 지방의 파스타인데 이름이 어렵습니다. 몇 번 봐도 입에 붙지 않는 이름입니다.아무튼 볼라레의 이마트뭐시기 파스타는 꽤 맵게나오는 편입니다. 원래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가 매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맵게 나온다는 것. 그냥 베이컨이 들어간 매운 토마토 파스타 정도로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설산 마냥 하얀 치즈가 파스타 위에 수북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비주얼 적인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데요
설산을 취재하는 헬리콥터 카메라 뷰로도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애매한 각도에서 찍어버렸던 것입니다.
이건 아이폰 인물모드로 찍은 것.. 제 폰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라 동행자의 도움을 받아 촬영되었습니다.
일단 막 비볐더니 약간 고추장 파스타스런 비주얼. 넘모 시뻘건 것이에오
이렇게 보니까 좀 쫄면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맛은 상당히 좋습니다. 일단 파스타의 만듦새가 훌륭합니다. 소스도 눅진하게 잘 유화되어 면에 찰싹 붙어있습니다. 한국식 국물 파스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평균 이상입니다. 면도 푹 익지 않았고 적절합니다. 알맞은 소스 농도와 면 익힘, 원래 파스타라면 기본으로 해주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그런 파스타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 물론 비싼 돈 내면 당연히 찾을 수야 있지만, 만원대 파스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 항상 아쉽습니다. 사실 만원대도 결코 저렴한 금액은 아니지요. 뜨끈한 국물 파스타도 잘 만들었을때는 분명 그 매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 취향에서는 볼라레의 파스타와 같은 파스타를 더 자주 맛보고 싶은 욕심입니다.
파스타가 엄청 매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순둥순둥하지도 않습니다. 삼양라면 수준의 맵기 레벨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먹으면 먹을 수록 면들이 너무 엉키는 느낌이 있어 살짝 아쉬웠지만, 뭐 이정도야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토마토의 감칠맛도 좋고 베이컨도 나쁘지 않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소하지만 좋았던 디테일, 파스타가 나오면서 앞 접시를 새 것으로 하나 갖다 주셨습니다. 아까 피자 먹은 앞 접시에는 피자의 잔해물이 조금 남아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청하지 않아도 이렇게 먼저 제공해주는 서버들의 접객, 매우 호감가는 요인이었습니다.
아까 먹던 피자 도우가 맛있었기에 조금 남겨두었다가 파스타 소스도 찍어먹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몹시 잘 어울려서 면까지 올려먹어보았다는 이야기. 이때 도우는 이미 식은지 한참 지나 다소 질겼다는 후문. 그래도 빵과 함께 먹는 파스타는 항상 맛있다는 진리.
코로나 때문에 식당에 손님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비용을 절감할만한 부분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여기 장사는 어쩌나 생각하며,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오히려 저희에게 손세정제를 건내셨습니다. 이 역시 사소한 일이지만 상당히 호감이 가는 포인트입니다.
'볼라레'의 음식은 분명 저렴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음식, 접객, 가게 분위기까지 돈 값을 한다는 인상 입니다. 또 언젠가는 찾아가볼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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