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여는 글 / 햄버거 편 - 1

1. 긴 여행 또는 생활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그리운 것은 그곳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입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심지어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하나 둘씩 떠오릅니다. 다시 돌아가고픈 그곳을 추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조금씩 복기해보는 것입니다.

 

2. 사람은 보통 하루에 끼니를 세 번 때웁니다. 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하기로 정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매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합니다. 이 끝 없이 반복되는 행위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반복되기에 사소하게 여겨지곤 합니다. 너무 사소한 일이기에 때론 사소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3. 미국에서의 기나긴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 온지도 어언 한 달이 되어갑니다. 이곳의 습한 날씨에는 점점 적응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마음 반 쪽 정도는 미국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에, 그저 잊어보려 하지만 생각만치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곳을 추억해보려 합니다. 그곳에서 즐겼던 아주 소소한 일상들 중 가장 사소했던 일인 끼니 때우기를 하나 둘 기록해 봅니다.

 


 

제게 햄버거는 상당히 의미있는 음식입니다. 우울할 때 누군 막춤을 춘다지만 저는 햄버거를 먹으러 갑니다. 기쁜 날에도 어김없이 식사 메뉴로 햄버거를 고르곤 합니다. 아마 제게 이 세상 모든 음식을 데리고 줄 세우기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햄버거 그중에서도 특히 빅맥은 제일 선봉에 서게 될 것입니다.

 

미국에 처음 오기로 했을 때 가장 설렜던 일 중 하나는, 본토 맥도날드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어디를 가나 빅맥맛은 거기서 거기라고들 하지만, 제게 빅맥이라는 음식이 가지는 위상은 실로 대단한 것이기에 꼭 한 번 쯤은 본토에서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기분이나 좀 내보고 싶었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햄버거들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사실 이 때 시차적응이 덜 돼서 입맛도 없었음

미국에서 와서 처음 먹었던 버거 입니다. 칼스 주니어에서 파는 주력 버거로 아마 한 8불 가량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화들짝 놀라며 매몰찬 미국 물가를 뼈저리게 실감했던 때였습니다. 이때 기억이 그저 그랬는지 이후로 한동안은 가지 않았었습니다. 맛은 그냥 버거지만 크기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인앤아웃 첫 경험

 

어디 블로그에서 하라는 대로 버거에 감자에 콜라에 쉐이크까지 풀세트로 주문한 모습. 관광객 티 났을 듯
미국 온지 며칠 안됐을 때라 사진 열심히 찍었던 것으로 파악
애-니멀 후라이 굿
따블 패티로 먹어주는 것이 국룰인데 이때는 아직 뭘 몰라서 싱글로 먹음

LA의 자랑 인앤아웃을 처음 먹은 날입니다. 원체 유명한 곳이기에 함께 갔던 네 명 모두 잔뜩 기대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갔던 이곳 인앤아웃 지점은 내부 매장이 없었습니다. 드라이브 쓰루 위주로 주문을 받고 먹고 갈 손님은 주변에 대강 만들어 놓은 파라솔 밑에서 대충 먹고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차 없는 설움을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맛은 솔직히 기대만치는 아니었으나 적절한 가성비와 새벽까지 열려있는 화장실 덕분에 수차례 재방문했었습니다.

 

햄버거 사진은 먹느라 바빠서 까먹었던 것으로 추정

본토날드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날인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 다양한 선택지에 놀라서 사진을 한장 찍었던 듯 합니다.

아마 빅맥 세트를 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격이 거의 8불 가까이 해서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행사할 때 먹으면 5불로 세트 메뉴에 애플파이까지 먹을 수 있음

 

은박지로 싸서 약간 쌈마이 느낌나지만 무려 만원도 넘는 버거

도대체 누가 정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블로그에서 종종 보이는 미국 3대 햄버거 중 하나 인 파이브 가이즈 입니다. 어디 쇼핑몰 놀러갔다가 푸드코트에 있길래 먹었습니다. 사진으로 대강봐도 기름져보이는 것이 캬 군침돈다. 햄버거도 엄청 크고 안에 들은 것도 실하고 해서 만족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땅콩 기름 뭐시기해서 더 고소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은 비쌈

 

이날 먹은 맥도날드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살인적인 가격에 기겁해서 한동안 쳐다보지도 못했던 본토날드지만, 행사 소식을 인스타에서 접하고 부리나케 달려가 맛보았던 빅맥과 너겟입니다. 빅맥과 너겟 10조각이 무려 5불. 콜라가 1불인 것을 감안하면 6불, 원화로 72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개꿀 행사였습니다. 이 날 깨달은 점은 본토날드 너겟은 한국 맥도날드 너겟보다 1.5배정도 맛있다는 사실입니다. 촉촉한 너겟 맛에 이 날 이후로 맥도날드 갈일 있으면 일단 너겟은 시키고 나서 다른 메뉴를 고르게 된 것입니다.

 

영화 딱 틀어놓고 버거에 맥주먹으면 세상 부럼없어라

집으로 포장해와서 맥주와 함께 먹은 인앤아웃입니다. 앞서 말했듯 제가 살던 곳 주변에 있던 인앤아웃은 포장전문이었기에, 앉아 먹기 애매해서 그냥 집으로 싸왔습니다. 책상도 지저분해서 그냥 의자를 책상 삼아 먹었습니다. 빨리 먹고 싶어서 사진 초점도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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