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네 대포, 신촌 - 앗, 옥수수로도 술을 만든다구요?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4. 7. 08:45
가볍게 한 잔 하러 신촌에 들렀습니다. 신촌 잘 아는 형을 따라 다니기로 하고, 졸졸졸 따라서 목적지를 향하던 길에 그 형이 갑자기 한 술집을 가리키며 "어? 여기 옥수수술을 파는데 맛있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호기심이 들어, 원래 목적지는 잠깐 제껴두고 갑작스레 방문해 옥수수술을 마셔본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고메투어는 신촌 번화가에서 옥수수술을 파는 '한씨네 대포'입니다.
'대포'는 연세대 정문에서 멀지 않은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아서 옹기종기 앉아야 합니다. 테이블은 네다섯개 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저희는 이 날 이미 1차를 하고 왔기에 가볍게 탕만 먹기로 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안주가 아니라 옥수수술이기에..
두부가 기본 안주로 나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두부 퀄리티가 상당히 좋습니다. 따뜻하게 데워 나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두부 자체의 고소함과 특유의 단맛이 참 잘 살아 있습니다. 뜨듯하고 감칠맛나서 자꾸 손이 갑니다. 아까 먹고 온 음식이 마파두부가 아니었더라면 원래 주문했던 오뎅나베를 취소하고 두부 김치를 시켰을 뻔.
사실 진짜 중요한 오늘의 엑기스는 바로 이 것, 옥수수술입니다. 이 옥수수술이 궁금해서 이곳에 들른 것이니까요.
넓은 사케잔에 한 잔 따라 마셨습니다. 옥수수술이라길래 사실 저는 막걸리류를 상상했었는데, 이건 사케에 더욱 가까운 느낌입니다. 술 자체는 그리 독하지 않은 듯합니다. 쓴맛보다는 단 맛이 좀 더 강한데, 그 뒷맛에 스윽 퍼지는 구수한 옥수수향이 있습니다. 도수도 높지 않은 듯하고 목 넘김이 나쁘지 않아서 술술 넘어갑니다.
그냥 두부랑만 함께 홀짝여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게는 솔직히 조금 달달한 편이기는 해서 조금만 당도가 낮았으면 더 좋겠다 싶었지만, 또 다른 사람들 취향에는 이 정도 당도가 괜찮을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술은 아닌지라, 그리고 맛 또한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급방문한 것치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함께 주문했던 오뎅나베도 뒤따라 나왔습니다. 말은 나베지만 그냥 오뎅탕입니다.
오뎅은 상당히 쫄깃한 편이긴 한데 뭐 사실 엄청 특별한 맛이라고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흔한 오뎅탕 맛이 났던 것입니다. 그래도 옥수수술과 함께 먹기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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