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커스, 가로수길 - 아보카도와 닭가슴살이 어울리는 멕시칸 샐러드

사실 샐러드에 대한 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샐러드가 맛있어봤자 풀떼기지", 하는 보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기에 식사 메뉴로 거의 선택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날도 샐러드는 간식 겸 디저트였습니다. 점심은 먹었겠다, 어차피 커피도 먹어야 하니 겸사겸사 샐러드도 한 그릇 때리기로 한 것 입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간식으로 찾아간 샐러드집이 이렇게 괜찮을 줄은요. 

가로수길에 위치한 샐러드 카페 '에이커스'입니다.

 

에이커스는 2층으로 된 하얀 건물 카페입니다. 뭔가 가게 자체가 가로수길 답게 생겼습니다. 사진찍기 좋을 것 같고 깔끔할 것 같고 젊은 사람들 많이 갈 것 같고 무엇보다 메뉴가 비쌀 것 같고 왠지 그런 느낌이 드는 생김새

 

입간판으로 이런게 있더라구요. 이렇게 생긴 입간판은 처음봐서 찍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간판 색조합이 마음에 듭니다.

 

메뉴판은 이렇게 길쭉한게 카운터 앞에 있습니다. 직원분들이 보고 있는 바로 앞에서 메뉴를 골라야 하는 구조. 메뉴를 고르며 사진까지 찍으려니 약간 민망했습니다. 가격대는 전체적으로 꽤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가로수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 다시보니 합리적은 모르겠고 납득 정도는 가는 편

 

카페는 2층구조입니다. 1층은 사장님의 눈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2층 올라가는 길엔 이렇게 귀여운 친구들도 있습니다. 찍을 땐 마냥 귀여웠는데, 이제 와서 보니 눈이 맛탱이 가있습니다. 마냥 귀여운 친구들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2층은 요렇게 되어있습니다.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한 디자인. 책상도 반들반들 의자도 이쁘고 아쉬울 게 없습니다. 인테리어가 제 맘에 들었던 것입니다.

 

손때가 타서 더러웠지만 그림자가 져서 안보임

진동벨 대신 대기 블록을 가져다 줍니다. 요걸 책상에 세워 놓고 있으면 직원이 음식을 갖다주는 시스템입니다. 

 

바깥에는 테라스도 있고 3층도 있는 모양인데, 저는 귀찮아서 나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나가기엔 앉아 있는 것이 너무 편했던 것입니다. 대신 앉은 자리에서 최대한 노력해 창밖 풍경을 찍음으로서 대리만족했습니다. 사실 밖에서 먹기에는 아직 살짝 쌀쌀했던 날씨였습니다. 

 

생각보다 금새 음식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멕시칸 샐러드(13,500원, 초록색)와 단호박 벨루떼(6,500원, 흰 냄비), 크루아상(4,000원, 크루아상)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5,000원, 일회용 컵) 두 잔(x2)을 시켰습니다.

 

풀떼기와 빵쪼가리 그리고 마실거 조금이지만 삼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오급 식단. 일단 보기에는 이쁩니다.

 

단호박 벨루떼가 들은 냄비 뚜껑을 열면 노란색이 추가되어서 더욱 보기에 이쁩니다.

 

스푼, 포크, 나이프도 깔끔합니다. 

 

뭔 놈의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었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마 그때는 찍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보는 이 예쁜 광경을 어떻게든 담아두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사실 요새는 그냥 블로그에 올려야해서 습관적으로 찍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한듯 

 

The Mexican (13,500원)

우선 주 메뉴인 멕시칸 샐러드를 먹습니다. 일단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빛이라 좋습니다.  

 

가지런히 정렬된 하단의 아보카도가 눈길을 사로잡고 그 윗쪽으로 풀떼기와 양파, 토마토, 빵조각(크루통) 그리고 닭가슴살이 마구 섞여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포인트는, 샐러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풀떼기인 로메인과 시금치를 아주 잘게 잘라 놓았다는 점. 굳이 샐러드를 먹으면서 입을 크게 벌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 밖의 재료들도 모두 채소 크기에 맞춰 잘게 손질되어 있어 포크만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 곳 샐러드는 건강한 맛이 아닙니다. 멕시칸 스타일의 치폴레 소스를 적당히 뿌려내서 매콤한 맛도 있고 간 자체가 꽤 있는 편입니다. 닭가슴살도 비율이 꽤 높아서 샐러드를 먹어도 채식하는 기분은 아닙니다. 

 

이 샐러드에 가장 가까운 맛은, 바로 미국 시절 종종 먹었던 치폴레(링크 마지막쯤에 있음) 입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에 몇 군데 체인점이 있는 쿠차라에서 가장 비슷한 맛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살짝 매콤하면서 칠리향 나는 특유의 멕시칸 소스 덕분이겠지요. 거기에 토마토와 닭가슴살이 감칠맛을 더하는데, 이는 멕시코 음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입니다. 메뉴 이름 그대로 멕시코 스타일을 제대로 살려낸 샐러드였습니다.

 

거기에 아보카도까지 푸짐하게 들어갔으니 더더욱 멕시칸스러운 맛.

 

다소 자극적인 멕시칸 소스의 맛을 아보카도의 부드러운 지방이 뭉게뜨리면서 밸런스를 맞춥니다. 역시나 멕시코 음식에서 자주 봤던 조합입니다. 

 

덕분에 간만에 멕시코 음식 추억팔이도 하고 즐거웠습니다.

 

또 이 멕시칸 샐러드에는 빵조각, 좀 있어보이는 말로는 크루통이 들어있습니다. 보통 크루통은 시저 샐러드에 자주 사용되는데, 아무튼 여기에도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봐서 맛을 해치지는 않으나 굳이 넣을 필요가 있나 싶긴 했습니다. 근데 저는 바삭한 거 좋아해서 사실 좋았음.

 

아이스 아메리카노 (5,000원)

커피에서는 커피맛이 났습니다. 

 

단호박 벨루떼 (6,500원)

이름은 단호박 벨루떼여서 뭔가 고상할 것 같지만 사실 그냥 단호박 스프입니다. 아마 벨루떼 소스를 넣어 만들어서 벨루떼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저는 프랑스요리 잘 몰라서..

 

스프는 잘 끓여낸 느낌입니다. 걸쭉하고 안에 우유와 생크림도 들어가서 고소한 맛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달아도 너무 달다는 것.. 최소한 제 입에는 그랬습니다. 처음엔 맛있지만 순식간에 물리는 맛입니다. 고소한 크림맛을 논하기도 전에 단선적인 단맛이 그릇 자체를 잡아먹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크루아상 (4,000원)

크루아상은 왠지 먹고 싶어서 시킨 것입니다. 이미 점심을 먹고 온 사람들이라기엔 너무 이것저것 시킨듯..

 

크루아상은 왜 함께 있는지 모르겠는 아몬드와 함께 나옵니다.

 

처음에는 칼로 좀 잘라보려다가

 

짜증나서 손으로 죽죽 잡아뜯어 먹었는데, 손으로 하는 쪽이 좀 더 쾌감도 있고 좋았습니다. 크루아상은 꽤 잘 구워져서 쫄깃하고 씹는 맛도 있는 그런 훌륭한 크루아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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