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우라멘, 영등포 - 깔끔한 돈코츠라멘과 차슈 덮밥

3월은 라멘 없는 달이었습니다. 굳이 멀리하려했던 것은 아닌데, 제 동선에 괜찮은 라멘집들이 걸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라멘 없이 한 달을 지내고 나자 문득문득 예고도 없이 라멘 생각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괜찮은 라멘집이 있는 동네에 들를 일을 만들어 라멘 한 그릇을 먹고온 이야기입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1층에 위치한 '지로우 라멘'입니다.

 

타임스퀘어 지하에 새로 지은 푸드스퀘어인가 뭔가 하는 아무튼 식당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 말고도 괜찮은 식당들이 꽤 들어왔던데, 코로나도 좀 잠잠해지고 그러면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메뉴판은 굳이 가게 내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식당들이 이렇게 가게 밖에 메뉴판을 내놓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

저는 오늘 2번 세트를 먹을 것입니다. 

 

내부는 대강 이렇게 생겼습니다. 테이블도 굉장히 많은 편.

 

저는 혼자 먹으러 왔기에 주방에 붙어 있는 카운터석에 앉았습니다. 혼밥할 때는 테이블석보다는 카운터석이 확실히 더 편합니다.

 

로고가 참 이쁜 것 같습니다. 잘 만들었음. 

 

물은 겁나 시원한 물 줍니다. 너무 차가워서 머리가 아플 정도도 아니고 미지근해서 밍밍할 정도도 아닌 딱 적당히 청량감있는 시원한 온도였습니다. 이 정도 청량감을 내려면 물은 몇 도여야하는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물어보기도 조금 애매하고(사장님도 모를것같아서) 온도계도 안 들고와서 그냥 물 온도는 궁금증에서 멈춰 두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식사하기 전부터 물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겁니다. 

 

김치와 생강 같은 것도 나왔습니다. 어차피 저는 안 먹으니까 바로 패쓰

 

숟가락 젓가락도 요렇게 준비해두고 라멘을 마저 기다립니다.

 

라멘이 나올때 까지 라멘 맛있게 먹는 법을 숙지했습니다.

 

지로우라멘 (9,000원)

지로우 라멘이 나왔습니다. 돈코츠를 베이스로 한 지로우 라멘의 시그니처 라멘. 

 

딱 봐도 찐하고 걸쭉해보이는 국물입니다. 돼지 뼈로 우린 돈코츠 특유의 육수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돈코츠 좋아하는 분들은 보기만해도 환장할 비주얼, 돈코츠 처럼 걸쭉하고 진한 국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기만해도 속이 니글거릴 비주얼이겠습니다. 저는 돈코츠 좋아해서 보고 환장했습니다.

 

고명으로는 길쭉한 차슈 한 장, 계란 반 쪽, 파, 숙주, 참깨, 목이버섯 정도가 보입니다.

 

일단 면도 풀기전에 국물부터 살짝 맛봅니다. 우선 온도감은 너무 뜨겁지 않고 딱 적절합니다. 국물에는 돼지 육수 특유의 찐한 감칠맛이 잘 살아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돼지 잡내 같은 특유의 거칠은 향을 잘 잡아냈습니다. 가게 인테리어에 걸맞게 아주 깔끔한 돈코츠 국물입니다. 그러면서도 진함을 놓치지 않은, 그 흔치 않은 깔끔하면서도 진한 국물이라고 감히 평할 수 있겠습니다.

 

국물이 우선 매력적이니 면도 한 번 봐야겠지요. 사진 찍는다고 육수 속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 재빨리 들어 건져올립니다.

 

면의 익힘 정도는 주문할때 따로 요청드릴 수 있는데, 이 날 저는 그냥 주시는 대로 먹었습니다. 어느 식당이든 처음 방문했을 때는 주는 대로 받아 주방에서 의도한 맛을 그대로 느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멋있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냥 면 익힘 조절을 깜빡했던 것. 아무튼 그래서인지, 제가 좋아하는 단단한 익기보다는 좀 더 익혀져 나왔습니다. 그래도 면 자체는 진한 국물과 잘 어울리고 괜찮았습니다. 

 

미니차슈덮밥 (12,000원 짜리 세트에 포함)

세트메뉴로 따라 나온 미니 차슈 덮밥입니다. 왠지 간만에 찾은 라멘집인지라 요런 것도 하나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3,000원 추가해서 받은 부가메뉴 치고는 꽤 구성이 맘에 듭니다. 밥 위에 길쭉한 차슈 두 장을 올려줍니다. 밥알은 고슬고슬한 편입니다. 아마 라멘에 말아 먹기에도 좋을 듯한 느낌.

 

간장 소스 같은 것에 잘 조려낸 챠슈입니다. 아마 삼겹 부위에 껍데기까지 함께 쓰는 듯 합니다. 살코기와 지방부위가 길쭉하게 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젓가락만으로도 바스라질 정도로 부드럽게 조리되었습니다. 짭쪼름한 간장맛이 눅진한 지방맛과 살코기의 감칠맛을 덮어 올리는데, 이걸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니 뇌 쾌락세포 바로 풀가동

 

그런데 간장소스인줄로만 생각했던 덮밥 소스를 계속 먹다보니 어딘가 모르게 짜장밥의 느낌이 납니다. 처음에는 비주얼 때문인가 싶었는데, 곧 진짜 맛에서도 짜장밥이 느껴졌습니다. 잘볶은 짜장처럼 소스 끝에서 기분 좋은 쓴 맛이 쌉쌀하게 느껴져 계속 입맛을 당겼습니다. 거기에 질 좋은 차슈까지 곁들이니, 라멘 없이 차슈 덮밥만 큰 거 하나 시켜서 먹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 참고로 차슈는 식을 수록 금새 뻑뻑해지니 뜨듯할때 빨리 먹어치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같은 차슈가 라멘에도 들어있습니다. 껍데기까지 함께 조리해서 특히 국물이 걸쭉한 모양.

그런데 이 차슈가 라멘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꽤 큽니다. 차슈를 먹는 타이밍에 이 한 그릇의 템포 조절이 달려있습니다. 그 키포인트는 바로 비계부분이 가진 극도의 지방맛. 이 차슈를 먹고 혀에 지방코팅을 하는 순간 라멘 국물의 기분 좋던 기름짐이 순식간에 느끼함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차슈를 초반에 한 입 베어 문 후 아껴 먹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달걀은 그냥 무난했습니다. 

 

허푸허푸 먹다보니 어느새 반 넘게 먹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마늘을 넣어 먹을 차례. 직원 분에게 마늘을 요청하니 이렇게 마늘과 마늘 뿌수는 기계를 가져다 주십니다.

 

마늘은 두 알이 왔습니다.

 

국물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아서 누가봐도 마늘은 하나만 넣는 것이 맞았지만, 저는 의지의 한국인이기에 과감하게 두개 넣음

 

휘휘 저어 마늘을 풀어주고

 

국물을 떠서 맛봅니다. 역시 두 개나 넣어서 그런지 마늘향이 강합니다. 약간은 느끼하던 국물 맛에 마늘의 알싸한 향이 첨가되면서 전반적인 맛이 반전되는 효과를 갖습니다. 특히 뒷맛에서 탁 치고 올라오는 매운 마늘향이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공기밥도 하나 요청했습니다. 라멘 먹고 난 후에 밥 말아 먹는 것은 국룰이기 때문입니다.

 

개밥 만드는 중

솔직히 라멘에 밥 말면 맛있는데 비주얼은 좀 극혐이긴함

 

마지막 한톨까지 싹싹 긁어 먹었습니다. 간만에 먹는 라멘이어서 그런지 더더욱 만족스러운 한 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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