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희, 문래 - 매력적인 안주가 있는 한식주점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2. 16. 08:34
가끔은 술이 당기는 시기가 있습니다. 뭐 안 그런 때가 언제 있냐 싶기도 하지만 유독 알코올에 의지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 법이겠지요. 아무튼 요즈음 제가 그렇습니다. 술 먹을 일도 많고 또 먹고 싶기도 하니,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은 괴롭겠지만 어쨌든 일단 오늘 밤은 또 달리게 됩니다. 이 날도 그런 의미에서 술을 마셨던 날. 좋은 안주 덕분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습니다. 문래에 위치한 '채윤희' 입니다.
채윤희는 문래역 7번 출구에서 3분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채윤희는 문래에서 원래 유명한 술집으로 20년 11월 초에 이 곳으로 확장이전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가게는 2층에 있습니다.
평일 6시,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더니 기다리지 않아도 됐습니다. 저녁시간에 가면 보통 웨이팅이 걸리는 편이라고 하는군요.
가게 내부는 이렇습니다. 그냥저냥 깔끔하고 평범한 분위기입니다. 곧 사람들이 들어차면 시끌벅적해질 예정.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일단 추천 메뉴인 모듬 생선회부터 주문했습니다. 추천 메뉴면서 동시에 일일 10개 한정이라니 뭔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저는 주문할 수 있었으니 더 깊이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메뉴를 기다리며 주변 기물들을 두루 살펴봅니다. 어차피 기다리면서는 할게 없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느낌있고 멋진 조명이 달려 있어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또 한켠으로는 나름 한국적인 서랍장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 집 컨셉이 한식주점이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방금 그 조명도 한국스러워 보이고 아까 가게 앞에서 본 간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사후확증편향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이럴 때라도 써먹어야 그나마 아깝지 않은 것입니다.
기본 안주로 K-순두부가 나옵니다. 밑에 깔린 것은 간장이었던 듯. 가볍게 먹기도 좋고 업장 입장에서도 손이 그리 많이 가지 않을테니 꽤 센스 있는 기본 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의 주종은 화요로 정했습니다. 사실 다른 증류주가 먹고 싶었는데 선택지가 화요밖에 없었던 것.
근데 잔은 일품진로 것을 줍니다. 사실 화요보단 일품진로가 먹고싶었던 것인데.. 그냥 일품진로 느낌만 내보기로 합니다.
모듬 생선회가 나왔습니다. 29,000원에 참돔, 참돔뱃살, 참다랑어 적신, 참다랑어 뱃살, 연어, 전복, 돌문어, 단새우, 청어, 가리비관자 각각 2피스 씩 총 20피스가 나오는 구성입니다. 각 조각이 꽤 두툼한걸 고려하면 상당히 가성비가 좋은 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각 부위 당 2피스 씩만 나오기에 세 명 이상이 주문한다면 자칫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희는 둘이서 방문했기에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항공샷으로도 조망해보았습니다. 한식주점이지만 모듬회 스타일은 일본식 숙성회에 좀 더 가깝군요. 이럴땐 이름 앞에 K자를 붙여 주면 조금 한국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참치뱃살 클로즈업 샷도 하나 찍었습니다. 너무 맛있어보이지만 '맛있는건아껴먹어야한다' 이론에 따라 마지막에 먹을 예정.
K모듬회 답게 K-초장과 K-간장이 준비됩니다.
일단 첫점은 연어로 합니다. 기름진 생선은 나중에 먹는 것이 좋다는게 상식이지만 굳이 항상 상식에 갇혀 살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와사비 스륵 올려서 먹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먹을땐 와사비를 많이 올려도 그리 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 와사비의 매력에 점점 빠지고 있습니다.
통통하게 썰은 연어회는 아주 부드럽고 고소하고 기름지게 입안에서 녹아 없어집니다. 숙성회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임팩트 강한 한 점이었습니다. 역시 입안에 감칠맛과 기름짐이 가득해서 와사비의 매운맛 같은 것은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참돔 뱃살을 먹습니다. 역시나 고소하고 맛있는 한 점입니다. K 모듬회에 잘 맞는 스타일의 흰살 생선 회였습니다. 반으로 접혀서 그렇지 실제로는 꽤 큰 조각이었습니다.
이번엔 전복 먹습니다. 전복은 초장에 살짝 찍었습니다. 탱글한 식감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녹듯이 부드럽게 씹히는 청어도 맛있습니다. 원체 기름진 생선이라 제가 특히 좋아합니다. 잔가시가 조금 있었으나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죠.
관자는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크게 비리지도 않고 입에서 사르르 사라져버립니다. 식감이랄게 없는 수준.
참치 붉은살입니다. 참치 뱃살보다 한층 안쪽에 위치한 부위입니다. 기름기는 뱃살보다 훨씬 적지만 특유의 찰진맛이 좋은 부위. 역시나 숙성을 잘 시켜 부드럽고 기분좋게 씹힙니다.
문어는 달달하고 짭짤하게 간을 어느 정도 해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살짝 질겼던 듯.
참돔은 아마 마츠카와(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을 익히는 것)를 한 듯합니다. 부드러운 식감 일변도였던 모듬회에서 씹는 맛을 담당하는 군요.
단새우입니다. 원래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 새우 회를 먹지 않는데 왠지 이 날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먹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알러지는 올라오지 않았고 촉촉하고 녹진한 새우 회의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참다랑어 뱃살을 먹습니다 생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굉장히 기름지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입니다. 와사비 잔뜩 발라 먹었습니다. 술을 부르는 안주.
이번엔 닭구이 먹습니다. 양이 꽤 많아서 배채우기에 좋은 안주.
갓 구워냈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습니다.
불향 강하게 입힌 스타일.
갓김치와 양념장이 따라 나옵니다. 먹을땐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와서 찾아보니 갈치속젓이었던 모양.
겉은 빠짝 익히면서 속은 탱글하게 잘 구워냈습니다. 그냥 고기만 집어먹어보니 간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약간 심심합니다.
양념과 갓김치 올려 먹으면 어느정도 밸런스가 맞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동시에 먹으면 가장 맛이 이상적입니다. 닭구이가 감칠맛과 향으로 밑바탕을 깔고 갈치속젓이 짠맛과 매콤함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갓김치가 새큼함과 아삭한 식감을 더합니다.
양이 꽤 많은 것이 마음에 듭니다. 허기 채우기에 딱 괜찮았습니다.
화요만 먹다보니 토닉워터가 많이 남아서 한라산을 한 병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게라면 주문했습니다. 술을 한 병 더 시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게 한마리가 떡하니 라면 속에 들어 있습니다. 물론 속안에 살은 없음
면발 퍼지지 않게 잘 삶아 나옵니다. 면만 대충 먹어봐도 게 향이 진합니다.
국물 시원해서 쭉쭉 들어가는 타입. 이렇게 찐한 국물이 나올 줄은 미처 몰랐던 것.
원래 라면 별로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심지어 김치도 있길래 집어서 면과 함께 후루룩 했던 것입니다.
긴 웨이팅을 감수할만큼의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웨이팅 없이 먹고온 제 입장에서는 꽤나 만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 된다면 다시 방문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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