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집, 구반포 - 즉석 떡볶이와 함께하는 멋진 사이드 메뉴들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2. 21. 08:48
오랜만에 즉석 떡볶이를 먹으러 다녀왔던 이야기. 떡볶이보다는 사이드 메뉴들이 빛나는 식당이었습니다. 구반포에 위치한 '미소의집' 입니다.
신반포로 대로변 골목길에 위치한 어느 상가 건물 지하 2층에 '미소의집'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미소의집'은 '애플하우스'와 더불어 구반포를 대표하는 걸출한 떡볶이집 중 하나입니다. 애플하우스가 불량하고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하다면 미소의집은 조금 삼삼하고 편안한 맛의 떡볶이를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소의집은 지하 2층에 꽁꽁 숨어 있기에 찾기 편하도록 안내 표지판이 건물 구석구석에 붙어있습니다. 81년도 부터 영업을 했다고 하니 거의 40년째 영업 중인 떡볶이 노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낡은 간판에서부터 업력이 느껴지네요.
가게 내부는 대략 이렇습니다. 문 바깥 복도에도 테이블을 몇 개 놓고 운영 중입니다. 젊은 손님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고객층이 꽤나 다채롭습니다. 그말인즉 맛있는 곳일 확률이 높단 이야기겠지요. 식당 내 다양한 계층 분포는 맛집을 구별할 수 있는 믿을만한 척도 중 하나입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으로 떡볶이에 사이드 메뉴를 왕창 시켜 먹어도 인당 만원이 나오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앞접시를 세팅해주시면서 수저도 따로 통에 담아 갖다 주십니다. 공용수저통을 쓰는 것보다 한참 위생적인 방식.
먼저 사이드로 주문한 튀김 순대가 나옵니다. 가게는 주말에도 두 명이서 운영하시는듯,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바빠 음식 서빙이 지체되는 경우가 잦은 듯 합니다. 주문한 음식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저렴한 가격을 고려한다면 딱히 불평할 필요도 없고, 불평해서도 안되겠습니다.
먼저 순대 튀김을 맛봅니다. 당면순대를 기름에 바짝 구워냈습니다.
담백한 순대에 기름기와 바삭함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맛임에도 계속 입맛을 당깁니다.
소금을 조금 찍어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맛이 괜찮습니다. 겉의 바삭한 식감과 당면의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져 전에 먹어보지 못한 맛을 냅니다.
달큰한 양념 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분식을 먹을때면 콜라가 땡기는 것입니다.
즉석떡볶이는 1인분만 주문하고 2,000원짜리 라면 사리를 추가했습니다. 떡볶이만 주문하면 3,500원.
저렴한 가격의 즉석떡볶이를 1인분만도 내어주는 것에 한번 놀라고, 1인분도 의외로 양이 많아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전골 먹듯 충분히 끓을때까지는 국물만 맛보며 방치합니다. 그리 매콤하지 않아 맵찔이들도 쉽게 접근 가능한 스타일의 즉석 떡볶이입니다.
어느 정도 끓었으니 슬슬 라면부터 맛봅니다.
너무 불기 전에 후딱 가져온 라면 사리. 국물 맛이 적당히 배긴 했는데, 어차피 국물 자체가 삼삼한 편이라 막 대단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독특하게 쫄면사리가 들어있습니다. 라면사리보다는 훨씬 매력적입니다.
충분히 졸여서 먹습니다. 떡볶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무난하단 것. 크게 맵지 않고 달지도 않으며 짜지도 않습니다. 얌전하게 머무르는 떡볶이입니다. 이 떡볶이가 맛이 없다기 보다는 다른 떡볶이들이 하나 같이 자극적이라 비교적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개인적으로는 무작정 맵고 달고 짠 떡볶이보다는 미소의집 떡볶이가 더 좋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흐물거리는 떡은 아쉽습니다.
하나에 500원 꼴인 양념만두입니다. 두 개는 양념을 묻혀 나오고 두 개는 그냥 나옵니다. 간장소스(로 추정되는)도 함께 나옵니다.
물론 양념만두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맛이겠지만, 그 아는 맛도 직접 먹어야 의미가 있는 것.
양념묻은 것 부터 먼저 먹습니다. 튀김옷이 가죽갑주처럼 단단하고 두껍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점이라기 보단, 되려 되직한 양념을 받아내기에 딱 알맞습니다. 더 얇은 튀김옷이었다면 금방 흐물흐물해지고 찢어져버렸겠지요.
양념 맛은 애플하우스의 무침만두와 거의 비슷합니다. 떡꼬치 양념마냥 달콤매콤한 불량한 맛. 가끔씩은 이런 것도 먹어주어야죠.
양념 묻지 않은 것은 떡볶이와 함께 먹습니다. 양념에 절여지지 않아서 튀김옷의 바삭하고 든든한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제가 독특한 취향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두터운 튀김옷도 그만의 매력이 있네요.
물론 양념없이 두 입 이상 먹기에는 물리니 떡볶이 소스에 푹 찍어서 함께 먹습니다.
뒤늦게 나온 꼬마김밥도 먹습니다.
김이 반들반들하네요.
사진에서 보이는 바로 그 맛입니다. 김밥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거부하기 어려운 맛. 기분탓인지 단무지가 유독 싱싱하고 맛있었던 듯한 느낌. 동행자는 이 꼬마김밥을 이 날의 베스트로 꼽았습니다.
볶음밥은 떡볶이 냄비를 통째로 들고가 주방에서 볶아주십니다.
삼삼한 떡볶이 국물에서 나온만큼 볶음밥 맛도 마찬가지로 삼삼합니다. 그럼에도 감칠맛은 충분해 계속 숟가락질을 하게 됩니다. 취향따라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듯하나, 제 기준에서는 마냥 자극적인 것보단 이런 종류의 볶음밥이 낫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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