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파스타바, 성수 - 눈 앞에서 요리하는 생면 파스타

특별한 날을 맞이해 현재 서울에서 가장 힙한 파스타 집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바위파스타바'에서 특별한 식사를 했던 이야기. 

 

바위파스타바는 영동대교 북단 부근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이용 시 건대입구역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요즘 들어 입소문을 타고 '바위파스타바'의 위상이 날로 높아진 탓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자정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을 오픈하는데, 제 경우에는 네이비즘까지 켜놓고 예약을 시도한 덕에 어렵사리 2인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예약 시스템은 계속 조금씩 변동되고 있는 듯 하니, 자세한 내용은 해당 가게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저희는 첫타임인 5시 예약이었습니다. 주문을 받는대로 손님 앞에서 직접 파스타 면을 뽑고 바로 조리하기 때문에 한 타임에 한 팀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고로 첫 타임이었던 저희는 가게를 전세낸 듯 편안하고 조용히 식사할 수 있었단 이야기. 

 

가게 내부는 깔끔합니다. 좌석 뒷편으로는 미닫이 문이 있는 옷장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파스타를 주문하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바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마치 스시집처럼요.

 

테이블 세팅은 대강 이런 모양

 

따뜻하게 데워진 손수건도 준비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

 

메뉴판은 아이패드에 있습니다. 파스타가 여러 종류 준비되어 있는데, 메뉴 구성은 몇 주에 한 번씩 바뀐다고 합니다. 저희는 아티초크 민트 피스타치오 딸리올리니와 볼로네제 딸리아뗄레, 트러플 따야린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샤도네이 (12,000원, 잔 당)

와인은 글라스로 샤도네이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파스타들이 묵직한 편이라 이 와인이 잘 어울릴 것이란 셰프님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파스타를 주문하자 셰프님이 면을 뽑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집에서 생면 파스타를 해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구경했던 것입니다. 

 

왠지 움짤로도 하나 남겨보고 싶었던 것.

 

아티초크와 민트 피스타치오 페스토 딸리올리니 (21,000원, 1/2접시)

먼저 바위파스타바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아티초크와 민트 피스타치오 페스토 딸리올리니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했던 부분은 둘이서 갔더니 파스타를 두 접시에 나눠주셨다는 점. 굳이 서로 앞접시에 덜어먹지 않아도 돼서 편리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사진 몇 장 더 찍고 먹을 준비를 합니다.

 

파스타는 은근히 크리미한 타입. 아티초크를 볶고 면과 민트 피스타치오 페스토를 섞은 뒤 치즈와 견과류를 갈아내 마무리했습니다. 

 

조명때문인가 왜 누렇게 찍혔지

사실 저는 민트를 딱히 좋아하지 않기에 '민트 파스타'라니 먹기 전엔 살짝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첫 입만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파스타 소스와 딱 알맞게 씹히는 생면 탈리올리니의 식감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민트향의 밸런스가 아주 좋습니다. 특히 고소하고 녹진한 소스가 혀에 착 감기는 것이 좋더라구요.

 

부드럽게 조리된 아티초크 역시 식감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먹은 파스타 중 제일 좋았던 듯 하네요. 첫 접시 만에 바로 만족했습니다. 

 

파스타를 먹는 동안 셰프님은 다음 파스타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볼로네제 소스 딸리아뗄레 (29,500원, 1/2접시)

이번에 나온 파스타는 볼로네제 소스 딸리아뗄레. 간단히 말해 넓적한 면으로 만든 라구 파스타입니다. 라구인 만큼 소스에 고기 듬뿍 들어갑니다. 접시를 내주시면서 무슨 재료들이 들어갔는지 설명해주셨는데, 이제 와서 떠올리려니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아마 소, 돼지 고기를 함께 썼다고 하셨던 듯. 

 

이번에도 요리를 둘로 나눠서 내주셨습니다.

 

라구 소스 베이스에 넓적한 탈리아뗄레를 넣고, 마지막엔 후추를 절구에 빻아 뿌립니다. 

 

고기향 진득한 파스타입니다. 앞선 민트 파스타에 비해 염도가 다소 있는 편으로, 진하고 그득한 소스가 넓적한 면과도 잘 어울립니다. 생면인 만큼 식감도 상당히 좋습니다. 

 

오래 끓인 불고기처럼 진하면서 짭잘한데 달큰함이 살짝 섞여 있는 소스였습니다. 와인과 함께 먹으니 궁합이 딱 좋습니다. 

 

다음 파스타는 트러플 따야린. 따야린은 계란 반죽으로 얇은 파스타를 말합니다. 사실 앞서 먹은 탈리올리니와 거의 비슷한 면. 

 

역시 두 접시로 나눠주시는데, 마지막에 생트러플을 갈아 올려 냅니다.

 

트러플 파스타 (33,000원)

아직 블랙 원터 트러플이 입고가 안돼서 썸머 트러플인지 호주 트러플인지 뿌려주고 메뉴에 적힌 것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받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무슨 트러플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가격이 삼만삼천원이었던 것만 기억납니다.

 

두 접시 모두 트러플을 뿌려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러플을 꽤 낭낭하게 뿌려주신 듯 하네요.

 

다만 면과 비비기 전에는 다소 비린내가 올라오긴 했습니다. 약간 속상했던 부분. 

 

허나 비비고 나니 콤콤한 트러플 향만이 기분 좋게 코끝을 스키고 가는군요. 

 

세번째 접시까지 기분 좋게 먹어치웠습니다. 빵도 없이 파스타 세 접시(둘이 먹었으니 인당 1.5접시)만 먹었는데도 의외로 배가 꽤 찼습니다. 만족스런 기분으로 가게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파스타 제조 과정을 라이브로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고, 깔끔한 분위기나 매끄러운 접대까지, 개인적으로는 돈이 아깝지 않은 식사였습니다. 예약만 쉬워진다면 언제라도 또 찾아가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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