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크앤베이크, 청담/도산공원 - 맛까지 좋은 파스타와 피자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6. 19. 08:28
식당을 외관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허름한 집이라고 음식 맛까지 허름하란 법은 없거든요. 곳곳에 있는 내공있는 노포들이 수더분한 가게 분위기에서도 아주 훌륭한 음식을 내곤 합니다. 한편,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식당 외관이 너무 깔끔하면 괜히 음식 맛은 별로 일것만 같은 예감이 들곤 합니다. 인테리어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식당의 본분에는 소홀했을 것만 같은 느낌. 소위 '분위기 맛집'이라는 기획형 식당에 여러 번 당한 바 있기 때문이겠지요.
압구정에 위치한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웨이크앤베이크'도 처음엔 그런 식당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너무나 인스타그래머블하고 트렌디하게 잘 꾸며놓은 나머지,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거죠. 그러나 식사를 하고나니 그런 오해는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훌륭한 피자와 파스타를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에 맛까지 좋으니 금상첨화일 수 밖에요.
웨이크앤베이크는 청담 CGV 쪽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골목길 초입에 쉑쉑버거가 있어서 고기패티 굽는 냄새에 홀려 햄버거집으로 납치당해버릴 수도 있음.
아무튼 가게 외관은 흰색과 녹색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정통 피제리아를 표방하고 있는듯 합니다.
가게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일요일 늦은 점심 찾아갔는데 운 좋게도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운 좋은 일이었지만 사장님은 화이팅..
가게는 실내와 반 테라스 자리도 나뉘어져 있습니다.
열어 놓고 테라스로 운영하기에는 한국의 날씨가 워낙 들쑥날쑥한지라 비닐막 같은 걸 설치해놓은 모양입니다. 하긴 이 더위에 야외 자리에 앉았으면 괴로웠을뻔
실내 한켠에는 오픈 주방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큼지막한 화덕이 있어서 일단 찍고 보았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테라스 쪽 자리에 착석.
메뉴판을 받습니다.
기본적인 메뉴 구성은 한국식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문법을 따릅니다. 저도 그래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메뉴 피자와 파스타 2단 콤보로 주문하기로 결정.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최첨단 메뉴판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 기술 진보가 아직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신할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듯, 웨이크앤베이크의 최첨단 태블릿 메뉴판 시스템도 결국 주문은 사람이 와서 받아야 하는 구조. 트러플 크림 파스타와 노던 라이트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기본찬으로 김치대신 올리브와 할라피뇨가 나옵니다. 물론 단품 메뉴를 시키긴 했지만 식전빵이 안나오는 것은 살짝 아쉬운 부분. 왜냐면 여기 피자가 맛있었기 때문에 빵을 구워도 잘 구울 것 같았거든요.
주문했던 두 가지 메뉴가 나왔습니다. 모아 놓고 단체샷 한번 찍어줘야겠다 싶어서 찍었습니다.
만구천원짜리 트러플 크림 파스타입니다. 속 빈 원통 모양의 파스타 리가토니를 썼습니다.
리가토니 파스타 위에 녹진한 트러플 크림을 얹고 그 위로 루꼴라를 아낌없이 올렸습니다.
파스타에는 프로슈토와 판체타 햄도 들어있습니다. 트러플 크림 소스의 눅진한 맛에 고소한 풍미를 얹어줍니다.
접시 가장자리를 둥그렇게 두르고 있는 것은 바로 바질 페스토. 그냥 장식인줄 알고 별 생각없이 지나칠뻔 했는데, 이 파스타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 입니다.
요리가 끝난 후엔 아마 올리브 오일도 마지막에 슥슥 뿌려낸 모양입니다. 접시에 방울방울 떨어져서 괜히 예술성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이제 슬슬 먹어 보기로 합니다.
트러플, 루꼴라, 판체타, 바질 모두 제 목소리가 강한 재료를 썼는데, 파스타 속안에서 맛들이 하나로 조화롭게 잘 묶이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일단 가볍게 트러플 크림 소스 묻은 리가토니 하나를 집어 먹었습니다. 생 트러플을 썼는지 아님 그냥 트러플 오일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향을 내는 트러플 소스입니다. 트러플 향이 눅진한 크림 소스 속에 부드럽게 묻혀 있습니다. 향이 지나치지 않아서 좋습니다. 어차피 진짜 주인공은 티 내지 않아도 다들 주인공인걸 자연스레 알거든요.
바질 페스토도 크림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콤콤한 트러플과 풀내음 가득한 바질의 향이 부딪히지 않고 잘 어우러집니다.
루꼴라 역시 트러플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살짝 쌉쌀한 맛이 눅진한 크림소스의 맛을 잡아줍니다.
결국 파스타 속 바질, 루꼴라, 트러플 세 가지 향이 마치 총선을 앞두고 3당 합당하던 김영삼, 김종필, 노태우처럼 하나로 뭉칩니다 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겠고 아무튼 각기 다른 매력의 세 가지 재료가 잘 어우러집니다. 크림파스타지만 그 속에서 퍼지는 향이 다양해 그렇게 느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건 판체타입니다. 고소한 지방맛으로 트러플의 풍미를 올려주는 녀석. 참고로 파스타 면도 단단하게 삶아나오는 편입니다. 원래 그렇게 먹는 것이 파스타라고는 하는데, 특히 이런 스타일의 눅진한 소스가 있는 파스타에는 더더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피자보기 전에 잠깐 콜라타임. 콜라는 코카콜라 줍니다.
동행자는 레몬 에이드를 시켰습니다. 맛은 너무 달았다고 하는데 저는 한 입도 못 먹었습니다. 콜라는 다행히 얼음잔도 줘서 기분이 좋았음. 얼음 없는 콜라는 김치 없는 삼겹살과 같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노던 라이트 피자가 나왔습니다. 왜 이름이 노던 라이트인지는 아직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토핑으로 올라간 방울 토마토와 하얀 부라타 치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진짜 맛있어 보이는 부분은 바로 도우.
부엌에 대형 화덕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기 좋게 부풀어 있는 피자의 모습입니다.
촉촉하게 올라간 토마토 소스에 모짜렐라 그리고 은근하게 올라오는 마늘향까지. 솔직히 음식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대가 있진 않았는데, 이제 슬슬 설레기 시작합니다.
토핑 쪽 도우는 토마토 소스에 젖어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얇고 부드러운 도우 위에 감칠맛 도드라지는 토마토 그리고 부라타 치즈가 올라갔습니다. 입안에 밀어 넣자마자 빠르게 녹아 없어집니다. 단순한 조합이지만 맛이 풍부한데 아무래도 부라타 치즈의 공이 크겠죠. 자극적인 맛보다는 담백한 스타일에 가까운 피자입니다.
슬라이스되어 들어간 마늘의 향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알리오 올리오의 맛있는 마늘 기름 맛이 피자에서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좋은 도우에 토마토, 치즈 그리고 마늘 향까지 피자 역시 재료들의 맛이 부딪히지 않고 균형있게 어울립니다.
그 균형을 감싸 안는 것이 바로 피자 도우. 사실 토핑들이 주인공 급으로 강한 맛을 내는 재료가 아님에도 맛이 비는 느낌이 없습니다. 이 또한 도우의 위엄이겠지요..
탄력있는 밀가루의 맛. 역시 도우가 맛있어야 피자도 맛있는 것 같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날도 덥고 카페가기가 귀찮아져서, 그냥 커피도 여기서 주문했습니다. 소올직히 콜드브루는 제 입맛에 좀 맹맹한 편이었는데, 라떼는 달지 않고 부드러워 먹을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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