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돼지국밥, 서초 - 오후까지 든든한 돼지국밥

점심시간에 무얼 먹느냐가 오후 전체의 컨디션을 좌우합니다. 그럴듯한 음식을 먹어야 퇴근 전까지 기나긴 오후 시간을 그럴 듯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혹여라도 허접한 음식으로 대강 배를 채웠다가는 오후 내내 후회에 가득차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점심 식사 메뉴 선정은 훌륭한 하루를 위해 허술히 대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이벤트. 오늘도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돼지국밥을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이면 오후까지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서초역 부근의 돼지국밥 전문점 "이가돼지국밥"입니다.

 

'이가돼지국밥'의 주요 고객은 기본적으로 주변 회사의 직장인들. 꽤나 퀄리티 있는 국밥을 내기에 항상 인기가 좋습니다.

서초역으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는 위치지만 충분히 걸어서 찾아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식당은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려가는 계단따라 명예의 전당 마냥 메뉴 사진들이 웅장하게 붙어있습니다. 

 

주요 메뉴는 국밥 시리즈. 그중에서도 특히 돼지국밥이 메인입니다. 냉면이나 수육백반, 족발, 보쌈 같은 메뉴도 있긴하지만, 보통 점심시간에는 다들 국밥을 먹는 편입니다. 가격은 칠천원으로 무난한 편.

 

식당 내부는 꽤 넓은 편이고 테이블 좌석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로 혼밥석이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국밥집인 만큼 부담스럽지 않게 혼밥을 할 수 있습니다. 티비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 것이 관건.

 

기본세팅은 이렇습니다. 앞접시가 두개인 이유는 김치와 깍두기를 따로 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기본찬으로는 양파와 고추 그리고 쌈장이 나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단촐한 구성입니다. 

 

김치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서

김치는 항아리에 따로 담긴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내어주는데 먹고 픈 만큼 덜어 먹으면 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딱 먹을 만큼만 덜었습니다.

 

공기밥이 국밥에 앞서 나왔습니다. 일단 뚜껑을 열어 잠시라도 열기를 날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집의 밥은 꽤 훌륭한 편입니다. 국밥에 말아 먹기 좋게 밥알도 고슬고슬한 편이고 찰기도 심하지 않습니다.

 

돼지국밥 (7,000원)

부추가 잔뜩 올라간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고 있네요.

 

잘 나오는 각도 찾는 중

부글거림이 잦아들때까지 사진 촬영의 시간을 갖습니다. 

 

점점 위로

국밥 참 좋아하지만 어딜가든 팔팔 끓어나오는 뜨거운 온도만큼은 적응이 안됩니다. 게다가 뚝배기에 담겨서 쉽게 식지도 않구요.

 

결국 항공샷으로 

물론 뜨끈하게 허뜨허뜨 하면서 먹는게 국밥의 참맛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제 취향에는 그닥 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혓바닥 입천장 다 벗겨지면서 먹는다면 무슨 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한참을 기다려서 먹습니다. 뭐든 뜨끈하게 먹어야 무조건 맛있다는 말은 최소한 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국밥에는 고기가 실하게 들었습니다. 굳이 특을 시키지 않더라도 아쉽지 않을만큼 충분하게 돼지고기를 넣어줍니다.

 

식었나 싶어서 한 숟갈 했다가 바로 입뎄죠..

새우젓이나 다데기를 넣지 않고, 나온 그대로 국물을 맛봐도 간이 어느정도는 잡혀 있습니다. 국물의 감칠맛에 부추 향이 감겨서 아주 강렬합니다. 

 

염도가 높지 않아서 다소 맹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국물이지만 또 복잡하지 않은 깔끔한 매력이 있어 다른 양념을 첨가하지 않고 몇 숟갈 떠먹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씩 양념장들을 추가해가며 먹을 생각입니다. 국밥 한 그릇이지만 뚝배기를 비울 때까지 조금씩 변화하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겠습니다.

 

일단 새우젓부터 넣습니다.

 

일단 염도가 올라가서 돼지 국물의 감칠맛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깔끔하게 먹기 위해서라면 딱 지금, 새우젓만 추가한 상태가 이상적일 것 같네요.

 

깔끔하다는 것은 또 되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럴 땐 깍두기와 함께 먹어주면 알맞습니다. 깍두기는 새콤한 맛이 강렬한 편으로 단독으로 먹을땐 다소 과하지만 국밥과 함께 하면 밸런스가 맞습니다.

 

그 다음엔 제가 좋아하는 들깨를 듬뿍 뿌려줬습니다.

 

몇몇 저으니 이렇게 국밥 위에 들깨가루가 둥둥 떠다닙니다. 맑은 국물에 고소한 향이 가미됩니다.

 

그리고 다데기를 투하합니다. 어찌보면 국밥을 완성시켜주는 마법의 양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과도하게 국물의 맛을 잡아먹지 않도록 절제하며 뿌려주었습니다.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하니 확실히 더 군침이 돕니다. 다데기를 넣고나면 전체적인 맛이 풍성해집니다. 부피감이 더 잡힌다고 할까요. 더 이상 깔끔한 국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러 켜의 감칠맛들이 감지됩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국물 뒷맛에서 미묘하게 아주 살짝 잡히는 신맛입니다. 크게 관심 갖지 않고 먹으면 놓칠 수 있는 맛인데, 이 잡힐락 말락하는 작은 신맛이 이 집 국밥을 다른 곳보다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아마 신맛에는 부추의 역할이 가장 클테고, 돼지 잡내 제거 및 풍미를 위해 넣었다는 아홉가지 약재가 그 맛을 증폭시키지 않았나 싶은데, 어쨌든 그 맛 덕에 돼지국밥에 물리지 않고 수저를 계속 뜰 수 있습니다. 사실 신맛은 처음부터 있었겠지만, 팔팔 끓던 초반에는 느끼지 못했으나 온도가 떨어지고 나니 그 맛을 감지해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뜨거울 때는 맛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든든한 점심식사였습니다. 

 


이건 언젠가 이곳에서 먹었던 순대국밥

 

역시나 팔팔 끓어나옵니다. 돼지국밥과 마찬가지로 부추를 잔뜩 올려 나왔군요.

 

펄펄 끓는 동안은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혓바닥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인 것입니다.

 

순대국밥도 기본 베이스는 돼지국밥과 같습니다. 다만 순대가 몇 조각들어갔을뿐. 순대는 꽤 먹을만 하지만 아주 인상깊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시나 이 집의 순대국밥이 궁금할 분을 위해 추가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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