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타코, 가로수길 - 타코는 원래 맛있다

아이패드를 픽업하러 가던 날, 애플스토어가 있는 가로수길에 도착하니 이미 7시 무렵이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아이패드를 받고픈 마음에 주린 배를 잡고 애플 스토어로 직행하려던 찰나, 옛 어른들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아무리 좋은 경험을 목전에 두고 있어도 끼니는 제때 챙겨 먹어야 하는법.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가까운 곳에 타코집이 있어 식사를 하고 아이패드를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막상 먹다보니 타코가 너무 맛있어서 아이패드 수령도 잊어먹고 집에 돌아와버렸다...는 식의 쇼킹한 이야기를 할까했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래도 어쨌든 꽤 맛있는 타코여서 먹고 기분좋게 애플스토어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멕시코 음식 전문점 '마사 타코' 입니다.

 

애플스토어에서 대략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로수길 대로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골목으로 나가면 금새 도착합니다. 

가게 외관에는 멕시코 스타일 해골를 그려넣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여기가 정문인 줄 알았는데 후문이었음

가게는 2층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1층도 아닌, 대략 1.5층되는 애매한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LA 스타일 멕시코 음식을 낸다는 듯

가게 내부는 역시나 힙한 느낌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그럭저럭 불편한 구석 없이 깔끔하게 잘 인테리어 되어 있습니다. 평일 저녁에 방문했는데 의외로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렸음.

 

가게 외관에 그려져 있던 멕시코 해골의 귀요미 버전 인형도 있습니다. 커여웡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가게 내부는 테이블 위주의 좌석 배치지만 저 같은 혼밥 러들을 위한 혼밥 석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올직히 타코도 혼밥하기 딱 좋은 음식이긴하거든요. 금방 나오고 금방 먹는 음식이라 가게 입장에선 회전율에 좋고 혼밥맨 입장에선 빠르고 간편히 한끼 때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메뉴는 이렇습니다. 타코를 메인으로 퀘사디아, 브리또 그리고 나초나 프라이 같은 스타터 메뉴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곳 타코에 꽤나 만족했기에 다음에 오게 되면 다른 메뉴들도 시도해볼 예정. 타코 잘하는 집이라면 왠지 다른 요리도 잘 할 것 같다는 느낌

 

메뉴를 결정하기도 전에 나온 나초칩입니다. 두가지 살사와 함께 나옵니다. 

 

살사는 빨간색이 초록색보다 좀 더 맵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록색이 더 좋았음

 

브레이즈 타코 프라터 (12,000원)

이 날 제가 먹은 건 비프, 포크, 치킨 타코가 각각 하나 씩 제공되는 브레이즈 타코 프라터. 토티야는 밀과 옥수수 중 선택 가능합니다. 저는 옥수수로 선택. 가게 이름부터가 옥수수 반죽을 뜻하는 '마사' 타코이니 왠지 옥수수가 더 맛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 집 타코들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속재료로 브레이징(braising)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쓰는 것이 특징. 참고로 브레이징이란 한식의 조림과도 얼핏 비슷한 조리법인데, 고기의 겉면을 물기 없이 강한 온도로 지져 맛을 이끌어 낸 후 물이나 육수를 붓고 뚜껑을 덮어 오랫동안 뭉근히 끓여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방식으로 조리된 음식을 먹다보면 은근히 장조림의 잔상이 어른거리기도 합니다. 

타코에 브레이징한 고기를 적극적으로 쓴다는 점은 LA의 유우명 타코집 Guisados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기 타코들이 이 집 타코들이랑 느낌이 비슷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오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있어보이지만 하지만 사실 저도 거기 타코 이제 잘 기억안남

 

따로 뿌려먹을 수 있는 살사가 통에 담겨 나옵니다. 아까 나초 먹을 때 줬던 소스를 더 주실 줄 알았는데 살짝 아쉬웠던 부분

 

라임은 기본으로 제공되진 않지만 부탁드리면 받을 수 있습니다. 취향껏 넣을지 말지 반만 넣을지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비프

일단 먼저 먹은 것은 소고기 타코입니다. 푹 끓여내 결대로 분리된 소고기 위로 양파와 고수를 올렸습니다. 옥수수 토르티야를 잡고 타코를 들여올려보면 생각보다 은근히 묵직합니다. 고기 하나하나의 개체가 크지는 않지만 뭉텅이로 꽤나 들어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비프타코는 살사는 추가로 뿌리지 않고 라임만 뿌려서 맛보았습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라임뿌리느라 살사 뿌리는 걸 깜빡함

그럼에도 맛은 얼추 맞아들어갑니다. 짭짤한 양념과 소고기의 감칠맛이 직관적으로 혀에 맛있음을 어필하고 그 강렬한 맛을 고수와 양파가 진정시킵니다. 그 두 맛의 축을 옥수수 토르티야가 하나로 묶어내는 형태

살사를 뿌리지 않은 탓이겠지만 살짝은 방점이 찍힐 만한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상은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먹은 것은 포크. 돼지고기를 브레이징한 것입니다. 카르니타스와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스타일의 타코겠습니다.

 

이번엔 잊지 않고 살사를 뿌려줍니다. 근데 생각보다 매워서 저 같은 맵찔이라면 양에 주의하면서 뿌려야 합니다. 

 

씹을 수록 고소하게 우러나오는 돼지고기의 감칠맛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거기에 살사의 매운 맛이 제대로 마침표를 찍으니 타코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납니다.

 

다만 고수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았지 않겠나 싶긴하네요.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치킨. 이번 타코에는 사워소스가 살짝 올라간 것이 보입니다.

 

3가지 타코 각각 속재료에 따라 양념과 소스에 변주를 주어서 하나씩 비교해가며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 닭가슴살을 푹 끓여낸 듯한데 닭 특유의 맛도 충분히 살려내면서 다른 재료들과의 균형도 완전하게 잡아낸 타코입니다. 

 

아까 나초랑 나온 소스 좀 남아서 찍어먹음

직접만드는지는 제가 주방을 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토르티야 상태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께와 질감이 적당해서 여러 장 겹치지 않고도 속재료들을 충분히 견뎌냅니다. 특히 드라이하게 볶은 것이 아니라 물기있게 조리한 고기들이기에 더더욱 찢어지지 않고 받쳐주는 토르티야 역할이 중요했겠습니다. 타코치고 꽤나 깔끔히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집 타코의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로고 냅킨 있는데 못 찍어서 나오면서 한 장 들고 나와서 찍음

 

 

간만에 서울에서 먹은 만족스런 타코였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타코를 어딜가나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젠가 모두들 타코의 매력에 깨닫고 서울에도 타코붐이 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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