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 여의도 - 깔끔하게 떨어지는 튀김 덮밥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반찬에 밥 한 공기 든든하게 뚝딱하고 싶던 어느 저녁. 여의도 근처 밥집을 찾아 헤매다 메뉴로 텐동을 간택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잘 튀겨낸 튀김 반찬이라면 그 어떤 밥도둑도 부럽지 않거든요. 여의도에 최근 새롭게 개업한 텐동 전문점 '슌' 입니다.

 

슌은 여의도역 5번출구 주변 흔히 먹자빌딩이라고 부르는 여의도 종합상가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상가 분위기 자체는 수더분해서 일식집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인데, 슌 뿐만 아니라 맞은 편에는 최근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핫한 스시야 아루히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2층 가게들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보면 누가 봐도 일식점 같은 외관을 한 가게가 두 군데 있는데 그게 바로 슌과 아루히 입니다. 

 

로고 간판이 멋있어 보여서 찍었는데 어째 빛이 번져서 깔끔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흑흑. 원래 사진이 잘 안 나오는 간판인지 카메라가 구린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게 내부는 아주 깔끔합니다. 테이블석도 다수 준비되어 있고,

 

카운터 석도 있습니다. 혼밥하기 좋을만한 가게 구성입니다. 

 

텐동은 9,000원부터 17,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준비됩니다. 본인의 배고픔 정도와 지갑사정을 고려하여 적당한 것을 시켜 먹으면 되겠습니다. 저는 지갑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배고픔 정도만 고려해서 가장 푸짐한 만칠천원짜리 스페셜 텐동을 주문했습니다. 시킬 땐 몰랐는데 지금보니 넘모 비싼 것..

 

뭘까요~~? 와사비!

식탁에 요상한 용기가 있길래 뭔가 싶어서 열어봤더니 와사비가 알차게 들어 있습니다. 저는 딱히 땡기지 않아서 사진만 찍고 바로 닫았습니다.

 

기본찬으로 단무지와 일본식 갓절임인 타카나가 나옵니다. 제 입맛에 단무지는 달아서 맛만 보고 더이상 건들지 않았지만, 갓은 꽤 괜찮아서 계속 집어 먹었습니다. 텐동과 함께 먹으면 입안을 환기시키며 튀김의 기름짐을 어느정도 커버해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나저나 밑반찬을 테이블당 하나로 퉁치지 않고 개인 그릇으로 나누어주는 것도 환영할 부분. 

 

하이볼 (8,000원)

기왕 먹는거 하이볼도 한잔하기로 합니다. 다만 다소 위스키 향이 약해서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하이볼이 아니라 그냥 탄산 음료 먹는 느낌이랄까요.

 

스페셜 텐동 (17,000원)

만칠천원짜리 스페셜 텐동이 나왔습니다. 메뉴판에 적혀 있기로, 카키아게 두개, 새우 두개, 가지, 아스파라거스, 느타리버섯, 꽈리고추, 온천계란, 김 튀김의 구성인데 먹다보면 메뉴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추가로 들어있는 튀김도 있고 그렇습니다.

 

어느 각도로 찍어야 사진이 이쁘게 나올지 고민해보는 과정입니다.

 

각도를 더 세워봤지만 아까 찍은게 좀 더 잘나온 것 같다는 감상. 더 찍다간 튀김이 식을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했읍니다.

 

밥 위에 튀김을 두고 먹으면 금방 눅눅해질 수 있으니 앞에 준비된 앞접시에 튀김을 하나하나 옮겨줍니다. 이렇게 옮겨놓으니 굉장히 양이 푸짐해 보입니다.

 

앞접시 용량이 부족해서 미처 옮기지 못한 단호박과 김 튀김. 얘네들은 눅눅해지기 전에 먹으면 되니까 문제 없습니다.

 

반숙 달걀이 튀김과 밥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뭐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터뜨려서 밥에다 비볐습니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편. 튀김의 타래소스가 밥까지 깊이 침투하지는 않았습니다. 밥에 타래소스가 너무 묻어버리면 간혹 간이 너무 강해지기도 합니다. 식사 후반부에 온도감이 내려간 상황에서는 더더욱 짜게 느껴지기 때문에 초반부터 밥에 소스를 덜 흘리도록 주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텐동과 함께 일본식 된장국이 제공됩니다. 그리고 튀김 간이 모자를 때 추가로 뿌려 먹을 수 있는 타래소스(간장소스) 역시 나옵니다.

 

단호박

일단 크기가 큰 단호박 튀김부터 먹기로 합니다. 

 

튀김의 첫인상은 깔끔하게 튀겨졌다는 것. 튀김에다 기름기가 잘 빠졌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일종의 형용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어쨌든 슌의 튀김은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느끼하지 않게 튀김 기름이 잘 절제된 느낌. 튀김을 씹을때 기름기가 많이 흘러나오지 않아 크리스피한 식감이 강조됩니다. 

 

아스파라거스

얇고 길쭉한 아스파라거스 튀김입니다. 

 

별 생각없이 먹었는데, 튀김옷의 바삭함과 아스파라거스의 촉촉함이 잘 어우러집니다. 튀김옷도 깔끔해서 훌륭하지만 내부 재료의 맛이 잘 살아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카키아게

카키아게입니다. 카키아게는 야채를 튀김반죽에 뭉쳐 튀겨내는 일본의 야채튀김입니다. 야채에 해산물을 섞어 만들기도 하는데, 슌의 카키아게가 그런 스타일입니다. 메뉴판에 적힌 바로는 관자, 바지락, 새우, 갑오징어, 참나물을 버무려 튀겼다고 합니다.

 

카키아게야 말로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 튀김입니다. 제가 주문한 스페셜 텐동에는 카키아게가 두 개 들어있어 식사 초반에 하나 후반에 하나 먹었는데, 온도의 변화에 따라 맛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식사 초반에 뜨끈할때 먹은 카키아게는 오징어를 비롯한 해산물의 식감이 부드럽게 씹히며 튀김옷이나 야채의 맛과 자연스레 섞였지만, 후반부에 먹은 것은 이미 식어서 오징어도 뻣뻣했고 튀김옷도 이미 가장 맛있는 시점을 지나서 여러 재료들이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질긴 오징어의 식감이 나머지의 맛을 모두 잡아먹은 느낌이었습니다.

 

연근

이것은 연근. 메뉴판에는 적혀있지 않던 히든 튀김 느낌입니다. 개이득

 

연근의 아삭한 식감이 튀김옷 안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연근이 원래 그런 음식이긴 하지만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김 튀김입니다. 저번에 텐동요츠야에서 먹었을때 워낙 맛있게 먹었던 튀김인지라 슌의 것도 기대가 됩니다.

 

역시나 짭짤한 맛에 바삭한 튀김옷의 식감 덕에 튀김 먹는 재미가 납니다. 다만 아무래도 튀김옷의 비중이 다른 그 어떤 튀김보다도 크기 때문에 기름의 느끼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역시나 호불호가 갈릴 튀김. 개인적으로는 느끼한 거 좋아해서 극호입니다.

 

느타리버섯

느타리버섯 튀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맛있게 먹은 튀김. 바삭한 튀김과 촉촉한 버섯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버섯이 꽤 덩치가 있어 튀김옷 부피도 큼지막하고 버섯 자체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칠맛을 담은 버섯즙도 좋습니다. 결대로 씹히는 버섯의 식감도 잘 살아 있습니다. 

 

토마토

메뉴에 적혀 있지 않은 토마토 튀김입니다. 토마토 튀김은 양식에서 단단한 초록색 토마토를 사용해 종종 선보이는 음식인데 일식 튀김집에서는 처음 봤습니다. 

 

팁이 있다면 가능한 토마토 튀김은 한입에 먹어야 한다는 것. 괜히 반입만 먹고 사진 찍으려다가 터뜨려버렸습니다. 단단한 토마토가 아닌 물렁한 토마토를 튀기다 보니 토마토 내부의 속이 그만 쏟아져버린 것. 새큼한 맛이 강렬한 튀김이었습니다.

 

새우

이번에는 새우 튀김. 

 

가장 바삭하고 깔끔하게 튀겨낸 튀김이었습니다. 여태 먹은 새우튀김 중 일등으로 꼽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준수했습니다. 

 

꽈리고추

꽈리고추입니다.

 

쌉쌀한 맛이 꽤 강했습니다. 제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는데, 동행자는 본인 텐동의 것은 상당히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꽈리고추의 편차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지

기름에 튀긴 가지는 무조건 맛있는것.

 

가지는 역시나 맛있었습니다.

 

깔끔하게 튀겨낸 수준급 튀김의 텐동이었습니다. 여의도 부근에서 가볍게 식사할 일이 있다면 부담없이 들르기 괜찮겠습니다. 분위기 역시 조용하고 먹는 과정 역시 깔끔해서 혼밥으로도, 데이트로도 쓸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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