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루, 교대 - 후루룩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라멘

퇴근 후 라멘 사냥을 떠났습니다. 최근 라멘 섭취 빈도가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라멘만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그나마 가까운 라멘집을 찾아 지도를 뒤적이다가 교대역에 위치한 한 돈코츠 라멘집을 찾고는 걸음을 옮겼습니다. 자가제면한 돈코츠 라멘을 파는 교대의 '스스루'입니다.

 

스스루는 교대역 1번 출구 앞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실내는 테이블 몇개와 혼밥석 몇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이 날 혼밥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벽보고 앉는 혼밥석에 착석했습니다. 소형 라멘집에 대개 구비되어 있는 키오스크는 없고 대신 홀에 종업원이 한 분 있습니다.

 

가게 한 켠에는 제면기가 있는 방이 있습니다. 직접 제면을 하는 곳이라면 수고를 들이는 만큼 사람들이 알아줄 수 있도록 이렇게 제면하는 티를 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라멘은 단 두 가지 종류. 돈코츠 라멘과 카라이 라멘이 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것은 돈코츠라멘, 거기에 매운맛을 더한 것이 카라이라멘이 되겠습니다. 다른 블로그에서 잠깐 흘겨보기를 이곳 카라이라멘은 꽤나 매운 편이라는 것 같아서, 미련 없이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맵찔인 덕분에 메뉴 선택이 수월했습니다. 

 

일본에선 라멘 먹는 소리를 흔히 '즈루즈루'라고 표현합니다. 아마 스스루 라는 가게 이름도 여기에서 착안해 나온 듯 합니다. 그나저나 일본사람들은 어떻게 라멘을 먹길래 즈루즈루 소리가 나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그들도 우리의 면 먹는 소리인 '후룩후룩'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김치와 핑크빛 무절임. 어차피 저는 안 먹는 거라 그냥 사진만 찍고 넘기려다가 그냥 김치 한 쪽 집어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매웠음

 

돈코츠 라멘 (6,500원)

오래 걸리지 않아 라멘이 나왔습니다. 뽀얀 국물의 돼지뼈 육수가 바로 눈에 잡힙니다.

 

일단 사진 촬영의 시간을 갖습니다.

 

스푼 치우고 찍을 껄

고명으로 차슈, 목이버섯, 숙주 그리고 뒷편의 달걀이 올라갑니다. 굉장히 베이직하고 단촐한 구성.

 

지금보니까 스푼 엄청 거슬림

라멘에 고명이란 결국에 옵션에 불과하니 굳이 화려할 필요는 없겠지요. 딱딱 구색을 위해 있을 것만 취한 느낌입니다. 

 

국물은 깔끔한 타입의 돈코츠 육수입니다. 입술이 끈적거릴 정도로 진하거나 여러 육수를 섞은 복잡하고 세련된 맛을 자랑하진 않지만, 돼지 육수의 감칠맛을 명확히 짚어냈습니다. 소프트한 스타일로 부담스럽지 않게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지방감이나 염도도 그리 강하지 않아서, 라멘을 헤비함때문에 기피하시는 분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느끼한 거 좋아하는 제 시점에서 말씀드리는 것이기에 아닐수도 있음

반면 육수의 초기 온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국밥처럼 팔팔 끓는 채로 나오진 않지만 꽤 뜨거워서 후룩후룩 먹다가는 입천장을 홀랑 까먹을 수도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육수 자체의 참맛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돈코츠라멘인 만큼 얇은 면이 들어갑니다. 따로 익힘조절을 부탁드리지 않았음에도 꽤 꼬독꼬독하게 삶겨 나왔습니다. 

 

면은 제 맘에 꽤 들었습니다. 극한의 알단테 충으로 면의 심지가 생생하게 씹히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제 취향에도 부합하는 면. 면을 후루룩 빨아들여 입안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어도 탱글함이 살아 있습니다. 

 

차슈는 조그만 편입니다. 워낙 특별한 차슈를 내는 라멘집들이 많은지라 오히려 이런 베이직한 차슈가 유니크해보이네요. 아마 타래소스로 맛을 낸 듯한데 특출나지는 않지만 라멘 토핑으로서는 군더더기 없습니다. 요즘 라멘집들은 차슈가 워낙 크다보니 보통 챠슈로 면을 싸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크기가 작아서 면으로 싸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먹으니 면 맛이 앞서고 고기가 받쳐주는 형국이 되어 오히려 라멘이라는 국수 요리에 더욱 알맞는 것 같기도하네요.

 

유독 색깔이 거무잡잡한 맛달걀(아지타마고). 지나치게 간장맛이 많이 들은 건 아닐까 살짝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속 깊은 곳 까지는 양념이 침투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달걀 삶기는 최적의 상태보다 조금 더 익은 수준.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는 젤리처럼 말랑말랑했는데 갈라보니 노른자의 상태가 반숙과 완숙의 중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완벽한 반숙으로 나왔다가 국물 초기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그새 더 익은 것은 아닐런지요.(뇌피셜)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일단 달걀부터 먹고 시작해야겠습니다. 

 

숙주와 목이버섯도 들어있습니다. 두 고명모두 그리 양이 많지 않아서 구색 맞추기 수준에서 멈춥니다. 다만 숙주는 특유의 비린향을 완전하게 잡지는 못한 듯했습니다. 물론 양이 많지 않아서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라멘집에서 공기밥은 대개 무료입니다. 무료니까 안 먹을수도 없고 계속 먹다보니 안 먹으면 아쉬워서, 원래 라멘 국물에 밥말아 먹는 걸 싫어하던 저였지만 어느새 국밥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상하게 예전에는 라멘 국물에 밥 말아 먹는게 스프에 밥 말아 먹는 것과 진배없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 맛있는 걸 두고 왜 그렇게 생각했나 모르겠습니다.

 

밥 슥슥 말아서 이때 먹으려고 아껴뒀던 차슈 한 장과 함께 꿀꺽합니다. 면만큼이나 밥이 잘 어울리는 육수입니다. 포만감 넘치는 쌀알과 함께 목구멍으로 국물을 술술 넘기다보니 어느새 감칠맛이 입안을 간지럽힙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멘은 온데 간데 없고 소용돌이만 남았다는 결말.

 

 

 

함께보기

2020/01/16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마이니치라멘, 언주역 - 아부라소바를 아시나요

2019/11/07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본라멘, 합정 - 미소 라멘, 첫 경험, 성공적

2019/11/15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카라멘야, 신촌 - 자극의 미학, 매운 라멘

2020/01/23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신짱과 후쿠마루, 광명사거리 - 자주 먹고 싶은 라멘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