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 손 바지락칼국수, 신대방삼거리 - 푸짐한 바지락 칼국수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종종 내 몫이 아닌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할때가 있습니다. 나의 삶은 이러한데 너의 삶은 어떠한지. 서로의 삶을 알아가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고, 때론 이를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나가게 하는 동력으로 삼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잠깐의 시간이지만 다른 이와 식사를 함께할때, 서로 각기 다른 길을 가던 삶들은 잠깐 같은 곳에서 멈춰 서로에게 힘을 불어 넣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먹지 않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각자의 삶을 주고받으며 힘을 얻는 과정이 대개 음식 앞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참 의미심장합니다. 역시 인간에게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 너머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저도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친구만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만의 고민, 그만의 노력, 그만의 꿈으로 이루어진 그만의 삶. 우리는 칼국수를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삶에 대한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국수가닥처럼 얽히고 얽혔습니다.

아무튼, 친구랑 칼국수 먹었다는 말을 꺼내려고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신대방삼거리의 칼국수 전문점 '즉석 손 바지락칼국수'입니다.

 

신대방삼거리에서는 꽤나 유명한 칼국수 집입니다. 식사 시간에 때를 잘못 맞추면 웨이팅도 부지기수. 

 

첨단 초상권 보호 시스템 가동 중

가게 내부는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입니다. 가게 자체는 그리 넓지 않은 편이고 철푸덕 앉는 좌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길쭉한 가게 제일 안쪽에는 주방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참고로 매주 월요일은 휴무인 모양.

 

칼국수 단일 메뉴로 1인분에 칠천원입니다. 양을 고려하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

 

앞접시가 많은데 하나는 조개 껍질용, 하나는 칼국수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아닐수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썼습니다.

 

칼국수를 주문하고 앉아있으면 김치를 가져다 주십니다. 이 집 김치는 참 맛있어요. 고춧가루 양념이 두터우면서도 배추의 시원한 맛이 아주 잘 살아있습니다.

 

칼국수 (14,000원, 2인분)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몇 인분을 시켜도 큰 대접에 함께 담겨 나옵니다. 2인분 치고도 양이 꽤 있는 편입니다.

 

습관적으로 찍는 항공샷

바지락도 꽤나 푸짐하게 들었습니다.

 

저는 바지락 국물은 좋아하지만 바지락 살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어마어마한 조개 숫자에도 쉬이 설레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쉽게 설렐 수 있는 성격이 된다면 삶을 더욱 두근거리며 살 수 있을텐데요.

 

그런데 지금보니 바지락 사진을 너무 많이 찍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저도 모르게 설레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한 국자 앞접시로 떠왔습니다. 일단은 면이나 한번 힘차게 맛볼 생각.

 

아 참고로 앞접시 밑에 이렇게 휴지를 깔아주면 물기 때문에 미끄러지듯 스스로 이동하는 '마이클잭슨-앞접시-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친구의 경험에서 나온 꿀팁입니다.

 

칼국수 면이 아주 좋습니다. 탄력있고 쫄깃해서 씹는 맛이 있습니다. 후루룩 면을 빨아 올릴 때 입술사이로 움틀거리는 도톰한 면의 촉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면이라면 국물이 어떻든간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채수의 달큰함도 조금 있음

본격적으로 국물을 조금 붓고 먹습니다. 국물 자체는 조개에서 우러나온 감칠맛 가득한 맛. 조개향이 부담스럽지 않게 더해진 깔끔한 국물입니다. 

 

귀찮지만 바지락은 일일히 손으로 발라줘야 합니다. 개체 수가 많아서 조금 귀차늠

 

사람에 따라서는 국물이 다소 맹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럴땐 이 집의 김치를 함께 먹어주면 됩니다. 잘되는 칼국수 집에 김치 맛없는 경우 못봤긴 하지만 아무튼 좋은 김치입니다.

 

김치랑 몇번 먹다보면 국물도 금새 뻘개집니다. 그렇다고 막 매워진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순둥순둥한 칼국수 육수에 점을 찍어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수저에 있는 것이 오리지날 국물, 그릇에 있는 것이 김치와 혼합된 국물입니다. 

 

먹다보니 생각보다 양이 꽤 많습니다. 참고로 친구 말로는 국물이 짜다는데, 제 입에는 사실 밍밍한 편에 가까웠음. 조개 감칠맛이 강해서 김치없으면 금방 물릴 수도 있긴하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칼국수 중 하나입니다. 쫄깃한 면이 좋고 국물과도 부딪히지 않고 잘 어우러집니다. 이 집을 목적지로 삼고 올 정도는 아니더라도, 근방에서 식사거리를 찾을 때면 틀림없이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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