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산 블루, 용산 - 스시 코스로 알차게 배 채우기

제가 돈을 버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비싼 밥을 손 안 떨고 사먹기 위함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물론 돈을 벌어도 비싼 밥을 결제할 때는 여전히 손이 떨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름 손을 덜 떨며 카드를 호쾌하게 내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더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이직한다면 그 이유는 비싼 밥 사먹을 때 손을 지금보다 덜 떨기 위함이라 말하겠습니다. 아무튼 오늘의 비싼 밥,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스시산 블루의 점심 스시 코스입니다.

 

잠실에 위치한 유우명 미들급 스시야 스시산이 야심차게 준비한...건지는 사장님께 물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아무튼 세컨 브랜드로 용산에 론칭한 스시산 블루입니다. 스시 코스 뿐만 아니라 카이센동 역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청담동의 갓포요리 전문점 갓포산과 카이센동을 콜라보했다고 하는데, 저는 카이센동에도 갓포산에도 문외한이라서 뭐가 어떻게 특별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하네요

 

용산 아이파크몰 7층에 새로 생긴 푸드코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스시산 블루 말고도 유우명 음식점들이 꽤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요일 점심 12시쯤 방문했는데, 가게 내부는 한산했습니다. 스시 코스뿐만 아니라 카이센동과 같은 단품 메뉴 또한 취급하기에, 가게에 테이블석도 꽤 준비되어 있습니다. 넓직하고 깨끗한 실내.

 

저희는 사만오천원짜리 점심 스시 코스를 예약했기에 카운터석에 착석했습니다.

 

오늘 제가 먹을 생선들 중 일부가 미리 부엌에 올라와 있습니다. 두근두근한 순간

 

친구가 메뉴판 보고 있길래 기회를 틈타 호다닥 찍었습니다. 원래 카운터석에서 메뉴판 혼자 펼쳐놓고 사진 찍고 있으면 다소 민망한 법..

 

식기구 세팅은 대강 이렇게 준비됩니다. 참고로 수저는 오직 계란찜 용.

 

기본으로 제공된 차를 마시며 코스 시작을 기다립니다.

 

스시산 블루, 점심 스시 오마카세 (45,000원)

 

차완무시

첫 타자로 차완무시가 등판합니다. 차완무시는 일본식 계란찜으로 포슬포슬하고 부드럽게 계란을 쪄낸 것이 특징입니다. 스시산 블루의 차완무시는 계란을 제외하고도 대략 두 가지 핵심적인 맛이 들어있는데, 초반부에는 버섯의 감칠맛이 중심이 되어, 그리고 조금 먹다보면 계란찜 내부의 단호박이 나와 차례대로 제 목소리를 냅니다. 먹을만했던 차완무시였습니다.

 

가지구이

가지구이입니다. 그냥 가지를 구운 맛. 에피타이저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광어 세비체

세번째로 나온 것은 광어 세비체입니다. 세비체란 남미식 날생선 요리로, 보통 흰살 생선이나 새우를 잘게 썰어 라임, 레몬즙에 재운 후 먹는 음식입니다. 산성을 띄는 새콤한 라임, 레몬즙이 생선을 천천히 익히니 정확히 말하자면 날생선 요리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보통 생선과 함께 토마토, 고수, 양파등의 채소를 넣어, 에피타이저로 먹습니다. 토르티야 칩이랑 함께 먹으면 짱 마싯슴

아무튼 스시산 블루의 세비체도 꽤 먹을만했습니다. 다만 새큼한 맛보다는 짠맛이 좀 더 강한 스타일. 트러플 오일을 뿌렸는지 은은하게 트러플 향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절임생강과 락교가 올라오는 걸 보니 슬슬 본 코스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광어

광어 후 곧바로 다시 스시로 등장한 광어. 되려 초밥의 신맛이 앞서 먹은 세비체보다 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선보다는 밥알에서 새큼한 맛이 올라옵니다. 이 집 샤리의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함께 한 친구는 요런 새큼한 스타일의 샤리가 더 좋다고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제 타입은 아니었던 것 흑흑

 

참돔

두번째로 나왔던 참돔. 밥알도 꽤 고슬고슬한 편입니다. 저는 좀 더 찰기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요 부분은 확실히 취향의 차이니까요. 

이 스시부터 왼손잡이인 저를 배려해 스시 놓는 방향을 바꿔주셨습니다. 손소수자 배려 감사드리는 부분

 

농어

라임즙을 뿌린 농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날의 베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앞서 신맛이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긴 했었는데, 그건 밥알에서 나는 새큼한 맛의 이야기였고, 생선살 위에 뿌려진 새콤한 라임의 맛은 너무 좋았습니다. 신맛을 아예 적극적으로 써서 그런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라임이고, 킥보드도 다른거 안타고 라임만 탈 정도로, 제 라임에 대한 호감도는 강한 편입니다.

 

대왕오징어

오징어는 오징어 맛이었습니다. 질기지는 않지만 오징어의 특성 상 입에 꽤 오래남는 편입니다. 

 

참치 등살

참치 등살입니다. 무리없이 맛있는 참치 스시였습니다. 이때 실수로 스시를 젓가락에서 놓치는 대형참사를 치르고 너무나 속상해 하던 찰나, 친절하신 셰프님이 새로 한 피스를 쥐어 주셨습니다. 기분 좋아져서 재방문의사 +1

 

참치 뱃살

등살에 이어 이번에는 뱃살이 나옵니다. 뱃살인 만큼 훨씬 기름진 맛을 자랑합니다. 입에서 녹아 없어지는 식감에, 뒷맛에 고소하게 남는 지방맛까지 아주 맘에 드는 스시였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기름기 있는 생선이 더 좋은가봅니다.

 

장국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맹맹하지 않고 새우향이 진해서 기분좋게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참치 등살

참치 등살을 간장에 절인 것입니다. 역시나 부드럽게 입안에서 사라지는 참치

 

전갱이

전갱이입니다. 등푸른생선 특유의 기름기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비린맛도 거의 없습니다. 여운이 남는 맛. 요런 기름기 있는 생선에는 새큼한 밥알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홍새우

익혀서 나오는 홍새우입니다. 입안 가득차는 피스였습니다.

 

야채 고로케

오 중간에는 튀김요리로 고로케가 나왔습니다. 바삭바삭한데 초기 온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본인들이 알아서 잘 식혀먹으면 되는 시스템

 

청어

고로케를 한참 먹고 있다가 주방을 슬쩍보니 생선가시 빼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청어 스시. 개인적으로는 앞서 농어와 함께 이 날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전갱이에서도 여운이 살짝 남았는데 청어에서는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탱글탱글한 식감에 고소한 맛까지..손수 가시를 뽑을만한 가치가 있는 생선이었습니다.

 

미니 카이센동

이번엔 카이센동이 조그맣게 나옵니다. 대강 슥슥 떠서 김과 함께 먹습니다. 다채로운 제료에서 오는 풍부한 맛이 좋습니다. 이마저도 살짝 새콤했던 것 같은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기억이 엉킨것도 같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바다장어

아나고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하면 된다는 것. 무리없이 먹힙니다.

 

후토마키

집에 갈 준비를 하기엔 알고보니 남은게 꽤 더 있습니다. 큼지막한 후토마키 상당히 좋았습니다. 내부에 재료들도 신선한게 느껴집니다. 밸런스가 잘 맞는 김밥이었습니다. 

 

소면

식사로 소면이 준비됩니다. 막판에 포만감 있는 요리들이 쭉쭉 제공됩니다. 절대 배가 덜 찬채로는 집에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계란구이

달달한 일본식 계란구이, 교꾸까지 먹어줍니다. 

 

디저트 아이스크림

마지막 디저트는 상큼한 스타일의 아이스크림. 사실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얼음과자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양도 좋았구요.

 

스시산 블루에서의 점심 스시는 꽤 좋았습니다. 밥알의 맛이 새큼하고 강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쯤 들러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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