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려, 서울대입구역 - 스시와 함께한 주말 점심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0. 27. 16:36
이번 달은 참 이모저모로 피곤했습니다. 정신적으로 계속 고통받은 한 달이었는데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서울대입구의 스시 려를 찾았습니다. 간만에 친구들과 스시에 술 한잔하며 기분을 풀었던 이야기입니다.
서울대 입구역 4번 출구에서 멀지 않는 빌딩 2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근 새롭게 이전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게분위기가 상당히 깔끔하고 세련됐습니다.
카운터석 외에도 테이블이 한 두개 정도 있습니다. 저는 카운터석에 앉았습니다. 스시 쥐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또 있으니까요.
이 날은 35,000원 짜리 점심 코스를 예약했습니다. 다른 스시야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 한국 식비 표준 단위인 국밥으로 환산하면 무려 5국밥.
가볍게 술도 한 병 달려줍니다. 기왕 먹는거 일품진로로 주문했습니다. 아이스볼이 담긴 술잔에 조금씩 따라마셨습니다. 맨날 참이슬 같은 희석식 소주만 먹다가 이렇게 제대로 된 증류식 소주를 먹으면 느낌이 색다릅니다. 소주라는 것이 분명 맛없는 술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치만 증류식 소주는 너무 비싸니 오늘처럼 기분내는 날만 먹을 수 있습니다. 흑흑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차완무시로 스타트합니다. 부드럽고 아주 기분좋게 따듯한 온도로 설정되어 나옵니다. 본격적인 식사전에 기대감을 고조시킵니다.
초밥이 나오기 전에 회가 몇 피스 나옵니다. 술 먹는 저희에게는 아주 좋은 안주거리.
소금과 찍어먹기를 권해주시길래 그대로 한번 도전해보았습니다. 제 입에는 와사비나 간장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 뒤에 나온 츠마미들 모두 그냥 소금만 찍어서 먹었습니다. 소금의 짠맛과 숙성된 생선의 감칠맛이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와사비로 굳이 맛을 보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느끼한 맛이 있는것두 아니구요.
방어에는 간장이 이미 발라져있습니다. 적절히 씹히는 치감과 감칠맛이 좋습니다. 그야말로 술안주입니다. 다만 빈속에 술이 쭉쭉 들어가니 금방 취하는 기분입니다.
6점으로 회 코스는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스시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때 맞춰 나오는 된장국. 아 역시 술 안주로 딱입니다. 해피해피
스시를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스시들이 훌륭한 스시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단맛과 짠맛을 균형있게 잡고 있는 밥알들이 생선의 맛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 스시 내공이 모자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딱히 아쉬운 구석을 찾아낼 수가 없네요. 깔끔한 맛의 소주가 스시와도 잘 어울립니다.
생새우 알레르기가 있어서 우니와 단새우 조합대신 그냥 우니가 잔뜩들어간 초밥을 받았습니다. 이 알레르기라는게 참 야속해서 저도 단새우 맛있는거 아는데 먹을 수가 없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잘 먹었는데 갑자기 어느순간 생긴 알레르기 인지라.. 속상하지만 그래도 우니에는 알레르기가 없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우니는 비리지 않고 눅진하게 혀에 달라붙습니다. 우니 특유의 그 기분좋은 단맛도 입에 퍼지니 더 이상 새우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겉을 살짝 아부리해서 불맛이 있는 금눈돔 스시입니다. 먹자마자 맛있다는 반응에 셰프님께서 비싼 생선이라 그렇다는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일품진로는 코스가 끝나기 전에 비어버렸고 이번에는 려를 주문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게 이름과 같네요.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한잔 알차게 조질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날 술에 돈 펑펑 쓸려고 여태 참이슬만 먹으며 버텨온것 아니겠습니까.
오독오독한 식감의 피조개 마끼도 맛있었습니다. 역시나 오이와 잘 어우러집니다.
국수까지해서 정식적인 코스는 끝이 났습니다. 아 사실 뒤에 아이스크림이 있긴한데 아무튼 식사거리는 이게 끝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계속 술을 먹는 중이었기에 안주를 조금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큼지막한 관자도 좋았구요.
무슨 생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끼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소주 두병을 까버리고 나니 살짝 알딸딸합니다. 하지만 이 때 시각은 겨우 2시 반쯤. 집에 가기는 아쉬우니 다음 안주를 찾으러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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