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갈매기, 잠실새내 - 우설의 매력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0. 31. 13:25
기왕 낮술을 시작한만큼 끝을 봐야겠지요. 라는 마인드가 참 안 좋은데 이상하게 낮술만 먹으면 그쪽으로 사고회로가 흐르게 됩니다. 스시집에서 일품진로와 려를 한 병 씩까고 잠실에 있는 갈매기집에서 형들을 만나 2차를 하기로 했습니다. 술은 이동하면서 깨는 것으로..
사실 잠실역에서 가는 것보다 잠실새내역에서 가는 것이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저희는 별 생각 없었기에 잠실역에서 내린 후에야 지도를 확인하고 아차싶은 마음에 킥보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킥보드를 타도 가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꽤 걸렸습니다.
이런 저런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종종 봤던 집이라 흥미가 갑니다. 이 근방에서 꽤 유명한 집이라는 듯. 물론 저는 그 반대편 사는 사람이라 전혀 몰랐습니다.
이미 취한채로 봤던 메뉴판이어서 그런지, 지금 다시보니 조금 새롭습니다. 갈매기살도 양념, 생을 고를수 있고 우설도 선택지들이 있네요. 취해서 전혀 몰랐던 것.. 일단은 그냥 갈매기 4인분을 시켰습니다.
밑반찬은 대략 이렇게 깔리는데 저는 어차피 안 먹는 거라 잘 모르겠습니다.
술 메뉴판이 아주 복잡합니다. 주당들의 사랑을 받을 법한 구성입니다. 저희는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화요 한병을 주문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하루 점심 저녁으로 일품진로, 려, 화요를 다 먹어보게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일품 진로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제일 처음 먹은 만큼 가장 제정신에 먹어서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갈매기 4인분을 알차게 굽습니다. 굽다보니 형들도 도착하고 해서 본격적으로 식사 시작.
솔직한 마음으로 갈매기살은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양념, 생 고르지 않고 그냥 갈매기를 주문했더니 양념으로 나왔습니다. 원래 양념된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취향인지라 다소 아쉬웠습니다. 달짝지근한 맛이 처음엔 맛있는데 금방 물립니다. 함께 나오는 파채나 와사비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념 안된 생 갈매기가 있는 줄 알았으면 그걸 시켰을 텐데, 이미 취기가 올라 메뉴판을 정독할 정신이 없었던 스스로를 자책해봅니다. 먹고 나서 찾아보니 항정살이 괜찮다고 하네요. 갈매기 항정 둘둘 시켰어야하는 것인데.. 후회 막심한 하루였습니다. 뭐 언젠간 다시 가볼 날이 있겠지요.
갈매기살만 먹고 집에 갔다면 다소 아쉬웠을 수도 있는 식사였을 것 같습니다. 꽤 비싼 갈매기 가격 치고 그닥 스페셜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기 때문. 하지만 우설이 정말 괜찮았습니다. 가격이 몹시 비싸긴 했지만 그럭저럭 가치가 있었습니다. 다른 블로그를 참조하니 가격이 점점 상승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만원만 저렴했더라도 매우매우 만족이었을텐데 하는 뜨내기 같은 푸념을 해봅니다.
우설을 직화로 구워먹는 것은 20살 이후로 처음입니다. 횡성에 놀러갔을 때 뭣도 모르고 정육점에서 사서 구워먹었던 것이 첫 경험인데, 그때는 그냥 느끼하고 잘 안 씹히는 고기 정도의 인상이었습니다. 그런 우설의 인상이 바뀐 것은 엘에이에서 살 때였습니다. 타코와 브리또 고기로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소혀 맛에 깊게 빠지고 만 것입니다. 꼬독꼬독한 식감에 빠져 매일 같이 혀 브리또를 먹다가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혀는 물론 브리또 찾기도 힘든 한국. 나날이 혀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가던 와중, 잠실에서 다시 우설을 만났습니다. 이 운명적인 재회의 맛은 감격스럽습니다. 비록 조리법은 삶기에서 직화로 바뀌었지만 그 식감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금니에 전해지는 적절히 단단한 저항감. 힘주어 씹으면 결국 탄탄한 근육 조직사이에서 육즙을 뿜어냅니다. 굵직한 그 맛은 진하고 깊습니다. 혀에 느껴지는 소 혀의 풍부한 맛. 계속 씹어 입이 피로해지면 화요 한잔을 들이켜 다시 새로 한 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우설을 시키니 여러 소스들이 나옵니다. 대부분 새큼한 맛입니다. 아마 다소 느끼해 자칫 지겨워질 수 있는 우설의 육향을 잘라내라는 뜻인 듯합니다. 센불에 바싹 구우니 첫 식감은 아삭하고 뒷 식감은 쫄깃해 좋습니다. 이미 다들 배는 불렀지만 우설을 한 번 더 주문합니다.
청국장도 시켰습니다. 은근한 쓴맛이 도드라져 고기와 함께 먹기 좋은 청국장입니다. 밥과 함께라면 그 쓴맛이 다소 거슬릴 수 있겠으나 지금은 지방맛 가득한 고기를 먹는 만큼 청국장의 쓴맛이 되려 입안을 환기시켜주는 느낌입니다. 함께한 일행들 중 몇몇은 쓴 맛이 거슬려 불호를 외쳤습니다. 그래서 제가 많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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