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라, 서래마을 - 특별한 날의 생면 파스타와 문어 요리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1. 25. 08:35
'특별한-날엔-특별한-음식을' 법칙을 따라 특별한 음식을 먹으러 갔던 특별한 날입니다. 여기서 '특별한 음식'의 의미는 '가격이 꽤 있는 음식'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날에는 평소 먹고 싶었으나 가격이 부담돼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으며 특별한 날의 특별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입니다. 그러고나면, 특별한 음식을 먹은 날은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특별한 날을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특별한 음식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효과입니다.
아무튼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기에 서래마을에 위치한 유우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모라'에서 파스타를 얻어 먹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적는 포스팅이 되겠습니다.
'라 모라'는 서래마을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뜬금없는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를 잘 참고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라 모라'의 현관문입니다. 그냥 찍어본 것입니다.
'라 모라'의 미슐랭 딱지 입니다. 2021년에도 미쉐린 플레이트를 유지하는 듯 합니다.
가게 내부는 대략 이렇습니다.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 특별한 날에 오기 딱 좋은 스타일입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가격대도 특별합니다. 전반적인 이탈리안 메뉴를 모두 취급합니다.
기본 식기 세팅은 이렇습니다.
빵부터 준비됩니다. 치아바타와 함께 소금을 살짝 뿌린 올리브 오일이 제공됩니다.
온기가 남아 있는 빵을 올리브유에 살짝 찍어 먹으면 언제나 그렇듯 만족스럽습니다. 올리브유의 싱그러움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음료인 와인을 잔으로 한 잔 씩 주문했습니다. 가격을 묻지는 않았으나 아마 한 잔 당 2만원 초중반 쯤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먼저 문어 요리부터 주문했습니다. 파스타 전에 가볍게 먹는 안티파스티라지만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은 충분히 값어치를 합니다.
무쇠팬에 바짝 구워낸 문어를 당근 퓌레와 함께 냅니다.
문어 다리는 믿을 수 없을만큼 부드럽습니다. 일반적으로 탄력있고 쫄깃하게 먹는 문어와는 전혀 다른 식감입니다. 새우살이라도 되는듯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힙니다.
센불로 조리해서 겉은 바짝 익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거기에 달큰하고 부드러운 당근 퓌레를 곁들여 먹으니 즐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먹으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맛있었다는 말. 오랫동안 생생하고 추억하고 싶은 마음에 자주 찍은 것입니다.
문어 다리 끄트머리는 바삭한 식감이 강조되어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이제 파스타를 맛볼 차례. 라모라의 파스타들은 건면 대신 생면을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먼저 대파, 레지아노 치즈 등의 재료로 조리한 치폴로또 파스타를 맛봅니다. 치폴로또는 이탈리아어로 대파라는 뜻.
간단히 이야기해서 대파 파스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파 베이스에 레지아노 치즈를 잔뜩 갈아넣어 꾸덕함을 갖춘 파스타입니다.
되직한 점도에서 예측할 수 있듯 파스타의 맛은 상당히 진합니다.
아래에서 부터 은은하게 올라오는 대파의 향과 꾸덕한 치즈 향이 꽤 잘 어울립니다. 염도는 강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파스타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립니다.
덧붙여 생면의 꼬독한 식감이 진한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깊이 있고 진한 소스가 면에 쫀쫀하게 엉겨 시너지를 냅니다. 그냥 건면이었다면 이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후추와 레지아노 치즈가 베이스가 되는 카치오 에 페페입니다. 거기에 라모라는 이즈니 버터를 끼얹어 풍미를 확 끌어 올렸습니다. 이 날 가장 맛있었던 메뉴.
거칠게 갈아 올린 후추 덕분에 마치 오레오맛 파스타 같아 보이는 군요.
카치오 에 페페 역시 생면을 씁니다. 얘도 불기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버터 향이 듬뿍 올라옵니다. 원래 카치오 에 페페는 후추와 치즈 정도의 재료로만 만드는 간단한 파스타입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종류의 파스타. 라모라에서는 거기에 버터를 추가했습니다.
후추의 칼칼한 향과 버터의 고소하고 풍부한 풍미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거기에 깔끔하고 똑 떨어지는 식감의 생면도 너무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후추도 후추지만 버터의 존재감이 확실히 강한 파스타였습니다.
파스타와 버터의 조합이 다소 생소해보일 수 있지만 먹어보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한국에서 배고픈데 요리하기 귀찮으면 라면을 끓여먹듯, 미국에선 버터 파스타를 해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단순히 면 삶고 가염버터를 듬뿍 넣어 먹으면 별다른 조리 없이도 맛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저도 종종 집에서 해먹는 조합. 라모라의 카치오 에 페페는 그 조합의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느낌입니다.
훌륭한 파스타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비싼 가격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특별한 날이라면 다시 찾아오고 싶은 그런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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