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관, 보라매 - 70년 넘게 버텨온 식당의 중국 요리

병무청 사거리 앞에는 70년이 넘은 노포 중국집이 하나 있습니다. 가게 내부에 들어가보면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관공서에나 볼 수 있는 테라조 돌바닥에 색이 바랜 벽지, 예스러운 메뉴판까지요. 레트로 감성의 꾸며진 분위기가 아니라 진짜 노포에서 먹는 짜장면의 맛은 아주 특별하다곤 할 수 없어도 기분 탓인지 조금 색다릅니다. 1946년부터 영업해온 중국음식점 '대성관'입니다. 

 

대성관은 병무청사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보라매역에서 내리는 것이 그나마 가깝습니다. 

 

문 너머로 보이는 실내 모습이 2020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식당 같지는 않지요. 

 

다 들어차도 열댓명 앉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게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대성관'은 화상 노포로 중국어가 유창한 분들이 주방과 홀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말도 잘하심

 

요즘 이런 메뉴판 보기 쉽지 않죠. 요리로는 난자완스, 덴뿌라, 오향장육 등이 유명합니다. 저희는 이날 오향장육에 식사 하나 씩을 먹었습니다. 

 

그냥 식탁 사진 좀 찍어봤습니다. 일행이 늦어서 할게 없었거든요. 어차피 엔빵이기도 하고 지각생들이 괘씸하기도 해서 요리를 먼저 먹고 있을까 싶었는데 주인장인 것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께서 그러면 안된다고 강하게 만류하셔서 일행이 다 도착하면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인간관계 컨설팅은 무료로 제공.

 

어차피 저는 손도 안대는 밑반찬이지만 찍어보았습니다. 

 

오향장육 (35,000원)

오향장육 먹습니다. 오향장육은 소나 돼지고기를 향신료 강한 오향 양념과 함께 차갑게 먹는 음식. 보통 입맛 돋울때 자주 먹는 메뉴입니다. 하지만 에피타이저로 먹기엔 이곳 오향장육은 비싼 편. 소고기를 쓰기에 어쩔 수 없긴 합니다. 

 

양은 그리 섭하지 않습니다. 식사하나씩 시켜놓고 넷이 반찬 삼아 먹기에 적절한 양이었습니다.

 

마늘 양념 아래 도톰하게 썰린 소고기 아래는 양배추가 있는 3단 구조입니다. 

 

고로 사정없이 섞어 주어야 합니다. 

 

다 섞자마자 젓가락들이 날아와서 고기를 채가네요. 사진 찍어야 하는데 흑

 

저도 고기 한점에 피단 한쪽 챙겨왔습니다. 새큼한 맛을 바탕으로 중국 향신료가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습니다. 아롱사태로 추정되는 소고기도 쫄깃하고 부들부들한 식감이 훌륭합니다. 

 

피단도 녹진하고 콤콤한 것이 새큼한 양념과 잘 어울립니다. 

 

고량주 (8,000원)

고량주도 한잔 했습니다. 역시나 넘모 쓴것.

 

오향장육 계속 집어 먹습니다. 혀를 간지럽히는 새큼한 향이 중독적입니다. 고기 뿐만 아니라 양배추도 이게 뭐라고 계속 집어먹게 되는군요.

 

잔뜩 들은 마늘 향도 소스와 굉장히 잘 어울리구요. 식사로 먹은 짜장면과도 궁합이 좋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종종 먹고 픈 그런 메뉴였습니다. 단체로 우르르와서 시켜 먹기 딱 좋겠습니다. 

 

간짜장 (6,000원)

식사로는 간짜장을 간택했습니다. 이 집 간짜장도 꽤 유명한 편입니다.

 

일반적인 간짜장보다는 좀 더 수분기 있게 볶아나오는 스타일입니다. 

 

온도감이 살아있으며 윤기나는 면은 소스와 매끄럽게 잘 비벼집니다. 제가 먹어본 짜장면 중에 가장 비비기가 수월했습니다. 젓가락질 몇번하니 금방 면과 소스가 하나가 됩니다.

 

크게 달지 않고 고소한 짜장 소스입니다. 다른 중국집들과 아주 다른 짜장면을 내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평균 이상입니다. 특히 면 상태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부추굴짬뽕 (9,000원)

친구는 부추굴짬뽕을 주문했습니다. 겨울 특선 메뉴. 

 

저도 몇 젓가락 얻어 먹어보았습니다. 뜨끈하고 감칠맛 넘치는 시원한 국물과 씨알 괜찮은 굴의 조화가 꽤 좋습니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다시 들리면 이 메뉴만 한 그릇 뜨끈하게 때리고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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