롸카두들, 압구정 로데오 - 매력 넘치는 치킨 샌드위치

핫치킨은 미국 테네시 주 내쉬빌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바삭하게 튀긴 치킨에 매콤달달한 소스를 묻혀 먹는 미국식 양념치킨이죠. 물론 저도 내쉬빌에 가본적은 없어서 정통 핫치킨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압구정로데오에 우리 입맛에도 맛있는 핫치킨이 있다는 소식에 한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핫치킨 전문점 '롸카두들'입니다.

 

롸카두들은 도산공원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이쪽 동네가 핫한 모양이더라구요. 주말 점심에 방문하니 사람이 한가득입니다. 이름이라도 들어본 식당이라면 대기열도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롸카두들 역시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다만 문 앞에서 길게 줄을 설 필요는 없고 대신 번호표 삼아 진동벨을 줍니다. 가게 인근에서 서성이고 있다가 진동벨이 울리면 입장하면 되는 시스템. 

 

메뉴판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치킨 샌드위치 몇 종에 치킨 단품과 사이드메뉴 정도가 준비되어 있군요. 매운 단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고민하는 여유를 부려보았습니다. 이럴때 아니면 여유 부리기도 어려운 세상인 것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귀여운 길고양이가 있어서 한 컷 해보았습니다. 

 

슬픈 일이라도 있었는지 센치한 표정으로 명상 중이어서 감히 말을 걸어볼 순 없었습니다.

 

앗 나 돈없는거 어뜨케 알았지

입간판도 있어서 찍어보았읍니다. 

 

약 15분 정도 대기하니 진동벨이 울렸습니다. 가게에 들어와 주문을 합니다. 주문대가서 주문하고 때가 되면 가서 음식을 받아오는 스타일의 식당. 이곳 역시 일종의 패스트캐주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게 내부는 이렇습니다. 흑인 문화를 컨셉으로 힙한 분위기를 연출한 듯. 벽면에는 래퍼들과 농구선수들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면 NBA 카드 번호표를 줍니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실 농구에 흥미가 없더라도 구경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입니다. 튀김이니 어쩔 수 없겠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메뉴는 더 클래식(7,900원, 좌측상단), 갱스타 세트(11,900원, 콜라도 포함, 좌측하단), 후라이드 치킨 두 조각(5,500원, 우측) 입니다. 참고로 사진에는 없지만 콜라는 컵만 주고 디스펜서에서 직접 뽑아먹는 식입니다. 원한다면 무한리필이 가능하단 이야기.

 

더 클래식 (7,900원)

먼저 클래식부터 먹습니다. 내쉬빌 핫치킨 샌드위치의 정통 구성을 따른다고 메뉴에 적혀있습니다. 치킨에는 양념이 코팅되어 있습니다. 보통 핫치킨 양념 레시피에는 카옌 페퍼와 돼지기름, 설탕 등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이국적인 향의 매콤함과 기름의 고소함 그리고 달큰함이 더해진 매력적인 소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깨가 잔뜩 박힌 번 사이에 넓적다리를 튀긴 패티와 코울슬로, 피클이 들어갑니다. 버거에는 튀김에 코팅된 양념 말고도 컴백소스라는 미국 남부 스타일 소스가 들어갑니다. 컴백소스는 마요네즈와 하인즈 칠리 소스(케찹 비슷한 것)를 섞어만드는 소스로 보통 튀김에 자주 곁들여 먹는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 것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샌드위치에는 치킨 패티가 두 덩이 들어 있어서 잘 잡지 않으면 자가분열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줍니다. 

 

그래서 잘 잡고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부드러운 닭다리살 튀김 패티를 중심으로 달짝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소스와 새큼한 피클, 코울슬로의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직관적인 맛있음이 곧바로 혓바닥에 전해집니다. 신라면 수준이라는 1단계 매운맛을 주문했는데, 맵찔이인 저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치킨 패티의 튀김 상태가 좋습니다. 아주 바삭한 튀김옷이 양념소스를 만나면서 살짝 눅눅해지는데 그 이율배반적인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양념이 튀김옷의 날카로운 표면을 눅눅하게 만들어 부드럽게 바삭한 식감을 가져다 줍니다. 겉은 눅눅하고 속은 바삭한 겉눅속바의 튀김옷인 것입니다. 

 

갱스타 (단품 주문시 6,900원)

칙필레 스타일의 샌드위치라는 갱스타를 먹습니다. 칙필레 스타일이란 빵사이에 치킨과 피클만을 넣어먹는 단순한 조합. 치킨패티도 칙필레와 마찬가지로 닭가슴살을 씁니다.

 

역시나 깨가 가득한 버거번. 빵 자체에 힘이 꽤 있는 편입니다. 양념에 젖어 흐물해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겠지요. 

 

갱스터는 2단계 매운 맛으로 주문했습니다. 매운 걸 잘 먹는 동행자도 막판에는 살짝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차이가 꽤 있는 듯.  

 

닭가슴살 패티는 나름 촉촉하게 조리되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다보면 다소 질린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세트를 시키면 감자튀김도 나옵니다. 

 

고소한 기름에 튀겼는지 감자튀김에서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맛있게 튀겨진 감자였습니다.

 

후라이드치킨 (5,500원, 2조각)

이번엔 후라이드치킨을 먹습니다. 두 조각을 주문하니 넓적다리와 닭가슴살이 하나 씩 나왔습니다.

 

역시나 양념에 코팅되어 나옵니다. 

 

넓적다리부터 들어서 먹습니다.

 

기름기 좌르르 흘러 부드럽고 탱글한 다리살 베어 물었습니다. 매콤하고 살짝 달큰한 양념 튀김옷까지 곁들여지니 그야말로 지상락원. 처갓집, 페리카나와 더불어 한국 3대 양념치킨이라도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닭가슴살도 먹습니다. 촉촉하게 조리됐지만 역시 제 입에는 금방 물립니다. 

 

그래서 마요소스 잔뜩 찍어 먹습니다. 

 

마시쪙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먹은 치킨샌드위치 류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KFC 들리듯 편하게 들릴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러기엔 집에서 너무 멀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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