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루 브루펍, 청담 - 편안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맥주 공간

좋은 맥주집의 덕목에는 맛있는 맥주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포함됩니다. 아무리 맛있는 맥주를 팔더라도 분위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딱히 재방문하고 싶지 않겠죠.

다른 음식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알코올을 다루는 가게라면 잘 꾸며진 분위기와 컨셉이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던 맥주집이 있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청담에 위치한 '카브루 브루펍'입니다. 

 

카브루 브루펍은 청담동 명품거리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다보면 보이는 형광색 유리창이 이목을 끕니다. 

 

안에서는 맥주를 양조중인 모양

2000년에 설립된 카브루는 소위 한국 수제맥주 1세대 기업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경복궁, 구미호 맥주 등을 제조하고 있는 회사로 최근에는 천하장사 소세지로 유명한 진주햄에 인수되었습니다. 

 

가게 컨셉은 구미호 동굴인 모양입니다. 내부로 입장하면 바깥에서 봤던 형광색 파사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실내가 펼쳐집니다. 

 

한가운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형 탱크 같은 것도 하나 있구요.

 

실내는 전체적으로 아늑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사람도 많지 않아 분위기도 차분했습니다. 맥주 한잔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은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가게 내부에 은은하게 퍼져있는 향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국에 있을적에 브루어리 펍에 가면 흔히 맡던 향인데 여기서도 맡을 수 있었어요. 힙하면서도 맡고 있으면 은근 마음이 편해지는 향인데, 말로 설명하긴 어렵긴 합니다. 언젠가는 인터넷으로 후각 정보도 전달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귀여운 구미호가 그려진 메뉴판입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맥주는 물론 안주도 꽤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있고, 아니나 다를까 비쌉니다. 

 

싸게 먹고 싶었으면 편의점 맥주를 사먹었어야겠죠. 오늘은 출혈을 감수하기로 합니다. 크흑

 

그 와중에 로고 냅킨이 귀여워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볼수록 너무 귀여워서 한 장 더 찍었습니다. 집에 갈때 기념으로 한 장 슬쩍 가져오려 했는데 집에 갈때쯤엔 그 결심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맥주 샘플러 (18,000원)

우선 만팔천원에 4가지 맥주를 180ml 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주문합니다. 드라이 세종, 아메리카 페일 에일, 뉴잉글랜드 IPA, 브리티시 골든에일을 주문했던 것 같습니다. 

 

네 종류의 맥주를 한번에 먹다보니 사실 어떤 맥주가 어땠고 저쨌고 디테일하게 왈가왈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전반적으로 먹을만한 맥주들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수제맥주집들에서도 느낀 거지만 샘플러로 나오는 맥주들은 어쩐지 시원하지가 않은 느낌.

 

이름표 없이는 이게 무슨 맥주였는지 알아맞출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명도 어둑어둑해서 색도 잘 안보입니다. 

 

까르보나라 (25,000원)

심사숙고 끝에 주문한 안주로는 까르보나라가 간택되었습니다. 가격 하나 만큼은 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수준. 

 

조명이 어둑어둑해서 사진이 잘 안나옵니다. 

 

더 좋은 사진을 위해 후-레시빔도 이용해봤지만 역효과만 났던 것입니다.

 

그냥 대강 찍고 먹기로 합니다. 반숙으로 수비드한 달걀을 올린 것이 이 집 까르보나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베이컨과 페코리노 치즈가 들어갔습니다. 

 

계란 툭 터뜨려 비볐습니다. 

 

면은 꽤나 꼬들꼬들한 상태로 나옵니다. 알단테충인 제 기준 극호. 하지만 면은 푹 삶아야 제맛이라고 생각하시는분들에게는 다소 별로일 수도 있겠습니다. 

 

접시에 조금 옮겨 맛봅니다. 원래 까르보나라가 그렇듯 노른자의 눅진함과 치즈의 꾸덕함이 주가 되는 맛입니다. 맥주집 안주라 생각하고 먹으면 그냥저냥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만오천원짜리 파스타 메뉴라 생각하고 먹으면 꽤 아쉽습니다. 전반적인 풍미가 빈약합니다. 이만오천원짜리 까르보나라라면 굳이 베이컨을 썼어야 했는지도 의문. 물론 베이컨을 쓸수야 있지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식감과 풍미가 아쉽습니다. 가격을 고려하면 치즈 역시 더 많이 갈아 넣어도 될뻔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까르보나라가 큰 조리 기술을 요하는 파스타도 아닌데 가격 책정이 조금 지나치지 않나 싶습니다.

 

샘플러를 비우고 나서는 맥주를 한잔 씩 더 마셨습니다. 

 

필스너 (8,000원, 405ml)

이번엔 필스너를 주문했습니다. 왠지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라거가 땡겼기 때문입니다. 맥아향 곧게 올라오는 스타일의 라거였습니다. 시원하게 꿀떡꿀떡하기 좋습니다. 

 

IPA (10,000원, 405ml)

동행자가 주문한 IPA입니다. 쌉쌀한 향 덕에 까르보나라와 궁합이 은근히 맞았습니다. 

 

금방 비우고 나니 다시 귀여운 로고가 보여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가격이 다소 비싼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분위가 좋으니 맥주가 기분 좋게 잘 넘어갑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맥주가 먹고 싶은 날이라면 재방문할 것 같네요.

 

다시 터널을 지나 밖으로 빠져 나갑니다. 컨셉추얼한 공간 활용이 마음에 드네요. 

 

귀여운 로고를 한 번 더 만나서 다시 한번더 찍었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서 한 번 더 만나서 또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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