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하우스, 서울대입구 -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면 요리

라멘 포스팅 하나 더 이어갑니다. 다만 이번에 소개드릴 '누들하우스'는 앞서 소개드린 566라멘의 스타일과는 정반대. 566이 매니악함으로 무장해 라멘 덕후들의 입맛을 겨냥했다면, '누들하우스'는 대중성 짙은 라멘으로 라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고 갈 수 있을만한 라멘을 제공합니다. 물론 라멘러들의 까탈스런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누들하우스는 소위 '샤로수길'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낙성대와 서울대입구역 중간, 도보로 이동하기는 다소 애매한 위치. 

 

돼지 육수 라멘과 닭 육수 라멘 두 가지를 주 메뉴로 취급합니다. '돈코츠라멘'이나 '토리파이탄' 같은 있어보이지만 무슨 음식인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름보다는 라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어떤 요리인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을만한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그외에도 사이드로 가라아게와 고구마 새우 튀김이 준비되어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력이 맛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그나저나 간판은 지나칠 정도로 심플하네요.

 

가게 내부는 이렇게 길쭉한 ㄷ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테이블석은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구요.

 

물은 그냥 찍어봤습니다. 그냥 물임

 

이 라멘집의 독특한 점은 고추를 제공한다는 것. 

 

고추와 함께 단무지와 쌈장을 조금 덜어옵니다. 단무지는 유자에 절인 듯 향이 꽤 좋습니다. 

 

쌈장에 찍어 먹습니다. 오이고추인듯 그리 맵지 않습니다. 그냥 라멘 기다리면서 먹기 괜찮군요. 독특하긴 하지만 딱히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닭 육수 라멘 (7,500원)

깊고 거대한 그릇에 나온 닭 육수 라멘입니다.

 

닭육수를 깊고 오래 우려 뽀얀 국물을 냈습니다. 흔히 토리파이탄이라고 부르는 라멘의 일종입니다. 한국말로 러프하게 옮기자면 '닭백탕'. 

 

닭육수의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입니다. 미슐랭 빕구르망에도 선정된 바 있는 오레노라멘이 이 토리파이탄으로 특히 유명하죠. 개인적으로는 신짱과후쿠마루의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뽀얀 닭국물 한 숟가락 호록 먹습니다. 진한 국물이 뜨끈해 좋습니다. 닭 육수가 감칠맛 풍부하게 혀끝을 간지럽히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갈땐 은은한 크리미한 뉘앙스를 남깁니다. 잘 정제되어 부드럽고 깔끔한 국물입니다. 

 

차슈로는 닭다리가 통째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먹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딱히 부드럽지도 않아서 힘주어 살을 뜯어 먹어야 합니다. 손으로 직접 잡고 먹어야 그나마 먹기 편할텐데 국물에 푹 젖은 닭다리로 손을 굳이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고로 적당히 먹고 패쓰.

 

면은 푹삶아 부드럽습니다. 부드러운 국물에 식감도 부드러운 면이라 잘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제 취향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듯. 저는 이정도 진한 국물이라면 얇은 면(호소멘)이 좋아요. 

 

하지만 대중적인 입맛에는 이런 면이 좀 더 다가가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한 국물을 쓰는 라멘, 그중에서도 특히 토리파이탄은 계란을 먹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노른자를 먹고 나면 입안에 눅진함이 남아 국물의 뉘앙스가 확 바뀌거든요. 진함이 기분좋게 다가온다면 달걀은 나중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일찍 먹어버리면 기분좋던 진함이 느끼함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는 것. 

 

전체적으로는 만족하며 먹었습니다. 특히 국물이 좋았어요. 그리고 라멘에서 흔히 보기 힘든 부추와 국물의 조화도 괜찮았습니다. 

 

돼지 육수 라멘 (8,500원, 매운맛 추가)

팔천원짜리 돼지 육수 라멘에 500원을 내고 매운 양념을 추가했습니다. 

 

일단 다데기 풀기전에 국물을 살짝 맛보는데 꽤 괜찮습니다. 닭육수라멘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없이 깔끔합니다. 

 

양념을 풀고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일단 맵찔이인 제 기준으로는 꽤 맵습니다. 지금 사진만봐도 땀날라함..

 

그래서 그냥 몇 숟갈 얻어 먹고 말았다는 이야기.

 

다만 차슈 상태가 굉장히 아쉽습니다. 오래 끓였는지 지나치게 뻣뻣해져버린 차슈. 뻑뻑하게 씹히는 식감에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고구마새우튀김 (4,500원)

사이드로 주문한 고구마새우튀김입니다. 야채튀김스타일로 바짝튀겨낸 튀김입니다. 이날의 베스트. 

 

일본식 야채튀김인 카키아게를 떠올리게 하는 튀김입니다. 조그만 새우와 고구마를 반죽으로 뭉쳐 잘 튀겨냈습니다. 

 

튀김옷에 기름기가 강하지도 않고 식감도 바삭하고 아주 좋습니다. 베어물때부터 갑각류 향도 은은하게 올라오고 간도 잘되어 있어 사이드로 먹기 더할나위없습니다. 사실 사이드보단 그냥 맥주 안주로 먹고 싶단 생각. 

 

이런 감상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새우깡을 고오급 요리화해서 레스토랑에서 낸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했다는 말. 차슈에 살짝 데인 마음을 튀김으로 치유했습니다. 

 

확실히 기존 라멘 문법(특히 라멘 매니아들을 위한)을 벗어난 라멘들이었습니다. 라멘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라멘을 어떻게 생각하지 모르겠으나, 제 입맛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꽤 있었지만 그걸 상쇄할 만큼의 장점도 있는 집. 

 

 

함께보기

2020/04/20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오레노 라멘, 합정 - 뽀얀 닭 육수로 만든 진득한 토리파이탄

2020/01/23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신짱과 후쿠마루, 광명사거리 - 자주 먹고 싶은 라멘

2020/02/04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고미태, 해방촌 - 외딴 곳에서 만난 오리 국수

2020/02/27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부탄츄, 신촌 - 굵직하고 묵직한 돈코츠 라멘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