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야하나비, 잠실 - 마제소바 한 그릇의 행복

마제소바는 각종 감칠맛 재료를 두꺼운 면과 섞어 먹는 일본식 비빔면입니다. 2008년 경 일본 나고야에서 발상한 역사가 짧은 음식이지만, 특유의 중독성 있는 감칠맛 덕분에 순식간에 매니아 층을 형성했습니다. 2015년 즈음에는 한국에도 상륙했었고요.

2020년 현재, 한국의 여러 라멘집에서 마제소바를 취급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가게를 꼽으라면, 칸다소바와 멘야하나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칸다소바는 이전에 한번 소개드린 적 있었죠. 마제소바에 대한 설명 역시 해당 포스팅에서 간단히 다뤘었습니다. 

오늘 방문한 멘야하나비는 마제소바 계의 원조를 주장하는 곳입니다. 개발 당시 타이완 라멘을 주력으로 삼았던 멘야하나비의 사장이 메뉴 개량 과정에서 마제소바를 처음 개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타이완 라멘의 핵심인 다진고기볶음의 사용방식을 고민하다 비빔면으로 만들어 볼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가볍게 한끼 때우려는 객 입장에서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닥 중요하지 않겠죠. 멘야하나비가 점심 저녁으로 계속 붐빌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맛에 있겠죠. 개인적으로도 마제소바를 판매하는 서울의 다양한 가게 중 가장 선호하는 곳입니다. 

 

멘야하나비 서울 본점은 잠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롯데타워 방면 기준 석촌호수 건너편입니다. 멘야하나비는 잠실 외에도 신사, 합정 등에 분점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마제소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서울 서쪽에 살다보니 잠실 올 일이 그닥 많지 않아 저도 본점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본 마제소바를 베이스로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메뉴가 많았었나 모르겠네요. 기본 메뉴를 먹을까 하다가 기왕 먹는 거 차슈가 두툼한 도니꾸 마제소바를 먹기로 했습니다. 

 

가게 내부는 대략 이렇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테이블 간격이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주방에 붙어 있는 카운터석도 여럿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제소바나 아부라소바를 취급하는 여느 가게들이 그렇듯 멘야하나비도 먹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딱히 대단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알아서 적당히 비벼먹다가 물리면 식초 넣으라는 이야기. 

 

후추, 고춧가루, 다시마 식초가 테이블 한 켠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취향껏 뿌려 먹으면 되는 부분.

 

기본찬으로는 깍두기가 준비됩니다. 마제소바는 맛이 풍부하고 눅진한 편이므로, 느끼함에 내성이 없다면 깍뚜기를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수저는 이렇게 생겼다

 

사이다 (2,000원)

왠지 탄산도 한잔하고 싶어서 사이다 주문했습니다. 얼음이나 컵은 따로 제공하지 않아서 김밥천국마냥 종이컵에 적당히 따라마셔야 합니다.

 

도니꾸 마제소바 (13,000원)

마제소바가 나왔습니다. 기본 마제소바에 두툼한 차슈가 올라간 버전.

 

다진고기, 파, 마늘, 김, 어분, 노른자 등의 재료가 가득 들어갔습니다. 

 

마제소바가 인기있는 이유 중에는 알록달록하고 그럴듯한 비주얼도 있을 겁니다. 

 

두꺼운 차슈는 식감이 기막히게 부드럽다거나 향이 깜짝 놀랄만큼 고소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고기에 간이 잘 뱄고 감칠맛이 살아 있어 면과 썩 잘 어울립니다.  

 

마제소바에 녹진함과 풍부함을 주는 노른자입니다. 비비기 위해 톡 터뜨릴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면에 물기가 많이 남아 있기에 힘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비벼집니다. 비빔면으로서 반드시 지켜야할 덕목입니다. 뻑뻑한 비빔면이 얼마나 먹기 힘든지 먹어본 사람들은 알지요. 

 

한 젓가락 들어서 먹습니다. 식초를 넣지 않아도 감칠맛 가득한 마제소바의 맛은 충분히 한 그릇을 끝까지 이끌 수 있을만큼 매력적입니다. 매콤함이 감칠맛을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는 것도 좋고 입안을 가득 메우는 눅진한 지방맛도 훌륭합니다. 혀와 위장에 든든한 만족감을 주는 식사입니다. 

 

제 입맛에 차슈는 특출나다고 할 순 없지만 면과 잘 어우러집니다. 

 

어느 정도 먹었으면 식초를 뿌리기로 합니다. 마제소바는 지방맛과 감칠맛이 주가 되는 요리이기에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다가와도 금방 혀가 지칩니다.

 

식초는 조금씩 뿌려서 먹어가며 양을 조절합니다. 결코 많이 뿌릴 필요가 없을 뿐더러, 혹여나 한번 지나치게 뿌려버리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  식초를 적당량 뿌리고 나면 소스의 감칠맛 뒤에 신맛의 터치가 가미되는데, 이 신맛이 감칠맛의 들큰한 꼬리를 잘라내 깔끔함을 더하고 혀를 리프레시합니다. 

 

공기밥 (1,000원)

토핑 메뉴에 공기밥이 떡하니 있길래, '아 이제 공짜 밥 안주나?' 싶어서 주문한 공기밥입니다. 그러나 그거슨 제 착각이었던듯.. 그냥 밥 많이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한 메뉴였던 모양.

 

어차피 공기밥 하나 시켜봤자 소스 양이 밥 한공기 다 말 수 있을 만큼 많이 남지는 않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습니다. 저도 먹을 만큼만 그릇 안으로 덜어 넣었습니다.

 

대강 슥슥 개밥 모양으로 비벼줍니다. 비주얼은 이래도 맛은 기가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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