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카네, 교대 - 약속 없는 연말의 스시 오마카세

코로나로 인해 이번 연말에는 딱히 할 것이 없습니다. 약속도 없고 외출도 삼가다보니 자연히 여윳돈이 남습니다. 평소 같으면 연말이랍시고 술 먹느라 낭비했을 돈으로 간만에 스시를 먹고 왔습니다. 떠드느라 침 튀길 염려 없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밥만 먹고 나가니 코로나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하고, 연말이 아니라 종말이 오는 것처럼 술을 퍼먹지도 않으니 숙취도 없고, 무엇보다 무슨 맛인지도 모를 술자리 안주대신 수준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같은 값이면 연말 술자리보다 스시 한 끼가 훨씬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네요. 교대역 부근에 위치한 '스시 카네' 입니다. 

 

스시카네는 교대역 6번출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라매의 가네끼스시에서 19년 하반기 쯤 세컨 브랜드로 론칭한 지점으로 알려졌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로고가 늠름하게 붙어있길래 찍어보았던 것.

 

매장 내부는 대략 이렇습니다. 카운터 6~7석에 룸이 두어개 준비되어 있는 구조. 저는 포잉 앱을 통해 6만 6천원짜리 런치 오마카세를 예약했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간지라 메뉴판을 따로 받아보지는 못했으나, 가격은 런치 오마카세 66,000원, 런치 스시 코스 45,000원, 디너 오마카세 100,000만원, 디너 스시코스 77,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소위 엔트리급 스시야과 미들급 스시야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가격대라고 할 수 있겠군요.

 

로고냅킨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도 닦고, 잘 닦였나 확인하려고 사진도 찍어보았던 것입니다.

 

기본 세팅은 이렇습니다. 

 

우엉 절임(고보)이 기본찬으로 나옵니다. 본격적으로 음식 나오기 전이나 스시 먹는 중간중간 집어 먹기 좋습니다. 

 

따뜻한 차도 기본 제공됩니다. 아마 녹차였던 듯 싶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붕어빵 모양 젓가락 받침대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끈하게 덥혀놓은 물수건도 준비되었습니다. 뜨듯한 수건으로 손 닦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스시 카네 런치 오마카세 (66,000원)

예약한 시간이 되자 지체없이 바로 코스가 시작됩니다. 

 

차완무시

스타트로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가 준비됩니다. 새우, 은행, 버섯을 올렸고 감칠맛 강한 육수가 전체적인 맛을 주도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온도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는 편이라 먹는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별 생각없이 먹다가 그만 혀를 데여버렸던 것입니다. 

 

계란찜 먹는 동안 셰프님이 스시 접시 위에 절임채소(츠케모노)와 와사비를 올려주십니다. 부상입은 혀를 열심히 놀려 계란찜을 끝내고 스시를 기다립니다. 

 

본격적인 스시 전에 에피타이저 느낌으로 사시미가 몇 점 나옵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도다리라고도 알려져 있는 문치가자미.

 

와사비 조금 올리고 소금 살짝 찍어서 먹기를 권해주십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입니다. 숙성이 어느 정도 잘 되었는지 입안에서 기분좋게 풀어집니다. 

 

점다랑어

두번째 츠마미로 준비된 것은 점다랑어 입니다. 겉면에는 불질을 했고 간장에 충분히 절여 나옵니다. 적당한 기름기에 살점의 감칠맛도 좋고, 혀에 착 붙는 간간한 간과 불질한 껍데기의 쫀득한 식감까지 모두 깔끔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이거 먹는 순간 이미 '오늘 만족하고 가겠구나' 싶은 믿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청어

세번째로 나온 것은 두텁게 썰어낸 청어입니다. 폭이 깊은 그릇에 담겨나옵니다. 그나저나 스시 카네의 기물들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이쁘네요.

 

저는 원래 등푸른 생선에 환장하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게 먹었습니다. 청어의 고소함은 기본인데다 살점까지 두껍게 썰어 돌돌 말아 놓아 풍성한 식감까지 갖췄습니다.

 

다만 원래 청어가 가시가 많은 생선인지라 두터운 살점을 씹을때는 셰프님이 가시 제거를 잘 해주셨으리라 믿고 힘차게 저작운동하는 믿음의 도약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철근을 씹어먹듯 청어를 주저없이 씹어먹었고, 그 결과 가시도 없었기에 매우 만족. 혹여나 가시가 있었다면 입천장을 구멍이 났을만큼 세차게 씹었던 것입니다. 

 

광어

아무튼 이제 슬슬 본격적인 스시로 넘어갑니다. 첫 스시는 광어가 나왔습니다. 흰살 생선 스시가 언제나 그렇듯 부담없고 깔끔하게 넘어갑니다. 광어의 식감도 좋고 밥도 고슬고슬합니다. 밥(샤리)은 시큼하고 살짝 염도가 있는 편..이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함께 한 동행자는 딱히 염도가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듯

 

감성돔

두번째 스시는 감성돔이었습니다. 앞선 광어보다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광어보다 더 좋았던 피스. 

 

그 다음으로는 가리비가 나옵니다. 입안에서 녹듯 사라지는 관자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한치

유자 제스트와 소금을 뿌려 나온 한치 스시입니다. 칼집을 성실하게 낸 한치는 질기지 않아 입안에 오래 남지 않고, 밥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가리비도 그렇고 한치도 그렇고 얘네들 먹고 나면 이상하게 소주가 땡기더라구요.

 

데부끼

스시를 젓가락 대신 손으로 집어먹는 사람을 위해 손수건도 준비해주십니다. 저는 젓가락으로 먹어서 굳이 쓸 필요는 없었습니다. 

 

성대

아무튼 다음 스시로는 성대가 나왔습니다. 역시나 만족스러웠던 피스

 

학꽁치

학꽁치입니다. 어느 정도 기름기를 갖고 있어 제 입맛에는 더 맞았던 스시. 안에는 실파가 들었습니다. 

 

단새우도 나왔습니다. 저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패스.. 최근에 단새우 먹고 괜찮았던 적이 있지만, 혹시 몰라 일단 패쓰했습니다. 혹시라도 알러지 반응 올라오면 아직 한참 남은 코스를 제대로 먹을 수가 없기에 굳이 모험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니

우니도 나옵니다. 달큰한 소스를 뿌려서 손에서 손으로 내어주십니다. 

 

삼치 튀김

뒷주방 요리로 삼치튀김이 나왔습니다. 사실 별 기대 없었는데 정말 맛있었던 접시였습니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단면에서 보이듯이 삼치 살점들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집니다. 바삭한 튀김옷과 만들어내는 식감 대비는 덤.

갓 튀겨내 다소 온도감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 맛이라면 입천장이 홀랑까져도 상관 없는 것입니다. 

 

참치

다음으론 참치가 준비됩니다. 원래는 적살과 뱃살 하나씩 두 피스가 준비되는데, 저는 아까 단새우를 패스한 대신 뱃살을 하나 더 받아 총 세 피스를 받았습니다. 단새우와 참치뱃살이면 나쁘지 않은 거래였던듯..

 

적살

간장에 절인 참치 적살(아까미)입니다. 기름기가 비교적 적지만 감칠맛이 좋고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이날 참치 뱃살(도로)은 유독 고소했습니다. 남들 한 개 먹을때 혼자 두 개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진짜 꼬소한 지방맛이 있었던 것.

 

뱃살만 젓가락으로 집어 사진 촬영을 했는데, 그러다 떨어뜨릴 것 같아서 잽싸게 찍었더니 이렇게 역동적으로 나옴

 

전갱이

제가 좋아하는 전갱이도 나왔습니다. 등푸른 생선 넘모 좋아

 

미소국

일본식 된장국도 나옵니다. 역시나 온도감이 높게 잡혀있기 때문에 알아서 후후 잘 불어먹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바보우즈시

고등어 봉초밥도 나옵니다. 구성이 참 알찬듯하네요. 유자와 다시마를 올린 봉초밥을 입안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는 맛이 참 좋습니다. 

 

아나고

스시의 마지막을 알리는 아나고가 나옵니다. 속살 보드랍고 소스는 달착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사로는 국수가 나옵니다. 마무리하기에 좋군요

 

마끼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오이와 참치가 들어간 마끼가 나왔습니다. 

 

신선한 생선과 오이가 만들어내는 조합이 시원합니다. 

 

후식으로는 팥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접시는 귀엽습니다.

 

교쿠

마무리는 교쿠. 솜사탕만치 기분좋게 베어물리는 식감과 그안의 부드러운 맛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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