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소라, 광화문 - 점심 스시 오마카세

몇달에 한 번에 돌아오는 스시 먹는 날. 이번에는 광화문 르메이에르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스시 소라에 방문했습니다. 스시 소라는 청담에서 꽤 유명한 스시야인 스시 코우지의 세컨 브랜드로 대치, 광화문, 마포에 지점이 있습니다. 카운터 기준 점심 오마카세 5만원 저녁 8만원으로 소위 미들급이라 분류되는 곳입니다. 저는 점심시간에 광화문점을 방문했습니다.

 

스시 소라는 광화문 르메이에르 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빌딩 내부가 은근히 복잡해서 스시 소라는 물론 에스컬레이터 찾기도 어려운 구조. 

 

가격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점심 오만원 저녁 팔만원. 엔트리급과 미들급 사이에 애매하게 위치하는 가격대입니다. 참고로 점심은 11시 30분의 1부, 13시의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문은 정시에 열어줍니다. 일찍와도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시간이 되자 예약을 확인하고 손님들을 입장시킵니다. 놀이공원 입장하는 기분으로 두근두근

 

카운터는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큽니다. 한 열댓명 쯤 앉을 수 있는 규모. 

 

세팅을 깔끔하게 해두었군요. 

 

물 대신 시원한 녹차 줍니다. 

 

쯔께모노 삼종세트. 어차피 저는 손도 안 대는 것이라 사진만 고이 찍어왔습니다.

 

스시소라 런치 오마카세 (50,000원, 카운터)

차완무시

스타트로는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가 나왔습니다. 

 

너무 뜨겁지 않은 적당한 온도감에 부들부들한 계란의 식감, 그리고 거기 얹어지는 단호박의 달달함과 잣의 고소함이 국물의 감칠맛에 엮여 한데 어우러집니다. 곧 먹게 될 스시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는 훌륭한 에피타이저였습니다.

 

광어

별다른 츠마미(원래 뜻은 술안주, 스시야에서는 초밥을 내기 전 사시미나 간단한 요리를 몇 점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상 츠마미라 부른다) 없이 바로 스시가 올라옵니다. 첫점은 무난하게 광어가 나왔습니다.

 

맛있는 광어였습니다. 샤리(밥)은 제 입맛에 다소 시큼한 편이었으나 온도감이나 질감은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밥알을 목구멍으로 넘길때 탄력있는 감촉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스시 접시가 자리로부터 은근 멀어서 젓가락 대신 손으로 집어 먹기로 했습니다. 젓가락질 잘못했다가는 참사가 날 것 같기도 했기 때문.

손으로 첫 점을 먹자마자 바로 손수건을 가져다 주십니다. 이렇게 손 닦기 좋도록 모양잡혀 나오는 물수건을 '데부끼'라고 부릅니다. 

 

도미

두번째 스시는 도미였습니다. 안에는 차이브를 넣었고 위에는 라임즙을 뿌려주십니다.

 

라임과 샤리의 새콤한 조화가 입맛을 돋웁니다. 씹는 맛 좋은 도미 역시 매력적입니다. 

 

잿방어

다음 나온 스시는 잿방어. 잿방어는 방어, 부시리와 비슷하게 생긴 전갱잇과 물고기로 스시야에서 자주 쓰인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 먹어봐서 방금 구글로 찾아본 것입니다. 앞선 두 점보다 기름기가 있어 제 입맛에는 더 잘 맞았습니다. 

 

한치

이번에 나온 것은 꼴뚜기의 일종인 한치. 네타와 샤리 사이에 유자 갈은 것을 넣었습니다. 한치는 어디서 먹냐에 따라 스타일도 맛도 꽤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이 날 한치가 여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입 안에 길게 남는 한치 특유의 비릿하고 밍밍한 향 없이 깔끔하게 유자향과 함께 딱 떨어집니다. 

 

바다장어 두부 튀김

중간에 튀김요리가 하나 나옵니다. 바다장어를 갈아서 두부와 섞어 튀겼다고 합니다. 

 

뜨거우니 반 갈라서 알아서 식혀 먹으면 됩니다. 딱 한입거리 스낵 같아서 한 입에 먹으려고 했는데 큰일 날뻔 했던 것입니다. 

튀김 자체도 간간하고 잘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아래 깔린 소스의 진한 감칠맛과 향이 좋습니다. 숟가락이 없어서 못 퍼먹은 것이 한

 

참치 중뱃살

튀김요리 후에는 참치가 나옵니다. 꽤나 두텁게 썰려 나온 참치가 입안을 꽉 메웁니다. 우물거리며 씹는데 참치향이 고소하고 풍부해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런 걸 먹으려고 비싼 돈 내고 스시야 오는 것이지요. 이 시점부터는 밥의 새큼함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제 입이 익숙해진 것인지 기름기있는 참치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덜 시큼한 밥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장국

장국이 나왔습니다. 새우머리를 넣어 향을 냈다고 하네요. 사실 그리 인상 깊지는 않았습니다. 아까 먹은 참치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

 

새우

토치로 지져나오는 새우입니다. 저는 생갑각류에 알러지가 있어서 못 먹었던 것. 친구 것을 도촬했습니다. 

 

줄무늬 전갱이

저는 새우 대신 줄무늬 전갱이를 받았습니다. 기름진 생선 좋아해서 개이득. 기름기 적절해서 좋았습니다. 앞서 먹었던 잿방어와 비슷한 느낌.

 

참치 속살

참치 속살입니다. 색이 빨개서 적신, 아까미라고도 부르는 부위. 간장에 절여서 나왔습니다. 앞선 참치가 너무 맛있었어서 기대가 컸는데 이것도 역시나 맛있었습니다. 두툼하고 풍부하게 입안에 퍼지는 참치 맛이 일품입니다.

 

삼치 덮밥

삼치 구운 것을 밥 위에 올리고 메추리알, 트러플 오일과 함께 냅니다. 숟가락으로 푹푹 으깨서 먹으면 됩니다. 

 

사실 구운 삼치가 그렇게 부드럽게 분해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맛에 있어서는 한치 아쉬움 없었던 것입니다. 감칠맛 가득하고 고소하면서 은은한 신맛과 단맛 또한 가지고 있어 복합적인 맛을 냅니다. 함께 먹으라고 내주시는 김과 먹으면 딱 밸런스가 맞아떨어집니다. 

 

청어

청어가 나왔습니다. 네타의 크기 자체도 크지만 기분 좋은 기름기 가득해서 가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합니다. 목구멍으로 스시를 모두 넘기고 나서도 부드러운 기름기의 여운이 덕분에 계속 만족스럽습니다. 역시 기름기가 좀 있는 등푸른생선이 제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아나고

스시의 마지막을 알리는 아나고가 나왔습니다. 온도감 있게 나온 아나고는 혀에 착 달라붙으며 스르륵 녹아내립니다. 입안에 쾌감을 가져다 주는 식감에 충분한 기름기가 기분좋은 끈적함을 더해주고 단짠의 대비가 돋보이는 소스가 마침표를 찍습니다. 

 

후토마키

일본식 김밥인 후토마끼가 나왔습니다. 다른 것보다 계란 맛이 좋아서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재료에서 나오는 맛이 입안에서 깔끔하게 섞입니다. 

 

온메밀

온메밀도 나옵니다. 다시마와 채소로 육수를 냈다고 합니다.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메밀향을 품고 있는 감칠맛 좋은 국물입니다. 부담 없이 먹히는 맛.

 

교쿠

일본식 계란 요리인 교쿠입니다. 모양도 잘 잡혀있고 탱글탱글합니다. 아까 먹은 후토마키의 계란맛처럼 적당한 단맛과 달걀 자체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룹니다. 

 

디저트는 수제 산딸기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위에는 요거트였던 덧. 사실 디저트는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니었으나 아쉬울 것 없었습니다.

 

근데 수저가 엄청 귀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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