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청담 - 촉촉하고 부드러운 목살의 속살

잘 구운 목살은 정말 맛있습니다. 퍽퍽하지 않게 쫄깃한 식감과 거기서 뿜어나오는 육즙이 강력한 매력을 어필하죠. 이전에 포스팅했던 식당 중에서라면 왕십리에 위치한 땅코숯불구이의 목살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오늘 제가 방문했던 '길목'에서도 그런 좋은 목살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극악의 웨이팅으로 유명한 집이기도 하죠. 청담동에 위치한 돼지고기 전문점 '길목'입니다.

 

길목은 7호선 청담역 2번 출구 부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골목에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찾기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원래 웨이팅으로 굉장히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평일 오후 5시 30분쯤 방문해서 웨이팅 없이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가고나서부터는 바깥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으니 기다리지 않고 드시려면 넉넉 잡아도 여섯시 전에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예 늦게 가시는 것도 방법일듯하네요

 

가게 내부는 이미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너무 바글바글해서 가게 내부 전경은 천장을 찍는 것으로 만족

 

메뉴판입니다. 투뿔목살이 이 집의 주력 메뉴입니다. 이외에도 껍살이나 된장술밥, 된장라면 같은 메뉴가 잘 나간다고 다른 블로그에서 주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목살과 껍살, 된장술밥 그리고 된장라면을 먹어볼 예정입니다. 

 

원형 철제 테이블에 간단한 세팅이 올라옵니다. 

 

양파무침과 깻잎이 우선 조금 나옵니다. 특히 저 양파무침이 이 집 고기와 상당히 잘 어울리더라구요.

 

또 한켠으로는 와사비, 쌈장, 소금 그리고 멜젓이 나옵니다. 왼쪽 사진에는 멜젓이 잘 안 나와서 친절하게 따로 한장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열정 굿

 

투뿔목살(32,000원, 2인분)

1인분에 16,000원 하는 투뿔목살 2인분 어치입니다. 대강봐선 양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두꺼워서 먹어보면 은근 생각보다 배가 차는 편입니다. 물론 성인 남성 기준 1인분으로 만족하긴 어려운 양이긴합니다. 그냥 보기보다는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모듬채소 (9,000원)

아까 메뉴판에도 적혀 있었지만 여기는 채소를 따로 팔고 있습니다. 참마, 고사리, 오크라 같이 독특한 것들도 팔지만 무난한 채소들도 마찬가지로 팔고 있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건 모듬채소로 표고버섯, 꽈리고추, 대파가 들은 구성입니다. 따로 시키면 만원인데 모듬으로 시켜서 구천원이라는 말에 일단 시키고 본 것. 마늘은 따로 메뉴판에도 없고 딱히 말도 없었던 걸 보니 그냥 원래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운데로 불이 올라옵니다. 이제 슬슬 고기 구울 시간입니다.

 

불판 데워지는 동안 비계로 기름칠을 해주고 계신 모습

 

사실 벽에 이런 싸인이 붙어있길래, 아 여기 고기 안 구워주는구나 싶어서 직접 구우려고 슬슬 팔 스트레칭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직원분이 끝까지 다 구워주셨습니다. 

 

고기는 직원분이 구우니 저는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직원분은 굽기 전문가답게 슥슥 잘 구워주시는데 저는 사진 초점 흔들림

 

센 불에 훅훅 잘 익어가는 목살들. 두께있는 고기를 두께있게 잘라주십니다. 고기가 질기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커팅이겠지요.

 

다 구워진 후 고기들의 마지막 단체 사진입니다. 중간에 채소들도 합류했습니다.

 

그나저나 후드 때문에 불판에 그림자져서 사진이 마음만큼 잘 안 나오기는 합니다.

 

이 집에서 강조하는 것은 목살을 너무 익혀 먹지 말라는 것. 약 80% 정도만 익혀 먹는다는 마인드입니다. 실제로 사진은 직원분들이 직접 다 구워주신 뒤의 고기의 모습인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덜 익어있습니다. 직원분의 설명으로는, 이 상태에서 더 익지 않도록 일단 고기들을 가장자리로 빼둔 뒤, 바로 먹을 고기만 화력이 강한 불판 중앙에 올려 살짝 더 익힌 후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속은 어느정도 덜 익은 채로 두고 겉만 바짝 지져서 먹으라는 것이겠지요.

 

사실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어느 정도 덜 익혀 먹는 것이 맛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익히면 익힐수록 육즙 손실이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기생충 관련 문제는 현재로서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굳이 돼지고기를 언제나 바짝 익혀 먹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특히 목살 같이 지방이 비교적 적은 부위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삼겹살 같은 경우는 지방이 많아 덜 익혀 먹을시에 비계 맛이 부담스럽고 역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목살은 근섬유로 이루어진 부위인 만큼 그럴 염려가 적습니다. 또한 목살은 육즙의 맛이 중요한 부위이기도 하니 적당히 익혀 최대한 육즙을 보존하는 것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적당히 익힌 목살은 소금만 찍어 먹거나 멜젓과 와사비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고 직원분이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일단 소금만 찍어 먹어봤습니다. 두터운 살코기 안에서 터져나오는 육즙이 입안을 가득 메웁니다.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맛있는 목살입니다.

 

이번엔 멜젓에 푹 담궜다가 와사비 조금 곁들여 먹어봅니다. 역시나 말랑말랑하게 씹히면서 터져나오는 육즙과 거기에서 나오는 풍부한 향이 즐겁습니다. 

 

일단 한 점의 덩치가 크니 맛 자체가 가득찹니다. 와사비와의 조합도 꽤 괜찮습니다. 다만 저는 딱히 와사비에 매력을 못 느끼는지라 그냥 소금 찍어 먹는게 더 좋더라구요, 

 

여차하면 썸네일로 쓰려고 일부러 고기 지져서 까만 선 내봄

씹는 식감도 좋고 부드럽게 혀에 퍼지는 고기 맛도 좋습니다. 게다가 불향까지 적절히 입어서 풍미까지 살렸습니다. 이런 목살이라면 굳이 삼겹살 찾을 필요가 없겠어요.

 

깻잎에 양파무침과 함께 싸먹을때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처음 몇 점은 고기만 먹어도 너무 맛있지만, 결국 오직 고기만 집어먹다보면 질릴 수 밖에 없거든요. 그때 깻잎 위에 양파무침 올리고 고기 한 점 딱 올려서 먹으면 입안이 깔끔하게 딱 정리됩니다. 고기의 기름기를 양파와 깻잎이 삭 잘라내줍니다. 

 

돼지기름에 어느정도 젖은 버섯도 맛있습니다. 

 

고기랑 함께 집어서 소금 콕 찍어서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구운 꽈리고추는 생각보다 매웠습니다. 어차피 꽈리고추인데다가 굽기까지 했으니 별로 안 매울 줄 알고 별 생각 없이 먹었는데 호되게 당했던 것입니다. 

 

된장술밥 (6,000원)

된장 술밥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공기밥을 주문하고 싶었는데 이미 된장술밥을 주문해버려서 꾹 참고 있었던 것.

 

그냥 된장찌개에 밥을 말은 것입니다. 어차피 고깃집오면 된장찌개도 먹고 공기밥도 먹을거니까 그냥 하나로 합쳐버린 느낌

 

사실 다 좋은데 너무 뜨겁습니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워서 나오고 한 십분은 있어야 혀를 가져다댈 수 있을 정도

 

떠놓고 한참 기다렸다 먹었는데도 엄청 뜨거워서 입천장 다 뎀

 

한참뒤에 먹어보니 그제야 음식 맛을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 만든 고깃집 된장찌개에 밥을 말은 맛입니다. 매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염도있고 자극적이어서 고기에 곁들이기 적당합니다. 일단 식고 나서부터는 정신 없이 퍼먹었던 듯.

 

이것은 서비스로 나오는 계란찜입니다. 

 

자극적인 된장술국으로 민감해진 입을 달래주기에 좋은 담백한 스타일입니다. 

 

목살 2인분을 만족스럽게 먹고나니 아쉬움이 남아 고기 1인분을 더 시키기로 합니다. 

 

껍살 (18,000원, 1인분)

목살과 함께 길목에서 잘 나간다는 메뉴인 껍살을 1인분 주문했습니다.

 

껍살은 껍데기가 붙은 부위인데 사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긴건 항정살에 가까운 것 같기는 하네요. 맛도 항정살처럼 기름기가 풍부하긴 했습니다. 참고로 껍살은 아까 목살과 달리 좀더 익혀서 먹으라고 직원분이 일러주셨습니다. 아마 기름기가 많은 부위이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껍살은 이처럼 살코기보다는 비계, 껍데기에 좀 더 비중이 있는 부위입니다. 고로 느끼한거 별로 안 좋아하신다면 껍살은 거르시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군요

 

잘라놓았을때 은근히 각진 모양이 잡혀서 보기 좋네요.

 

하나 집어 먹어보았습니다. 돼지기름의 풍미가 물씬 풍깁니다. 분명 맛있고 매력있는 부위는 맞는데 목살을 먹은 후 먹기에는 다소 헤비하지 않나 싶습니다. 몇몇 블로그에서 목살을 먹은 후 껍살 먹기를 추천하던데 저는 거기에 반대.

 

술 안주로 먹기에는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입안에 기름기 가득해서 바로 소주 한 잔 딱 때리고 싶은 맛이거든요. 사실 한 점 두 점 먹기에는 무리 없을 맛이지만 술도 없이 1인분을 통으로 먹기에는 살짝 버거울 수 있겠다 싶습니다. 

 

아 물론 양파무침과 함께 먹는다면 말이 다르겠습니다. 기름기를 소주만큼이나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양파무침의 맛.

 

옆면은 이렇게 생겼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찍은건 아닌거 같은데 아무튼 껍살 옆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된장라면 (6,000원)

껍살을 먹다보니 다시 칼칼한게 생각나서 주문한 된장라면입니다. 

 

다행히도 아까 된장술밥만치 겁나 뜨겁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맛은 딱 된장찌개로 라면을 끓인 맛. 예상하시는 바로 그 맛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긴 합니다. 김치찌개면 몰라도 이정도로 진한 된장찌개에 라면만 들어간 음식은 먹어본적이 없거든요.

 

익숙한 그 맛에 면을 쭉쭉 빨아당겼습니다. 안에 차돌도 들어있어 고기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까 먹다남은 껍살과 먹어도 은근히 잘 어울리구요. 다만 생각보다 염도가 강렬합니다. 된장술밥에 이어 된장라면까지 먹고 있다보니 어느순간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상승하는 기분이 들어서 젓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아무튼, 목살 하나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지지 않을만한 퀄리티입니다. 자칫 퍽퍽할 수 있는 두꺼운 목살을 살짝 덜 익혀 촉촉하고 육즙이 살아있게 구워냅니다. 언젠가 맛있는 목살이 정말 땡기는 날이라면 극악의 웨이팅을 뚫고라도 한 번쯤 방문해볼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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