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민물매운탕, 건대 - 정신없이 국물을 뜨게 되는 매운탕

생각보다 매운탕 먹을 일이 잘 없습니다. 가끔 회를 먹다가 마지막에 소주 안주로 먹게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때는 매운탕이 주인공이 아니니 그렇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지 않곤 해요. 아마 그건 서울에 생각만큼 생선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최근 건대 근방에 매운탕을 기가 막히게 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해보았습니다. 뭐 들리는 소문으로는 백종원 아저씨도 단골로 다니는 가게라고 하더라구요. 반신반의하며 직접 가서 먹어보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양동에 위치한 민물매운탕 전문점 '남한강민물매운탕'입니다. 

 

남한강민물매운탕은 화양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대입구역과 성수역 그리고 어린이대공원역의 중간 지점 어딘가인데, 지하철로 접근하기엔 다소 애매합니다. 버스를 타고 화양사거리역에서 내리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가게는 좁은 편이고 수더분합니다. 철푸덕 좌식 절반에 테이블석 절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날이 좋으면 야외에서 식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아재 스타일의 소주 쑥쑥 넘어가는 식당인데 의외로 젊은 손님들도 많습니다. 걸걸하게 소주 드시는 할아버지부터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대학생들까지 한 공간에서 매운탕을 먹고 있으니, 가히 전세대를 아우르는 맛집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직원분의 추천은 참게와 메기를 1인분씩 섞어 먹으라는 것. 그래서 그렇게 주문했습니다. 모든 테이블이 그렇게 먹는 거 같더라구요.

 

기본찬들이 깔립니다. 동치미, 김치전, 연두부, 김치, 양배추가 나옵니다. 반찬 모두에 고루 손이 갑니다. 구색 맞추기로 내는 반찬이 아니라 하나하나 맛이 좋습니다.

 

삶은 양배추는 된장과 함께 나옵니다. 달달하고 시원한 양배추는 이따 매운탕 먹으면서 쉬어가는 코너로 곁들이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된장이 짭짤하고 맛이 좋아서 자꾸만 손이 갑니다. 

 

연두부와 김치도 맛이 꽤 괜찮습니다. 무김치는 이곳에서 직접 담근다고 메뉴판에도 써있더라구요. 

 

그리고 김치전. 이거 별거 아닌것 같지만 자꾸 입을 당기더라구요. 

 

주 메뉴가 매운탕이다보니 기름진 음식이 없어서 그런지 바삭하게 부쳐낸 김치전이 더더욱 빛을 발합니다. 

 

민물참게매운탕 (16,000원, 1인분) + 메기매운탕 (15,000원, 1인분)

참게매운탕과 메기매운탕을 섞은 참게메기매운탕입니다. 2인분에 가격은 삼만천원. 양은 꽤 푸짐합니다.

 

주방에서 미리 끓여 올라오는 매운탕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입맛 돋우는 냄새도 김과 함께 올라오네요. 자연스레 소주가 떠오르는 매운탕 끓는 소리와 냄새

 

테이블에 비치된 부르스타에서 약불로 보글보글 끓여가며 먹으면 됩니다.  

 

매운탕 안에는 미나리와 수제비가 가득 들었습니다. 국물안에는 메기와 참게도 푸짐하게 있구요.

 

칼칼한 냄새에 조건반사적으로 소주 주문했습니다. 

 

한 국자 떠서 쭉 맛보기로 합니다. 크으 국물 진한거 보세요

 

한국인의 입맛을 자극하는 매운탕의 자태

 

국물부터 떠서 맛보는데요, 아주 깊고 좋습니다. 깊고 진한 생선 국물이 풍부하게 입안을 채우고 매운탕 특유의 기분좋은 단맛이 뒤에 치고 올라옵니다. 맵고 짜고 단 국물 맛의 밸런스가 아주 좋습니다. 

맵기는 그렇게 강렬하지 않습니다. 매운탕인만큼 물론 매콤하긴 하지만 맵찔이인 제가 먹기에도 괴롭지 않을 정도. 매워서 못 먹겠다 싶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 깊은 국물의 맛은 참게와 작은 민물새우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메기의 흙내도 거의 없습니다. 정말 끊임없이 국물을 떠 먹었습니다. 부르스타 앞에 앉아 매운 국물을 떠 먹고 있으니 땀이 주륵주륵 흐르는데도 개의치 않고 계속 퍼먹었습니다. 이건 제 기준으로 특급칭찬입니다. 땀나는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땀을 무시하고 수저를 계속 움직이게하는 국물의 깊은 맛이었습니다.

 

말도 없이 국물만 쭉쭉 떠 먹다 밥도 한 공기 시켰습니다. 이건 밥이랑도 먹어야 해요. 

 

훌륭한 국물을 만났을땐 탄수화물도 함께 섭취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국물 슥슥 비벼서 미나리와 함께 꿀떡 넘깁니다. 이거야 말로 정말 한국의 맛이 아닐까요. 언젠가 외국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해서 오리지널한 한국음식을 찾는다면 이곳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기 토막도 하나 가져와서 먹어봅니다.

 

사실 매운탕이 생선살을 먹으려고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데 안 먹기는 섭하니까요.

 

베어물어보니 부드럽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긴 합니다. 근데 가시도 많고 먹기도 은근 불편해서 사실 손이 많이 가게 되진 않더라구요. 생선살 발라먹는것보다는 국물에 미나리 올려서 쭉쭉 퍼먹는게 더 좋았습니다. 중독적이에요. 

 

그리고 국물과 더불어 이 집 매운탕의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 바로 수제비입니다. 쫄깃쫄깃한데다 국물까지 잘 머금어서 미친듯이 손이 갑니다. 

 

수제비는 직접 만든 반죽을 바로바로 떼어 넣는다고 합니다. 귀동냥으로 듣기는 바로 이 수제비가 생선 잡내를 잡는 비법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무튼 식감도 좋고 국물과의 궁합도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수제비라면 밥 대신도 먹을 수 있겠습니다. 

 

참게는 먹을게 별로 없긴합니다. 물론 먹어보려고 노력 정도는 했습니다. 

 

마지막에 먹다보니까 메기 대가리가 걸려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훌륭한 매운탕입니다. 근래 먹은 매운탕 중에는 가장 진하고 깊었습니다. 소주 한 잔 깊게 필요한 날이라면 방문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원래 한식 빨간 국물에 잘 감동받지 않는 편인데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먹은 한끼였습니다.

 

 

 

함께보기

2019/12/26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천호수산/전라도회양념, 노량진수산시장 - 겨울 방어 아이러니

2020/02/20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1세기 우리바다수산, 홍대입구역 - 시즌 마지막 방어

2019/08/09 - [시리즈물/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 [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한식 편

2020/04/23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역전포차, 당산 - 푸짐한 육사시미와 민물새우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