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밀대, 강남 - 이름난 맛집에서 맛보는 부드러운 수육

평양냉면하면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집이 몇 군데 있는데요, 을밀대도 그 중 하나지요. 사실 저는 을밀대의 평냉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면은 두꺼워서 딱 제 타입이긴 하지만 달큰한 맛이 슥 올라오는 육수가 그다지 제 입맛에 맞지는 않더라구요. 깔끔하게 뚝 떨어지는 스타일의 육수가 좋습니다. 

아무튼 이 날은 강남에서 동기를 만나 을밀대를 방문한 이야기. 속전속결로 냉면에 녹두전에 수육까지 먹고 나왔습니다. 소주 안주로 곁들이기에는 나쁠 것 없더라구요.

 

다들 아시다시피 을밀대 본점은 마포 염리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날 방문한 곳은 강남에 위치한 분점. 사실 저도 본점을 가본 적은 없습니다. 

 

멋있는 간판도 한 컷 찍어줍니다. 

 

40년 전통 크으으.. 근데 10년마다 스티커 새로 붙이긴하셔야겠어요.

 

실내는 대강 이렇습니다. 을밀대 강남점은 10시면 문을 닫는데 9시 30분쯤 나가면서 사진을 찍어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평소 저녁시간에는 사람이 꽤 바글바글합니다. 참고로 주방 마감은 9시. 

 

메뉴판입니다. 냉면이 만삼천원이었군요. 우래옥 봉피양에 버금가는 하이엔드급 가격이네요. 뭐 인지도로만 따지면 그 정도 급이기는 하니까요.

 

그냥 면수라하기엔 맛이 꽤 두텁다

면수가 나옵니다. 원래는 육수가 나왔던 것 같기도 한데.. 맛을 보니 둘이 섞인 것도 같고. 아무튼 면수인지 육수인지 정체를 확신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역시 아직 제 평냉 내공이 모자른 탓이겠지요. 

 

시원한 무절임도 나옵니다. 물론 저는 손 대지 않았습니다.

 

아마 녹두전을 시켜서 따라 나온 김치인듯합니다.

 

젓가락은 개별 포장해서 줍니다. 위생 굿

 

테이블 사진이나 찍으면서 음식을 기다리는 중.

 

수육을 주문해서 주는 파와 고춧가루. 간장을 기호껏 붓고 섞어서 수육을 찍어먹으면 됩니다. 

 

녹두전 (10,000원)

일단 녹두전이 나왔습니다. 노릇노릇 부쳐져서 보기에 좋습니다. 

 

그리 양이 많지는 않지만 꽤 맛있는 녹두전입니다.

 

안에는 돼지고기가 조금 들어서 녹두전 전체의 풍미를 책임집니다. 돼지고기의 고소한 기름기가 녹두전 맛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덧붙여 전 내부의 부드러운 식감이 바짝 지져내 바삭한 겉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간도 이미 적당히 되어 있기에 무언가를 찍어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녹두전을 찢어먹고 있다보니 수육과 냉면이 나왔습니다. 항공 촬영 단체샷 하나 찍어줍니다.

 

소주 (5,000원)

물론 소주는 아까부터 곁들이고 있었습니다. 

 

수육 (35,000원, 小)

수육 소 자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뭔가 두툼하게 쌓여있는데 물론 다 고기는 아니고 아래는 파입니다.

 

수육으로는 이런 저런 부위가 섞여나오는 모양입니다. 어느정도 지방이 달린 부위들이라 단순한 고기의 감칠맛에서 멈추지 않고 입안을 기분 좋게 채우는 풍부함이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파채를 곁들이면 깔끔함마저 갖춰서 한 젓가락으로 완결성을 지닌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얇게 썰린 만큼 씹는데도 무리가 없습니다. 가격이 좀 있긴 하지만 소주 안주로는 이만한게 없겠군요. 

 

앞서 나온 간장에도 쿡 찍어먹는데, 간장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간장에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담겨 있어 소고기를 찍었을때 그 맛이 제대로 어우러집니다. 

 

물냉면 (13,000원, 거냉/양많이)

만삼천원짜리 냉면입니다. 을밀대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겠군요.

원래 을밀대의 물냉면에는 살얼음이 동동 올라가는데요, 저희는 얼음을 뺀 '거냉'으로 주문했습니다. 을밀대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로 일종의 히든메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양 많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많이를 주문하면 면 양을 더 많이 주십니다.  

 

클로즈업도 해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고명으로는 오이, 무, 고기, 배가 올라갑니다. 배 올라는게 참 맘에 듭니다.

 

면타래를 풀었습니다. 면은 꽤 굵은 편으로 은근히 이 면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구요.

 

면은 표면이 꽤나 까끌까끌한 편입니다. 매끈하게 후륵 들어가기보다는 살짝 거칠게 들어오는데 이게 또 나름의 쾌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면 자체는 마음에 듭니다. 면은 너무 질기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씹는 맛을 살리고 있거든요. 다만 육수는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육수에서 은근하게 올라오는 들큰한 단 맛이 소고기 육수 특유의 깔끔함을 다소 방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소주와 함께 한 그릇 먹기에는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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